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기본시리즈', 떨어지는 출산율 잡을까

[초저출생: 미래가 없다]

편집자 주

작아지는 대한민국을 피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덜 작아지도록, 더딘 속도로 오도록 대비할 수는 있습니다. 초저출생은 여성의 문제가 아닙니다. 남녀 모두의 일입니다. 국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모든 개인, 모든 세대의 일입니다. CBS는 연중기획 '초저출생: 미래가 없다'를 통해 저출산 대책의 명암을 짚고, 대한민국의 미래와 공존을 모색합니다. ▶birth.nocutnews.co.kr

    
초저출생에 따른 인구 위기가 국가적 의제로 떠오르면서 대선 후보들도 앞다퉈 '저출생' 공약을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후보의 저출생 공약 중에선 '출산휴가·육아휴직 자동등록제'기본소득 정책이 특히 눈길을 끈다. 출산휴가·육아휴직 제도가 있어도 못 쓰는 현실, 돈이 있어야만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대한민국의 현 주소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육아휴직 보장도 중요하지만 '소득대체율' 높여야

지난해 우리나라합계출산율0.84명.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인 회원국은 한국이 유일하다. 왜 이토록 아이 낳기를 꺼리는 나라가 됐을까.
감사원이 지난 7월 내놓은 '저출산·고령화 대책 성과분석' 보고서를 보면 출산휴가·육아휴직 여부가구소득 감소, 양육·교육비 증가, 거주비 상승 등이 저출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사업주는 임신 중인 여성 근로자에게 출산전후휴가를 줘야 하고, 근로자가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육아휴직'신청'하면 이를 허용해야 한다.  
그러나 이 제도는 있으나 마나 한 허울뿐인 경우가 많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고용노동부의 의뢰로 시행한 '2019년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에 따르면 5~9인 사업체 근로자의 34.3%출산휴가를, 39.5%육아휴직을 전혀 활용할 수 없는 실정이었다. 특히 소규모 회사일수록 육아휴직 사용률은 현저히 떨어졌다.
어렵게 육아휴직을 신청했다가 불이익을 당하기도 한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지난달 발표한 '모성보호 갑질 보고서'를 보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전체 육아휴직자 31만여 명 중 36.1%가 퇴사했는데 자발적 퇴사보다는 권고사직일 것으로 추정됐다.
이재명 후보가 지난 8월 발표한 출산휴가·육아휴직 자동등록제는 이 같은 제도와 현실의 간극을 줄여보자는 취지다. 부모 모두의 출산휴가·육아휴직을 자동으로 등록해서 해당 제도를 이용할 권리와 접근성을 높이고 사업주의 법정의무 준수 의식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저출생 해결을 위해 온 사회가 힘을 모아 달려왔지만 단 1년의 육아휴직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 하는 사각지대 노동자가 여전히 너무나 많습니다.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특수고용 노동자, 비정규직 등 불안정안 일자리를 가진 노동자들도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점진적으로 육아휴직 소득대체율을 높여서 아빠육아에 더욱 많이 참여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 (2021년 8월 20일, 이재명 후보)
    
그러나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제도를 단순히 보장·권장하는 차원에서 나아가, 제도 자체에 대한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직장갑질119 이진아 노무사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쓰도록 권장하는 환경을 만드는 건 중요하다"면서도 "다만, 육아휴직은 출산휴가에 비해 소득대체율 자체가 너무 낮아 무조건 사용하게 하면 그 기간 가구소득이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출산휴가에 비해 기간이 길고 소득 보전비율이 낮은 육아휴직 제도의 현실적인 문제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기업-중소기업 '불균형 회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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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대기업과는 달리 근무여건이 열악한 중소기업의 상황도 개선해나가면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에 대한 법정의무 준수를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해 발표한 '일자리 안정과 저출산 대응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정규직이면서 △중위소득 이상의 소득을 얻고 △4대 보험이 보장되는 직업을 '아이 낳기에 괜찮은 일자리'라고 정의 내렸다.
중위소득은 소득순으로 순위를 매긴 다음 정중앙에 있는 가구의 소득을 가리키는데, 통계청의 '2019년 임금근로일자리 소득(보수) 결과' 자료에 따르면 월평균 소득은 309만원, 중위소득234만원이었다.
대기업 근로자의 월평균 세전소득은 515만원이었지만, 중소기업 근로자245만으로 임금 격차가 2배 이상이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균형한 힘의 관계를 바로잡는 것은 이 후보의 핵심 공약이다.
이 후보는 지난 15일 민주당 의원들과의 상견례 자리에서 "중소기업들은 영업이익률이 너무 낮아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균형한 힘의 관계 때문에 자신들이 만들어낸 경영성과를 충분히 스스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공정성 회복을 통해 성장의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재원 마련을 위해 소득세와 법인세의 최고 세율구간 등을 조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후보는 미국 대공황 시절 '뉴딜정책'으로 유명한 루즈벨트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며 "(그는) 획기적인 공산주의적, 또는 사회주의적 정책들을 만들어서 강력하게 집행했다"며 "법인세, 소득세율에서 (가장) 높은 구간이 91%까지 올라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이 후보의 '큰 정부' 정책이 실제 중소기업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나아가 저출생 해결과 맞물린 정책적 효과를 보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다음 달 초쯤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마치고 이 후보의 구체적인 정책 방향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기본시리즈'가 출산율 반등 이끌까?

수원=국회사진취재단수원=국회사진취재단
이재명 후보는 중소기업의 처우를 개선함과 동시에, 국가의 직접적인 지원을 늘려 저출생 문제 해결에도 나서겠다는 각오다. 국가 지원으로 가구의 실질소득을 늘려 출산을 꺼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돌리겠다는 것이다.
 
우선 '기본소득'이다. 이 후보는 2023년 '전 국민 연 25만원, 청년(19~29세) 연 125만원'을 시작으로 2024년부터는 '전 국민 기본소득 100만원, 청년 기본소득 2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임기 내 주택 250만 호를 공급하고, 이중 최소 100만 호'기본주택'으로 배정해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을 잡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기본주택은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건설 원가 수준의 저렴한 임대료로 30년 이상 역세권 등 좋은 위치에서 거주할 수 있는 공공주택을 뜻한다.
 
다만, 이렇게 늘어난 실질소득이 실제 출산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또 양육비용으로 흘러 들어가게 하기 위해서는 전국에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온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영태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재 지역(지방)에서의 출산율도 매우 낮은 수준인데, 그곳 집값이 비싸서 애를 낳지 않는 건 아니다"라며 "결국 서울에 가지 않더라도, 반드시 주거지가 서울이 아니더라도 적용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한다"고 제언했다.
※대선 주자들의 '저출생' 공약 분석 기사를 순차적으로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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