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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갑질에 공정사회는 없다



칼럼

    [사설] 갑질에 공정사회는 없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으로 갑질논란이 들끊은 지 얼마되지도 않아 또다시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이번에는 백화점에서 주차 요원에게 폭언을 하고 무릎을 꿇린 모녀가 주인공이다.

    사건은 부천의 백화점 지하주차장에서 한 여성이 자신의 차량 시동을 건 채 쇼핑 중인 딸을 기다리자 주차요원이 차량을 빼달라고 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이 여성이 차량을 빼지 않자 주차요원이 주먹으로 허공을 가르는 듯한 행동을 했고, 이를 본 여성의 딸이 아르바이트 주차 요원들을 불러 무릎을 꿇게 하고 폭언을 했다는 것이다. 주차요원의 행동이 발단이 되긴 했지만 무릎까지 굻린 모녀의 처사가 '갑의 횡포'에 대한 분노와 을의 처지에 대한 공감이 더해져 사회적인 공분을 일으켰다.

    '갑질'은 우리 사회의 공공의 적이 된 지 오래지만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지난 2013년 5월 불거진 남양유업의 갑질 논란으로 소비자들은 남양유업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벌였다. 한 임원의 항공기 승무원 폭행사건으로 큰 곤욕을 치뤘던 포스코는 우월적 지위를 누려오던 대기업의 잘못된 조직문화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45년간 '갑 대우'를 받아오던 포스코의 문화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는 진단이었다.

    정확한 진단이 나왔지만 처방은 이어지지 않았고 갑질논란은 사회문제로 대두되어 돈없고 힘없는 이들에게 커다란 상실감을 안겼다.대기업의 조직적인 갑질 뿐만아니라 일부 기득권층의 갑질도 여전히 우리사회에서 횡행하고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과 백화점 모녀의 갑노릇을 단순히 개인의 일탈 혹은 인성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곤란하다.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에 앞서 사회적 지위의 높고 낮음으로 관계를 인식하고 현재의 지위를 그 사람의 인격과 동일시하는 비합리적이고 비인간적인 '천민자본주의'가 우리 사회 곳곳에 퍼져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받고 인정받고 싶은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사회적 경제적 지위를 악용해 대우를 강요하는 것은 비행기 안에서도 주차장에서도 용납될 수 없다. 돈과 권력이 아니라 희생과 봉사가 갑이 되는 사회를 위해서 막말과 폭력으로 값싼 대우를 받으려는 천박하고 저급한 문화는 마땅이 없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공정사회 구현은 요원한 일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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