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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대학로를 이대로 죽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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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대학로를 이대로 죽일 것인가?

    대학로 극장 자료사진

     

    160여개의 소극장이 몰려 있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거리,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지난 11일 구슬픈 연극인들의 곡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피와 땀이 서린 곳, 소극장 살려라’는 문구가 적힌 검은 만장(輓章) 뒤로 꽃상여와 함께 연극인 150여 명은 한과 분노에 서린 곡과 절규를 터뜨리며 거리행진을 했습니다.

    서울연극제가 겨우 회생한 상황에서 다시 연극인들이 거리로 나선 것은 대학로 소극장의 상징과도 같은 ‘대학로극장’이 문을 닫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1987년 6월 문을 열고 무려 28년을 꿋꿋하게 대학로 입구를 지켜왔던 이 극장은, 대학로 중심의 샘터파랑새극장과 대학로 끝머리의 연우소극장에 이어 세 번째로 오래된 극장이며, 대학로 문화지구 구획에 기준이 되기도 한 명실상부한 대학로의 얼굴입니다. 창작극 ‘불 좀 꺼주세요’로 장기공연의 전범을 만들었고, ‘관객모독’과 같은 실험극과 ‘늙은 창녀의 노래’같은 창작극들의 산실이 되어 꾸준히 배우와 연출, 작가들을 길러낸 이 극장은, 1994년에 서울 정도(定都) 600년 기념 타임캡슐에도 공연자료들과 함께 수록된 역사적인 공간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왜 이런 연극사적 미래유산이 사라지는 걸까요? 임대료 때문입니다. 폭주족과 가출청소년들의 배출구 같았던 공간을, 연극인들이 모여들어 극장을 만들고 사람을 끌어들였더니, 땅 주인들, 건물 주인들만 배를 불리고 있는 것입니다. 서울시는 2004년에 대학로를 ‘문화지구’로 지정했지만, 돈 있고 뒷배 있는 지주들은 지원 제도의 혜택을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대기업들의 극장업 진출까지 이어지자 대학로의 건물주들은 심지어 공공극장 지원금까지도 고스란히 빼어먹고 있지만, 소극장들은 살인적인 임대료와 대형 공공극장과 대기업 극장에게 관객까지 빼앗기는 삼중고를 겪고 있는 것입니다.

    소극장의 창작극과 실험극이 없다면 한국 공연예술은 어떻게 될까요? 심지어 영화나 무용 등 인접 장르에 미치는 영향은 돈으로 계산할 수조차 없습니다. 심지어 ‘미생’이나 ‘풍문으로 들었소’처럼 드라마에서도 연극배우들의 활약은 날이 갈수록 눈부신데, 그들이 돌아갈 집은 철거되고 있는 겁니다. 이 비극의 끝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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