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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치영 지란지교 대표 "내가 입사하고픈 회사 만들 것"



기업/산업

    오치영 지란지교 대표 "내가 입사하고픈 회사 만들 것"

    [CEO가 추천한 CEO⑧] "회사에서 꿈이뤘으면…화가·영화감독도 직원으로 채용"

    불황이 아닌 때가 언제인지 모를 정도로 불황이 일상화됐다. 위기감이 전염병처럼 퍼지면서 '기업가 정신'은 사전에서나 찾아봐야 할 단어로 인식될 정도로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깊다.

    하지만 숨은 곳에서 열심히 밭을 가는 '농부'같은 중견·중소기업인들이 적지 않다. 특히 대기업 중심의 어려운 기업 환경 속에서 땀방울로, 도전정신으로 무장해 역경을 헤쳐나간 기업인들이 의외로 많다.

    CBS는 이런 중소·중견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발굴해 소개하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첫 회를 제외하고 모두 앞서 인터뷰한 CEO가 추천한 CEO를 찾아가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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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치영 지란지교소프트 대표는 남다른 첫인상을 풍겼다.

    청바지에 면티를 입고 기자를 맞은 그는 거침없는 입담을 과시했다. 지란지교소프트는 20년 전 대학 4학년때 오 대표가 대학 친구들과 창업한 소프트웨어 전문 회사다. 산전수전 겪으며 키운 회사의 독특한 이름은 그의 경영철학을 함축하고 있다.

    서울 강남 대치동에 있는 회사에서 오 대표를 만났다. '지란지교'(지초와 난초 같이 향기로운 사귐)라는 회사 이름에 대해 그는 "함께 창업한 친구를 가리키는 것일수 있고 우리 직원과 고객을 향한 마음이기도 하다"고 했다. 오 대표는 실력이건 운(運)이건 간에 젊은 나이에 창업해 20년간 회사를 키운 보기 드문 사례다. 경제적 어려움이 이만저만 아니었을 게 뻔했지만 그의 말은 예상과 달랐다.

    "솔직히 IMF도 잘 모르고 지나갔다. 창업 초기엔 은행에서 돈 빌릴 줄도 몰랐고 또 수익이 안나 돈이 없으면 안 가져갔다. 버티는 것에 대한 어려움은 별로 없었다"

    지란지교의 대표적인 제품은 기업용 스팸메일 차단 서비스(전체시장의 80%), 전국 초·중·고교에서 쓰는 '쿨메신저', 청소년 음란사이트 접속 차단 소프트웨어인 '엑스키퍼' 등이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것들이다.

    최근에는 휴대전화에 담긴 중요한 기업정보가 밖으로 새나가는 것을 방지해주는 기업용 모바일 보안 솔루션(MDM. Mobile Device Management)을 개발했다.

    오 대표는 "중요한 정보가 담긴 휴대폰을 분실해서 외부로 정보가 유출됐는지를 파악하고 최악의 경우엔 정보를 원격으로 삭제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패기 만만해 보이는 오 대표였지만, 그도 시련의 시기가 없진 않았다. 한창 잘나가던 지란지교는 2002년 직원 절반(50명)이 회사를 떠나야 했다.

    승승장구하다보니 코스닥 등록에도 욕심을 내며 지출을 늘렸지만 내실이 받쳐주지 못한 것이다.

    "덩치는 컸는데 내실이 없었다. 청소년이 덩치는 산만해졌는데 정신이 크지 못한 것과 같았다. 벤처 거품이 한꺼번에 꺼진 것도 원인이었다"

    오 대표는 창업후 △100억 매출 달성 △2014년 세계 100대 소프트웨어 기업 입성 △100년간 지속가능한 회사로의 성장이라는 '스리 백'(three 100) 목표를 세웠었다. 이중에서 매출 100억원은 일찌감치 2007년 달성했다. 지난해에는 22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그에게 '다시 20년 전으로 돌아가도 창업을 하겠느냐'고 묻자 잠시 뜸을 들이더니 "지란지교 같은 회사가 있었으면 안했을 것"이라고 했다.

    다시 "지란지교라는데가 어떤 곳이냐"고 직설적으로 물었다.

    "지란지교가 꿈이 있고 열정이 있다면 그것을 마음껏 펼칠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내가 젊어서 입사하는 입장에서 다니고 싶은 회사를 만들고 싶다. 그러나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니다"

    오 대표는 이런 청사진을 보여주고 믿을만하다고 판단되는 곳이 있다면 굳이 창업을 하지 않았을 것이란다. 회사 자랑같으면서도 '뚜렷한 비전을 갖고 있구나' 싶었다.

    그러면서 이런 포부가 담긴 계획인 '드림 플랫폼'에 대해 기사에서 많이 할애해 달라고 부탁했다.

    드림플랫폼은 "직원과 파트너들이 같이 자기꿈을 이뤄갈수 잇는 곳"을 뜻한다. 오 대표는 "예를 들어 사업본부장이 사업(창업)을 하고 싶다면 회사안에서 할수 있도록 하겠다. 자기가 사업을 하듯 재량권을 줄수 있다. 물록 이익을 회사와 나눠야 하지만 대신 회사안에 있으면 리스크는 크게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일부 실천으로 옮긴 부분도 있다. 매우 독특하기도 한데 그의 사무실에 있는 칠판위 그림과 액자속의 그림(지란지교를 상징하는 어깨동무 형상)은 함께 일하고 있는 화가 직원의 작품이다.

    어떻게 화가가 IT회사의 직원이 될수 있는지 궁금했다.

    "작가는 원하는 스타일을 고집하면서 안정적인 수입을 원할 것이다. 회사에서 홈페이지 일러스트 작업, 제품 콘셉트 구상 등을 해주고 페이를 받는다. 우리는 자선단체가 아니어서 그냥 돈을 줄수는 없다. 서로 윈윈하는 것이다"

    자신이 입고 있는 면티에 대해서도 자세히 소개했다.

    "우리 회사 출신인 디자이너가 만든 옷이다. 우리는 직원 혹은 손님용으로 좋은 조건에 물건을 구입하는 대신에 판매를 도와주고 있다"

    이뿐이 아니다. 이름이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시나리오작가 겸 영화감독도 지란지교에서 일하고 있다. 이 '직원'은 짬이 날때 회사 홍보영상을 제작한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모든 사람들이 꿈을 이뤄갔으면 좋겠다. 서로 돕고 어울려 상생하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된다는 생각을 해왔다"

    국내나 일본 등 해외에서 유통에 취약한 협력회사의 물건을 대신 팔아주는 것도 이런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물론 회사는 일정의 수수료를 받는다.

    오 대표는 "직원들에게 보상을 많이 해주려 한다"며 "파이가 커지면 그만큼 직원들도 많이 가져가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에서야 자신에 대한 보상도 늘렸다고 했다. 대표가 금전적으로 쪼들리면 안돼겠다는 생각에서다. 주변에서도 "당신같이 노력했으면 대가를 받을만한다"는 말들도 많았다.

    버젓한 중소기업 사장이지만 월세로 살고 있다.

    그는 "집사람은 '어떻게 사장이 되서 강남에 집도 하나 못사냐'고 푸념을 한다. 그래서 강남에 집을 못사더라도 살고 싶은 곳에서 살게는 해주겠다는 약속으로 타협점을 찾았다"고 했다. 오 대표는 강북에 있는 집을 세주고 잠실에 월세 집을 구했다.

    인터뷰 후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오 대표가 함께 배석한 홍보담당 이준헌 대리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 대리는 "서울에서 30평대 아파트를 사는 것"이라고 했고, 오 대표는 "(우리 회사를 다니더라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대답했다.

    지란지교에서는 젊은 직원의 꿈이 이뤄질 것만 같았다.

    ☞ 오 대표는 다음 인터뷰 대상으로 문서보안 전문회사인 파수닷컴의 조규곤 대표를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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