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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비결은 노인들의 손" 일본 전통만두 공장 '오가와노쇼'



전남

    "맛의 비결은 노인들의 손" 일본 전통만두 공장 '오가와노쇼'

    [전남CBS 특별기획 ⑨] 고독한 노인, 공동체가 해법이다

    2025년,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전남은 이미 고령화 비율 22%로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전체 인구의 13%를 차지하는 노인들은 '질병, 빈곤, 고독, 무위'의 4대 고통을 겪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비는 걸음마 수준. 특히 '고독'은 모든 노인 문제의 근원이다.

    전남CBS는 고령화로 인한 사회 문제로 신음하고 있는 전남의 현재를 통해 고령화의 위험을 경고하고자 한다. 또 유럽과 일본 등 해외 사례를 통해 노인 고독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국가와 사회의 노력을 소개하고 고령화 문제의 해법을 12회에 걸쳐 찾아본다.

    오늘은 9번째 순서로 은퇴한 노인들이 전통만두를 빚으면서 활력을 되찾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는 일본 '오가와노쇼'의 사례를 보도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전남 고흥 마을 169곳…고독한 노인들만 남아"
    ② 급속한 고령화, 지역 문화·역사까지 소멸된다
    ③ '커피 값'에 대학 수준 평생교육 받는 독일 노인들
    ④ "90세 생일 챙기는 60세" 獨 베를린 노인대변인제 '호평'
    ⑤ 독일·스웨덴 '노인을 위한 나라'의 현미경 노인복지
    ⑥"외로울 새가 없다" 노인 주거공동체 덴마크 코하우징
    ⑦ "비둘기 모이 주는 삶 따분해" 활기찬 노년 스웨덴 연금자들
    ⑧ "노인과 아이들의 공존으로 고령화 극복" 독일 플레겐 노인 요양원
    ⑨ "맛의 비결은 노인들의 손" 일본 전통만두 공장 '오가와노쇼'


    일본 나가노현 오가와촌의 전통 만두를 생산하는 마을기업 '오가와노쇼'은 대다수 주민들이 노인이다. (사진=최창민 기자)

     

    일본 나가노에 위치한 오가와촌은 인구 2,800여 명 중 1,200여 명이 65세 이상 노인인 고령마을이다. 1980년대 초반부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15년 전부터는 전체 주민의 40%가 노인인 고령마을이 됐다.

    이 마을의 중심에 큰 산 중턱에 연매출 7억 엔, 우리 돈으로 약 7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마을기업 '오가와노쇼'가 있다.

    30년 전 곤다 이치로 씨는 마을의 고령화로 주력 산업인 양잠업이 쇠락하자 주민들과 함께 전통만두 '오야키'를 상품화하기로 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오가와노쇼를 경영하는 곤다 코류 대표는 "마을이 점점 고령화되고 별다른 소득원이 없으니 젊은이들도 도시로 떠났다"며 "단순히 농사를 짓는 것 말고 다른 뭔가를 해보자고 생각했고 전통만두 오야키 공장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오야키는 이 마을에서 오래전부터 만들어 먹어온 일종의 비상식량이다. 무와 양배추, 노자와나 등을 1년 동안 소금에 절인 뒤 밀가루 반죽에 넣고 화덕에 올려 30여 분 동안 구워서 먹는 만두다.

    오가와노쇼는 일본의 조몽 시대에 사용된 화로 양식과 토기를 본떠 재래식 만두 굽기를 재현했다. 특히 만두공장은 당시 40년 된 허름한 농가 건물을 개조해 일본 전통의 고풍스런 멋을 느끼게 한다. 또 열린 공간에서는 화덕에서 만두 굽는 체험을 할 수도 있고 직접 구운 만두를 먹어볼 수도 있다.

    옛 맛을 그리워하는 일본인들뿐 아니라 일본 전통음식을 체험하길 원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한해 5만여 명이 찾는 곳이다.

    호주에서 파견근무를 나온 회사원 닉은 "종종 여기에 온다. 이곳을 무척 좋아하고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며 "일본 전통음식 오야키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외국인들에게 특별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일본 전통만두 마을기업 '오가와노쇼' 곤대 코류 대표(오른쪽에서 세번째)는 오야키 만두의 전통적인 맛과 향을 유지하기 위해 어르신들을 지속적으로 고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최창민 기자)

     

    이 마을기업의 가장 큰 특징은 직원의 상당수가 60세 이상 노인이라는 점이다. 특히 직접 만두를 굽는 수작업은 대부분 나이 든 주민들로 92세부터 50세까지 평균 연령은 65세다. 이는 오가와노쇼가 만두의 전통적인 맛과 모양을 지켜가기 위한 비법이기도 하다.

    곤대 대표는 "우리 공장에는 노인들이 유독 많다. 왜냐하면 어려서부터 드셨고, 어려서부터 만들었던 것이기 때문에 거리낌 없이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일하는 노인들은 만족도가 높다.

    나카자와 씨는 "정년퇴직 후 그냥 집에서 쉬시는 분들도 많은데 이렇게 일을 찾아서 계속할 수 있다는데 행복감을 느낀다"며 "내가 몸이 아파서 정말 움직이지 못할 때는 어쩔 수 없지만 움직일 수 있을 때 일을 한다는 건 형언할 수 없는 기쁨과 감사함이 있다"고 말했다.

    종종 손님으로 이곳을 찾아왔던 나가끄라 씨는 은퇴 후 아예 만두를 굽는 직원이 됐다.

    "일이 있는 것은 굉장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일단은 몸이 건강해지고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은 뭘 하지' 이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오늘은 오야키무라에 가서 어떻게 일을 할까', 또 '끝나고 나서 또 어떻게 할까' 그런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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