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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고흥 마을 169곳…고독한 노인들만 남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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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고흥 마을 169곳…고독한 노인들만 남아 "

    [전남CBS 특별기획 ①] 고독한 노인, 공동체가 해법이다

    전남 고흥 전체 마을 515곳 중 3분의1 출산가능여성 0~2명
    10년 뒤 고흥 인구 절반이 노인…"작은 마을 자취 감출 것"

    2025년,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전남은 이미 고령화 비율 22%로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전체 인구의 13%를 차지하는 노인들은 '질병, 빈곤, 고독, 무위'의 4대 고통을 겪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비는 걸음마 수준. 특히 '고독'은 모든 노인 문제의 근원이다. 전남CBS는 고령화로 인한 사회 문제로 신음하고 있는 전남의 현재를 통해 고령화의 위험을 경고하고자 한다. 또 유럽과 일본 등 해외 사례를 통해 노인 고독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국가와 사회의 노력을 소개하고 고령화 문제의 해법을 12회에 걸쳐 찾아본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전남 고흥 마을 169곳…고독한 노인들만 남아"
    ② 급속한 고령화, 지역 문화·역사까지 소멸된다
    ③ '커피 값'에 대학 수준 평생교육 받는 독일 노인들
    ④ "90세 생일 챙기는 60세" 獨 베를린 노인대변인제 '호평'
    ⑤ 독일·스웨덴 '노인을 위한 나라'의 현미경 노인복지

    송소순, 유야복 할머니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감 말랭이를 손질하고 있다.(사진=최창민 기자)

     

    "아이고, 차 타기도 겁 나는데 버스 타기는…. 그랑께 버스를 안 타밨어라. 휠체어나 타고 다니제. 부산 우리 큰 형님이 놀러오라고 해도 차가 무서워서 못 나가요. 지금은 아예 댕기지 못해요. 심심하니까 들판만 돌아다니죠. 가끔, 바닷가에서 망둥이나 낚고 그러죠. 심심항께."

    주홍빛 반시가 곱게 익은 전남 고흥군 남양면 월악마을. 이곳에 사는 독거노인 이경휴 할아버지는 20년 가까이 마을 밖을 나간 적이 없다. 젊은 시절 사고로 왼쪽 다리를 다친 후 버스를 탈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전동차에 의지해 생활하는 이 할아버지의 유일한 취미는 간척지 방죽에 나가 먼 바다를 바라보는 것이다. 20만원이 조금 넘는 생활지원금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이 할아버지는 불편한 몸보다도 고독한 일상이 더 힘겹다.

    지근거리에 사는 김순례 할머니도 독거노인이다. 가족도 친구도 없는 김 할머니는 몸이 아플 때가 가장 서글프다.

    "뭐 영감이 있을까 자식이 있을까 아무도 없어요. 허리도 아프고 위장도 아프고 가슴이 아파서, 몸이 아파서 잘 못 일어나요. 자식이나 있으면 일어나게나 해주고 할텐데. 서럽죠…."

    올해 6월 말 기준 고흥군 인구는 68,932명. 이 중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24,946명으로 전체의 약 36.2%, 전국 최고 수준이다.

    높은 노인인구 비율은 혼자 사는 노인인구 비율로도 이어진다. 고흥군 노인의 1/3인 8,978명이 혼자 노년을 보내고 있다. 이 중 1/3인 2,259명이 이경휴 할아버지, 김순례 할머니와 같은 저소득 독거노인이다.

    최근 10년 간 고흥군 인구는 꾸준히 줄었지만, 반대로 노인 인구는 0.6~2%p씩 매년 늘었다. 이 같은 추세라면 향후 10년 뒤 고흥군의 노인 수는 전체의 절반에 해당하는 3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한경운 고흥군 주민복지과 주무관은 "고흥군은 과거 10년 간 인구대비 노인 비율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며 "이런 추세라면 10년 후에는 노인인구가 3만여 명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령화는 마을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황톳길을 따라 돌담이 펼쳐지고, 유자향과 코스모스로 가을 정취가 물씬 풍기는 고흥군 두원면 예동마을. 이 마을은 전국에서 고령화가 가장 심각한 마을이다.

    올해에만 벌써 독거노인 2명이 세상을 떠나 현재 38명이 살고 있다. 이중 2/3를 넘는 25명이 65세 이상 노인으로, 50세 이하 주민은 단 한 명도 없다. 노인들만 사는 마을인 셈.

    여든을 훌쩍 넘긴 송소순, 유야복 할머니는 집 마당에 쭈그려 앉아 벌레 든 밤을 손질하면서 담소를 나눈다. 혼자 사는 할머니들이 주로 마을회관에 모이는데 70대 후반은 젊은 축에 든다.

    "없어. 다 객지 가서 상께. 젊다는 사람이 한 80가량 되고 78인가 하는 사람이 한두 사람 밖에 없어. 회관에 가도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이 많아 허리 아픈 내가 밥을 해야 한당께."

    올해 98살로 백수를 앞둔 이 마을 최고령 송복순 할머니의 일상도 여느 어르신과 다름 없다. 손주들에게 줄 감 말랭이를 손질하고 있지만 쓸쓸한 마음은 감추지 못한다. 할머니는 마당 한 바퀴를 도는 것이 유일한 운동이자, 취미이자, 일상이다.

    "눈도 어두워지고 귀도 먹고 아무것도 못해, 포도시 마당에 돌아댕기고, 집 앞 밭에 나가고."

    전국에서 가장 고령화율이 높은 고흥 예동마을. 이 마을은 50세 이하 주민이 한 명도 없는 노인들만 사는 마을로 유명하다.(사진=최창민 기자)

     

    예동마을 곳곳에는 아직 번듯한 빈집들이 남아있다. 마을 어르신이 하나둘 노환이나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뒤 빈집으로 남게 된 것이다.

    고흥군 515개 마을 중 41개 마을에 결혼과 출산에 직접 관련이 있는 20~39세의 주출산여성이 단 한 명도 없다. 전체 마을의 8%에 해당한다.

    주출산여성이 1~2명인 마을까지 포함하면 169개 마을, 32.8%가 여기에 해당한다. 풍양면과 봉래면, 과역면 등은 전체 마을의 절반 가량에 가임여성이 0~2명이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인구 재생산이 불가능해져 10~20년 후 이들 마을은 심각한 인구 공동화 현상을 겪게 될 것이다. 아예 이 마을들이 머지않아 자취를 감추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이선란 고흥군 주민복지과장은 "우리나라도 출산율이 낮아 전문가들이 300년 후에는 나라가 없어진다고 판단하는 상황에서 농어촌은 더 심각하게 진행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1년에 3~4백명, 10년이면 3천명 이상 줄어든다고 봐야겠죠. 그런데 아이들이 안 태어나니까, 작은 마을들에는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지 않겠느냐 생각됩니다"라고 말했다.

    특별기획 <고독한 노인,="" 공동체가="" 해법이다="">는 미래창조과학부의 방송프로그램 제작 지원 사업을 통해 제작됐으며, 전남CBS 라디오 FM102.1㎒와 89.5㎒를 통해 오는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오후 5시부터 여수, 순천, 광양, 고흥, 보성, 구례, 곡성 전남동부지역 7개 시군에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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