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지옥' 학교야말로 '오징어 게임'…저출생 해법은?

[초저출생: 미래가 없다]

편집자 주

작아지는 대한민국을 피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덜 작아지도록, 더딘 속도로 오도록 대비할 수는 있습니다. 초저출생은 여성의 문제가 아닙니다. 남녀 모두의 일입니다. 국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모든 개인, 모든 세대의 일입니다. CBS는 연중기획 '초저출생: 미래가 없다'를 통해 저출산 대책의 명암을 짚고, 대한민국의 미래와 공존을 모색합니다. ▶birth.nocutnews.co.kr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지난달 1일 수능 모의평가가 전국적으로 실행돼 서울 여의도여자고등학교 고3학생들이 1교시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지난달 1일 수능 모의평가가 전국적으로 실행돼 서울 여의도여자고등학교 고3학생들이 1교시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오는 11월 18일로 예정된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물론 학교 현장도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코로나19 확산세에 올해도 '마스크 수능'이 불가피하고 특히 올해 수능은 첫 문·이과 통합형으로 치러지는 만큼 일선 혼란도 더할 전망이다.
   
여기에다 초저출생에 따른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가 맞물리면서 수도권 집중 현상이 더 심화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저출생-수도권 쏠림-코로나 '3중고'

    
교육부에 따르면 2021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신입생 미달 인원이 사상 최대인 4만 486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대다수인 3만 458명(75%)이 서울·경기를 제외한 비수도권 대학에 집중되는 등 수도권으로의 '쏠림 현상' 가속화로 지방대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같은 대규모 미달 사태는 저출생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가 직접적인 원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 82만 명에 달했던 만 18세 학령인구는 지난해 51만 명에서 올해 47만 명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내년에는 미달 사태가 더 악화되면서 그 충격이 지방에 집중되고 이로 인해 수도권과 지방 간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다.
   

학벌주의-학교 서열화-학력차별 '악순환'

    
수도권 쏠림 현상의 이면에는 학벌주의 사회가 만든 뿌리 깊은 학교 서열화 문제가 내재돼 있다.
   
지난 7월에는 교육부가 '학력차별은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국회에 냈다가 호된 비판의 목소리에 이를 철회하는 일도 벌어졌는데 학력‧학벌 문제에 대한 민감성을 보여주고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교육학)는 언론 기고문에서 "우리 사회가 실력주의(능력주의)무한경쟁, 승자독으로 학력‧학벌을 추구하는 쪽으로 나아가면서 학교 교육 자체가 자원 분배의 수단으로 왜곡됐다"고 진단했다.
   
이로 인해 학교 교육 전반이 대학 진학에 초점을 맞춘 '입시 지옥'에 빠져들어 최근 유행하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처럼 무한 입시 경쟁에 내몰렸다는 지적이다.
   

자사고-국제중 '폐지 논란' 아직 진행중

서울교육단체협의회가 18일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배재고와 세화고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을 취소한 서울시교육청의 처분이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결을 규탄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서울교육단체협의회가 18일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배재고와 세화고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을 취소한 서울시교육청의 처분이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결을 규탄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고교 서열화, 과도한 사교육 등 '특권교육'의 대명사로 불리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 논란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자사고 10곳이 해당 교육청의 지정 취소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 1심 재판에서 모두 승소하면서 교육당국이 곤혹스럽게 됐다.
   
외국어 영재교육을 내세운 국제중 존폐 논란도 마찬가지다.
   
영어유치원-사립초-특목고로 이어지는 서열화된 '특권·귀족학교'라는 비판을 받아온 서울 대원·영훈 국제중도 지난해 지정 취소 소송에서 승소해 일반중 전환이 중단된 상태다.
   
이런 와중에 서울 자사고 3곳은 스스로 자사고를 반납하고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나서는 등 교육정책 방향을 둘러싼 혼란상이 연출되고 있다.
   

입시 지옥의 뿌리는 '5·13 교육개혁'…대전환 필요

입시 지옥을 방불케 하는 현 교육시스템에 대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현행 교육제도는 대부분 1995년 5·13 교육개혁뿌리를 두고있으며 이에 따른 교육의 시장화, 양극화 현상이 강화됐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대학 입시에 의해 고교교육종속되고 서열화된 고교체제가 초등중학교 교육을 연쇄적으로 왜곡시키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승자독식이 아닌 공존으로의 혁신미래교육 대전환'을 제안했다.
   
정제영 이화여대 미래연구소장(교육학 교수)도 '월간헌정' 기고를 통해 "저출산 시대를 맞이하여 미래교육의 방법 역시 혁신적 변화가 필요하다"며 "디지털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하여 대량생산형 학교에서 개별화된 맞춤형 교육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2025년 고교학점제 도입…미래형 대입제도 논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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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과도한 '입시 경쟁'으로 치닫는 고교 서열화의 해소 방안으로 2025년에 외국어고·자율형사립고·국제고를 모두 일반고로 전환하고, 모든 일반고에 고교학점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대학처럼 수업을 골라서 듣고 자신의 진로·적성에 맞게 과목을 선택해 수강하는 맞춤형 교육과정이다.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에 따라 교육 변화에 맞춘 대입제도 등 대대적인 개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지만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이 치르게 될 2028학년도 대입부터 적용될 '미래형 대입제도' 논의는 이제 겨우 시작한 상태다.
   
더구나 이에 따른 대입 제도 개선안은 오는 2024년에야 나올 전망이어서 교육 현장의 변화 추세를 감안하면 너무 안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중장기 교육정책을 추진할 국가교육위원회도 논란 끝에 내년 7월출범하게 되지만 이를 위한 설립준비단은 지난달에야 발족되는 등 걸음이 느리다.
   

교육시스템 '판 자체'를 갈아엎어야

  그래픽=안나경 기자 그래픽=안나경 기자
교육 전문가들은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급감에다 최근의 코로나19 사태가 교육환경 변화와 혁신을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코앞에 닥친 교육결손 문제, 교육 양극화 심화 등 시급한 교육현장의 과제가 산적해있다.
 
박 교수는 '저출산 시대 대응을 위한 초‧중등교육 관련 이슈와 정책 방향 탐색'이라는 논문에서 "그동안 많은 교육 정책들이 제시되었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정책을 설계할 때 정책목적의 타당성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저출산 관련 교육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관련 체제 변화도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최근 유행하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빗대어보면 게임 속에서의 '공정한 룰'의 문제가 아니라 '판 그 자체의 설계' 문제라는 지적이다.
   
대학에만 초점을 맞춘 입시 지옥. 그간 백약 처방을 해봐도 해결이 되지 않았다면 이제는 교육시스템의 판 자체를 혁명 수준으로 갈아엎어야 한다는 교육계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저출생에 따른 인구학적 위기는 곧바로 몇 년 안에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교육혁신을 위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 참고문헌
- 저출산 시대 대응을 위한 초‧중등교육 관련  이슈와 정책 방향 탐색(열린교육연구, 박남기, 2021)
- 저출산 시대 미래교육의 혁신(월간헌정, 정제영,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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