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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 어때] '도희야' 우리사회 시스템이 해야할 일은 바로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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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영화 어때] '도희야' 우리사회 시스템이 해야할 일은 바로 그것?

    두 외로운 여자의 소통과 성장이 중심축

     

    영화 '도희야'는 할리우드에 진출한 배두나가 영화 '코리아'이후 2년만에 선보이는 한국영화로 관심을 모았다.

    여기에 충무로를 대표하는 아역배우 김새론과 펼칠 연기호흡, 코믹 이미지가 강한 송새벽의 첫 악역연기가 궁금증을 자아냈다.

    제작자인 이창동 감독은 이 영화로 데뷔한 정주리 감독에 대해 "소박하고 작은 목소리로 노래하는 것 같지만 굉장히 큰 울림을 주는 방식으로 영화를 찍는 감독"이라며 신뢰감을 드러냈다.

    22일 개봉을 앞두고 14일(현지시간) 개막한 칸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인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청되면서 이들의 이름값은 검증됐다.

    앞서 큰 반향을 일으킨 다양성영화 '한공주'처럼 이 영화 또한 극중 김새론이 연기한 학대받는 아이 '도희'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워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외딴 바닷가 마을, 14살 소녀 도희는 친 엄마가 도망간 후 의붓아버지 용하(송새벽)와 할머니에게 학대를 받으며 살고 있다.

    어느 날 도희 앞에 또 다른 상처를 입고 시골 마을 파출소장으로 좌천된 경찰 영남(배두나)이 나타난다.

    영남은 도희를 끔찍한 폭력으로부터 보호해주고 도희는 그런 영남을 자신 삶의 구원자로 여긴다.

    영남은 도희 뿐만 아니라 마을의 외국인노동자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는데 용하는 그런 영남이 못마땅하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알게된 영남의 비밀을 폭로해 그녀를 위기로 몰아넣는다.

    한 바닷가 마을에서 벌어지는 폭력적 일상과 인물간의 역학관계를 현란한 기교 없이 느린 호흡으로 담담하게 보여준다.

    깊이 상처받은 모습이나 이유를 꽁꽁 감춘 영남, 연민을 자아내나 왠지 속을 알 수 없는 도희 등 각 인물의 내면을 조금씩 드러내면서 궁금증도 자아낸다.

    영남과 도희의 예기치 않은 동거는 도희가 사정이 있는 영남에게 과도하게 기대면서 묘한 분위기도 풍긴다.

    흥미로운 점은 이 영화는 단순히 피해자인 소녀를 보호해주는 착한 어른과 이들을 위협하는 나쁜 어른의 대립구도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보다는 외롭고 아픈 두 여자의 소통과 성장을 기본 축으로 사회적 약자에게 가해지는 일상적 폭력을 짚어낸다.

    단순히 아동폭력에 국한하지 않고 외국인 노동자, 성소수자까지 포괄하면서 눈에 드러나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역학 관계뿐만 아니라 간접적으로 폭력에 동조하게 되는 일상적 풍경도 포착한다.

    치매 초기 상태나 용하의 엄마인 할머니는 어린 도희에게 폭언을 퍼붓고 매질을 하는데, 이는 용하의 폭력적 행동에 못지않게 잔인하게 다가온다.

    용하가 노령화된 마을의 유일한 청년이라는 점을 높이 사며 그가 술 마시고 행하는 행동을 용인하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도 불편하다.

    나아가 이들은 용하가 마을의 이익을 위해 외국인노동자를 노예처럼 부려먹는데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영남이 그런 관행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못마땅해 한다.

    이렇듯 일상 속에 스며든 힘의 논리와 편견에 의한 폭력은 용하가 영남을 위기로 몰아넣는 순간에 절정에 달한다.

    영남을 구원하는 이가 애초 영남의 보호를 받던 도희라는 점도 흥미롭다.

    도희는 영남에게 "어떠한 이유에서건 아이를 때리는 어른은 나쁘다"는 말을 듣기 전까지만 해도 자신에게 가해지던 어른의 폭력을 무기력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너무나 당연한 그 진실을 알게 된 이후 도희는 조금씩 달라진다. 영남 또한 마찬가지.

    사회의 편견에 맞서기보다 도망치고 괴로워하던 영남은 도희를 보살펴주게 되면서 겪게 되는 여러 일을 통해 부당한 현실에 맞설 힘을 얻게 된다.

    이 영화의 미덕은 표면적인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세밀하게 들여다본다는 것이다. 다양한 갈래로 해석의 여지가 넓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동시에 주제의 폭을 넓히다보니 이야기의 응집력이 떨어진다는 느낌도 든다. 하지만 신인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끝까지 찬찬히 밀고 가는 힘은 평가받을만하다.

    이 영화는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의 고루한 사고방식에 경종을 울린다. 바로 도희가 순진하고 보호받아야할 어린애일 뿐이라는 편견이다.

    폭력에 노출된 아이는 단순히 피해자에 머무르지 않고 어느 순간 가해자가 될수도 있다. 마치 부메랑처럼 돌아올 그 폭력의 악순환은 여리고 연약한 소녀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영남의 직업이 경찰이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도희로 상징되는 사회적 약자에게 경찰로 대표되는 사회 시스템이 해야 할 일은 바로 영남이 도희에게 하는 마지막 행동이 아닐까.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120분 상영, 5월2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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