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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르네상스

[아침카페]

한글이 만들어진 지 561돌을 맞는 아침이다. 전 세계 문자 가운데 생년월일을 가진 문자는 한글이 유일할 것이다.

서방세계가 쓰는 알파벳은 로마 알파벳에서 빌려온 것이고 로마의 것은 그리스에서 빌려온 것이다. 그리스 알파벳의 기원은 페니키아와 이집트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한글은 빌려온 문자가 아니라 매우 과학적이고 독창적으로 만들어진 문자다.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휴대폰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우리 젊은이들을 보면 한글이 IT시대에 얼마나 잘 적응하고 있는지를 실감한다. 컴퓨터 한글자판에는 33개의 자음과 모음이 있지만 천지인 방식의 휴대폰 문자판에는 모음 3개(ㅡ,ㅣ, ·)와 자음 14개만으로도 1만1172개의 음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한글이 창제된 1446년경 서유럽 문화는 겨우 새벽을 맞고 있었다.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로 첫 책을 인쇄하고(1439년), 콜럼버스(1451년)와 레오나르도 다 빈치(1553년)가 탄생하던 무렵이었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이 나온 것은 한글보다 27년 뒤였고 종교개혁을 한 마틴 루터가 태어난 것은 37년 후였다.[BestNocut_L]

한글은 이처럼 인류사의 대변혁이 싹트기 시작한 시기에 만들어졌지만 문화사대주의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한글이 우리 근대화에 기여하기까지는 400년 이상의 오랜 세월을 더 기다려야 했다.

한글 창제의 시기에 시작된 서구 근대화의 성과가 동아시아로 밀려들어 비능률적인 한자문화의 퇴장을 강요하게 되면서 한글 르네상스는 시작되었다. 한글은 이 땅에 신문화 신문학 운동을 일으켰고 단시일 안에 세계 최고 수준의 문자해독률을 이룩했다.

한글이 없는 근대한국문화의 콘텐츠는 상상할 수 없다. 한국과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장 대표하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한글이다. 한국문화를 중국이나 일본과 확연히 구별 지어 주는 것이 한글이다.

한글은 현재 지구상 인구 60억의 1.3%가 사용하는 결코 만만히 볼 수 없는 문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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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근 우리 생활주변에서 한글이 구박을 받고 있다. 한글날은 국경일에서 밀려났고 한글보다 알파벳을 먼저 배우는 어린이들이 늘고 있다. 각종 미디어와 상품명에서 알파벳이 한글을 몰아내고 있다.

명품행세를 하고 권위를 가지려면 한글이 아닌 알파벳으로 표기해야 한다는 통념이 활개를 치고 있다. 이는 줏대 없는 문화사대주의의 표출일 뿐이다.

IT시대를 맞아 한글 르네상스가 제2의 도약을 하는 데 모두가 뜻과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신우재(언론인) shinwj@hotmail.com

※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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