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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은 블랙홀' 박 대통령, 과거엔 '중임제 개헌은 소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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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헌은 블랙홀' 박 대통령, 과거엔 '중임제 개헌은 소신'

    김덕룡, "개헌 하자고 할때는 민생·경제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

    집권 2년차를 맞이한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오전 갑오년 새해 국정운영 구상 등에 대한 신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 청와대 제공)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이 기회 있을 때마다 자신이 국회를 존중하고 여야합의를 존중하는 의회주의자임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연초에 국회에서 제기된 개헌논의에 대해 박 대통령이 경기회복의 불씨를 꺼뜨릴 수 있다는 논리로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나섬으로써 개헌논의에 찬물을 끼얹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과거 발언도 뒤집는 모순에 빠져들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일 신년기자회견에서 개헌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지금은 경제 살리기에 집중해야 할 때라는 논리로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개헌이라는 것은 워낙 큰 이슈이기 때문에 한번 시작이 되면 블랙홀처럼 모든 것이 다 빠져들어서 이것저것 할 것을 해낼 수 없다"면서 "경제회복의 불씨가 조금 살아나서 경제가 궤도에 오르게 해야 할 시점에 나라가 여기에 빨려들면, 이 불씨도 꺼지고 경제회복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 이후 여당인 새누리당 지도부와 주류진영에서는 개헌론 불씨 꺼뜨리기에 열심인 모습이다.

    8일 오전 국회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서청원 의원과 이재오 의원이 개헌에 대한 이견을 보이며 서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윤창원기자

     

    서청원 의원은 이재오 의원의 개헌론 제기에 "그 때(집권했을 때)는 왜 못했냐"고 면박을 줬고, 최경환 원내대표는 "지금은 개헌보다 더 급한 게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개헌 소방수로 나섰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경제 살리기를 앞세워 개헌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은 경제와 민생을 이유로 각종 민주화 요구를 탄압하고 미루던 과거 독재정권이나 권위주의 정부를 떠올리게 한다.

    박 대통령의 논리대로 하면 경제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해야 한다는 극단주의로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개헌에 대한 박 대통령의 부정적인 견해는 과거 자신의 행보와도 맞지 않는다. 박 대통령은 1998년 보궐선거로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내 비주류로 활동하며 개헌 필요성을 적극 제기했다.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부총재였던 2001년 3월 25일 이회창 총재가 주재했던 총재단 회의에서 "경제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데 정치도 구조조정을 해야 하며 그런 차원에서 개헌도 고려해야 한다", "야당의 유불리를 따지는 정략적인 태도로 봐서는 안된다. 국가의 대계를 위해 필요하다면 논의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보다 앞선 2000년 11월 23일에는 대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바람직한 권력구조라는 측면에서 5년 단임제는 레임덕의 문제가 있을 수 있으며 (집권자가) 일을 하는데 시간적인 부족함을 느낄 수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한나라당 당 대표 시절에는 총선이나 대선 공약에 4년 중임제 개헌 공약을 넣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2004년 4월 총선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꿔야 한다는 소신엔 변함이 없다", "당내에서 4년 중임제 개헌 문제를 논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2008년 7월 싱가포르를 방문했을 때도 "개헌은 지난해 대선을 치르면서 여야 간에 다음 정권에서 추진하자는 데 거의 공감대가 이뤄진 문제"라며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보며 빨리 시작할수록 좋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대선 후보 시절의 박근혜 대통령 (황진환기자 / 자료사진)

     

    2010년 스탠퍼드대 초청강연 때도 4년 중임제 개헌 필요성을 언급했고, 18대 대선 직전인 2012년 8월에는 한 방송사 토론회에 참석해 "다음 정부에서 개헌을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 시기 개헌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던 적도 있기는 있다. 2005년 7월 1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개헌 논의를 하면 민생실종이 뻔하다"며 "경제 상황 등을 봐가며 몰두할 때 몰두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이 때는 지방선거에서 연패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연정을 제안하기 직전으로 방어막 차원에서 제기한 것이고, 이 때도 굳이 개헌을 하려면 중임제 개헌을 하는 게 낫다는 입장을 더불어 밝혔다.

    김덕룡 전 민화협상임의장이 지난 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FM98.1)에 출연해 “대통령이 앞서 개헌을 하자고 할때는 민생이나 경제가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느냐”고 반박한 것도 박 대통령의 개헌 발언을 꿰뚫은 데서 나온 것이다.

    박 대통령이 이런 과거 발언들이 생생하게 기록으로 남아 있음에도 '블랙홀','불씨' 등의 용어를 써가면서 개헌논의가 불붙지 않도록 진화에 나선 것은 개헌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대통령의 힘이 빠지는 레임덕 현상이 조기에 올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박 대통령 집권 2년 차에 개헌논의를 시작하지 않으면 후반기로 갈수록 개헌동력이 떨어져 또다시 다음 국회나 차기 대통령에게 공이 넘어가게 될 수밖에 없어 개헌논의를 빨리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경제를 이유로 개헌 시기상조론을 내세웠지만, 경제가 얼마나 살아나야 개헌논의를 할 수 있다는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매우 주관적이어서 개헌은 후진국에서는 해서는 안 되는 선진국만의 특권이라는 이상한 논리로 연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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