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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매각이 불러올 폭풍, 김정주 대표는 몰랐나



IT/과학

    넥슨 매각이 불러올 폭풍, 김정주 대표는 몰랐나

    해외 보폭 넓히는 中 텐센트 인수 가능성 높아
    개발 인프라보다 넥슨 보유 IP 가치 더 매력적
    "넥슨 매물로 나오면 그룹 해체로 이어질 것"
    게임시장 재편 불가피…매각엔 시간 걸릴 듯
    "국내 기업·기관 컨소시엄 대응시 파장 최소화"

    김정주 NXC(넥슨 지주사) 대표 (사진=NXC 제공)

     

    "넥슨을 세계에서 더욱 경쟁력 있는 회사로 만드는데 뒷받침이 되는 여러 방안을 놓고 숙고 중에 있습니다."

    국내 1위 게임사 넥슨을 보유한 지주회사 NXC 김정주 대표가 4일 넥슨 등 NXC 보유 지분 전량 매각설이 나온지 하루 만에 입장을 내놨다. 김 대표는 매각설을 부인하지 않았다. 대신 "우리 사회로부터 받은 많은 혜택에 보답하는 길을 찾겠다. 지금껏 약속 드린 사항들도 성실히 지켜 나가겠다"는 말로 매각설을 간접 시인했다.

    이날 NXC가 일본 넥슨을 통해 매각 공시를 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시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업계에 따르면 김 대표와 부인 유정현 NXC 감사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NXC 지분 (98.64%)의 시장 가치는 약 10조 원에 달한다.

    국내 업계는 NXC 지분이 시장에 나오면 해외자본 외에는 국내 기업 중 인수할만한 곳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텐센트 등 중국자본이 인수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때문에 국부유출과 대규모 구조조정 등 국내 게임산업에 미칠 여파가 간단치 않다는 우려가 나오자 김 대표가 다시 '숙고'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 대표가 넥슨 매각에 대해 "여러 방안을 놓고 숙고 중에 있다"고 말한 점도 이같은 가능성을 뒷받침 한다.

    '지스타 2018' 행사기간 내내 인산인해를 이룬 넥슨관

     

    ◇ 김 대표, 매각 간접 시인…텐센트 등 해외 매각 가능성 높아

    넥슨의 최대 인수처는 최근 10년 사이 글로벌 공룡으로 성장한 콘텐츠 기업 텐센트가 유력시 된다. 텐센트는 넥슨의 개발 자회사 네오플이 2005년 출시한 '던전앤파이터'를 2008년 중국내 독점 서비스 했고 몇 차례 서비스 연장을 거쳐 최근 10년 연장계약이 성사됐다. 넥슨이 텐센트로부터 받는 연간 로열티 수익만 1조 원이 넘는다. 넥슨 전체 매출(약 2조 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다.

    넥슨은 연간 매출의 80%가 자사 보유한 기존 게임의 IP(지적재산권) 로열티에서 나올 정도로 최근 몇 년간 게임 성적이 좋지 못했다. NXC가 김 대표 개인 사유로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던전앤파이터 10년 계약이 성사된 텐센트의 입장을 고려한 타이밍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텐센트는 중국 시장을 석권한 뒤 해외로 눈을 돌렸다. 2016년 '클래시 오브 클랜', '클래시 로얄' 등 글로벌 흥행 게임을 만든 슈퍼셀을 77억달러에 인수했다. 당시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와 슈퍼셀 임직원이 보유한 지분 76.9%를 사들였다. 9조원에 달하는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7개 기관과 컨소시엄을 꾸렸다.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 하스스톤 등으로 유명한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최대 주주인 프랑스 미디어 기업 비방디유니버셜의 미국 엔터테인먼트사업부 비방디 유니버셜 엔터테인먼트(VUE)로부터 독립하면서 액티비전 블리자드 외에 바비 코틱 CEO와 BK 캐피탈 창업자 겸 최고 경영자인 세계적 금융전문가 브라이언 켈리가 텐센트와 손잡고 컨소시엄을 구성해 24.9%의 지분을 확보해 최대 주주가 됐다.

    업계는 중국내 규제 압박을 받고 있는 텐센트가 해외 메이저 게임사의 지분을 꾸준히 사들이며 해외시장 개척 보폭을 넓혀가고 있는데다 중국에서만 수 조원에 달하는 던전앤파이터 매출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네오플과 넥슨의 지분에 욕심을 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 매체는 이미 텐센트를 비롯해 일부 투자자들이 비밀유지각서(NDA)를 쓰고 NXC의 재무제표와 상세정보가 담긴 투자설명서(IM)를 받아갔다며 예비입찰은 2월 중순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로 넥슨코리아 본사 (사진=연합뉴스)

     

    ◇ 넥슨, 텐센트 등 해외자본 인수시 대규모 구조조정 불가피

    넥슨 그룹은 '김 대표→NXC→넥슨(일본법인)→넥슨코리아→10여 개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분구조를 가지고 있다.

    NXC는 넥슨컴퓨터박물관을 운영하는 NXCL, 스토케, 브릭링크 등을 보유한 투자전문기업 NXMH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그룹 핵심인 넥슨GT, 네오플 등 국내외 게임관련 계열사와 자회사 등은 중간지주 회사인 넥슨(재팬) 산하에 있다. 넥슨 코리아와 미국, 유럽 법인 등을 소유하고 있다.

    매각 대상 중 핵심은 중간지주회사 넥슨 재팬을 비롯한 산하 게임 계열사다. 넥슨 코리아와 계열사 직원은 6천 여명으로 크게 개발, 서비스, 운영 조직으로 나뉜다. 넥슨 매출의 80% 차지하는 IP는 수백여 개로 '바람의나라'와 텐센트가 중국에서 독점 서비스하는 '던전앤파이터'가 대표적이다.

    10조원에 달하는 지분을 전량 인수할 국내외 기업은 보이지 않는다. 독자 인수처나 컨소시엄이 구성되도 '알짜' 지분으로 분류되는 넥슨 재팬을 통한 넥슨의 주력 IP만 확보할 경우 넥슨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 인수처로 유력한 텐센트의 경우 이미 중국과 해외 개발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어 운용 부담이 큰 개발 조직을 떠안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김 대표가 "넥슨을 세계에서 더욱 경쟁력 있는 회사로 만드는데 뒷받침이 되는 방안을 숙고 중에 있다"고 밝혔지만 보유 지분 전량을 매각하는 상황에서 인수처의 구조조정을 막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수년 간 현 수준으로 넥슨을 유지한다는 인수조건을 걸더라도 매년 신규 출시하는 게임 성적이나 주요 매출처가 IP 로열티 매출에 쏠려있다는 점은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국내 기업들이 줄도산하면서 해외자본에 헐값에 넘어간 이후 갈갈이 쪼개지고 국내자본 유출과 대규모 구조조정을 불러왔던 점을 상기하면 넥슨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 특히 국내외 게임산업을 견인하는 3대 메이저 회사라는 점에서 업계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로 넥슨코리아 본사 (사진=연합뉴스)

     

    ◇ 국부유출·구조조정 여파 최소화, '국내 기업·기관 컨소시엄'도 해법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국내 메이저 게임사들과 기업, 기관 등이 공동 컨소시엄을 구성한다면 국내 인수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넥슨 해외 매각시 국내 게임산업에 불어닥칠 파장이 만만치 않은데다 종사자 대부분이 20~30대 등 비교적 젊은 세대여서 대규모 구조조정시 지지율 하락과 경제정책에 부침을 겪고 있는 현 정부·여당에도 적지 않은 부담을 줄 수 있기에 컨소시엄으로 기관이 지분 인수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이 관계자는 또 "NXC의 비게임 부문과 불필요한 일부 게임사업을 제외시킨다면 10조원대로 추정한 인수금액은 더 낮아질 수 있다"며 "협상과 몇차례 유찰을 겪는다면 가격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여기에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 둔화가 심화되고 있어 인수 거래 규모가 적지 않은 만큼 단시일내 매각은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넥슨이 가진 매력이 업계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근래 흔치 않은 '알짜 매물'이 한 번에 쏟아져나왔기 때문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넥슨이 보유한 게임 IP 중에는 여전히 알짜 매출을 가져다 주고 있는 효자상품들이 적지않다"며 "크로스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는 게임시장 트렌드를 감안하면 국내외 게임업계가 PC와 모바일, 콘솔 등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IP 확보를 욕심내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넥슨이 시장에 나온다면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그룹 해체와 더불어 게임업계 시장 재편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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