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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률 0%"…이탈리아 에밀리아 로마냐의 성공비결은?



전남

    "실업률 0%"…이탈리아 에밀리아 로마냐의 성공비결은?

    [전남CBS 기획특집 ⑤] 허울뿐인 농공단지, 특성화가 활로다

    우리나라 농공단지는 1960~70년대 급격한 산업화·도시화로 인한 도농 간 격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농어촌의 일자리 창출과 농외소득원 개발을 목적으로 1984년부터 조성됐다. 그러나 농공단지 정책을 시행한 지 30여 년이 지난 지금, 전국의 많은 농공단지는 지역 경제 활성화나 일자리 창출은 커녕 밤만 되면 우범지대가 되는 애물단지가 전락했다.

    전남CBS는 농공단지 출범 30년을 맞아 국내 농공단지들의 실태와 문제점을 살펴보고, 농공단지가 농어촌의 소득원으로 다시 활력을 찾는 방안은 없는지 기획특집을 마련했다. 특히 네덜란드와 이탈리아 등 해외의 모범사례를 통해 어떻게 하면 농공단지를 효자단지로 만들 수 있을지 그 해법을 10회에 걸쳐 찾아본다.

    오늘은 5번째 순서로 특화된 농공단지를 개발해 실업율이 0%인 이탈리아 에밀리아 로마냐의 성공비결을 소개한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왜 서자 취급하는가!" 허울뿐인 농공단지 30년
    ② "공해배출·지역에 부담만 주고…" 애물단지된 농공단지
    ③ 식품농업의 실리콘밸리…네덜란드 '푸드밸리'의 신화
    ④ 네덜란드인 유전자에 녹아있는 '공동체 의식'…푸드밸리의 산학협력
    ⑤ "실업률 0%"…이탈리아 에밀리아 로마냐의 성공비결은?
    오늘은 5번째 순서로 특화된 농공단지를 개발해 실업율이 0%인 이탈리아 에밀리아 로마냐의 성공비결을 소개한다.

    이탈리아 에밀리아 로마냐주 농촌 풍경(사진=전남CBS 박형주 기자)

     

    ◇ 실업률 0%, 에밀리아 로마냐

    이탈리아 북동부 포강 유역에 위치한 에밀리아 로마냐 주. 이탈리아 20개 주 가운데 하나로 면적은 우리나라 경기도의 2배 정도인 2만 2천㎢, 인구는 445만 명 가량이다.

    에밀리아 로마냐주의 2013년 기준 1인당 GDP는 3만 2천 3백 €로 유럽 평균인 2만 6천 6백 €를 21% 상회한다.

    이탈리아 국내 총생산의 9.3%와 총수출의 13%를 담당하며, 인구는 이탈리아 전체의 7.3% 수준이지만, 전체 생산의 9.3%를 차지할 만큼 이탈리아에서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한 지역이다.

    주밀라노 대한민국 총영사관 고경석 영사는 "이탈리아의 현재 전체 청년 실업률 47%, 전체 실업률은 20% 가까이에 이른다. 하지만 에밀리아 로마냐 주는 거의 0%에 가깝다.

    에밀리아 로마냐 주에 있는 파르마나 볼로냐, 모데나 지역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자기들은 자연 실업률 제외하면 0%에 가깝다고 할 만큼 이탈리아에서는 가장 부가 유지되는 곳"이라고 말했다.

    ◇ 좌파 주정부와 지방색이 형성한 사회적 경제

    에밀리아 로마냐는 1950년대까지만 해도 이탈리아에서 제일 못 사는 지역이었다.

    옛 공산당이 에밀리아 로마냐 지역의 주정부를 장악하면서 좌파식 사회적 경제 개념이 도입됐다.

    좌파 주정부는 국제공산당 코민테른이 지시한 '반독점 타도'라는 기업 정책을 에밀리아 로마냐에서 실천하려 했으나, 이 지역이 워낙 낙후된 지역이어서 독점 대기업이 거의 없었다.

    때문에 좌파 주정부는 반독점 타도 정책을 중소기업 육성정책으로 해석하고 실천에 나선다.

    이를 위해 기술은 있지만 돈이 없는 중소기업들에게 놀고 있는 땅을 개발해 시장 가격 이하로 제공했다.

    이같은 중소기업 육성 정책은 이탈리아 특유의 대가족 경영 형태의 소기업과 대대로 내려오는 장인 정신이 어우러져 조합기업의 확산과 집적화된 산업지구를 형성했다.

    농촌경제연구원 정은미 연구위원은 "봉건시대를 지나면서 이탈리아가 통일된 것이 1800년도 후반이다. 그런데 그때 이후에도 중심세력들은 북부지역이었다. 북부지역 사람들은 남부 지역과 인종도 다르다. 프랑스나 독일쪽과 가깝다. 그런데 통일을 하다보니까 로마가 중심이 됐는데 북부에서 멀다. 이러다보니 국가중심의 사고방식이 희박하다. 그 부분이 협동조합을 강하게 만드는 원인 가운데 하나이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는 각 도시별로 지방색이 강하다. 같은 에밀리아 로마냐주에 살면서도 '우리는 서로 다르다'고 말할 정도다.

    이처럼 지방색이 강한데다 중앙정부의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자 지방행정의 자치성이 매우 강화됐다.

    여기다 사회적 경제를 중시하는 좌파정부가 장기집권하면서 에밀리아 로마냐에서는 협동조합 형태의 산업이 크게 발달했다.

    에밀리아 로마냐주 파르마 프로슈토햄 생산공장이 밀집한 랑기라노 산업지구(사진=전남CBS 박형주 기자)

     

    ◇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지역별 산업지구

    에밀리아 로마냐 지방에는 9개 현이 있는데, 각 현마다 특화된 산업지구를 갖고 있다.

    카르피는 섬유와 의류 산업지구, 모데나와 레지오 에밀리아는 세라믹과 농기계 산업지구, 라베나는 신발 산업지구, 리미나는 목재생산기계 산업지구, 폴리 세세나는 실내장식과 가구 산업지구, 파르마는 식료품 산업지구, 페라라는 바이오메디칼 산업주, 볼로냐는 포장기계 산업지구 등으로 유명하다.

    우리로 치면 시군별로 각각 서로 다른 산업지구가 특화돼 있는 것으로 우리의 농공단지와 비슷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농공단지와 달리 이들 산업지구들은 각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발전한 산업을 기반으로 하며, 주변에 관련 중소기업들이 집적화해 있다.

    전통적으로 발전한 산업은 주로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된다.

    농촌경제연구원 정은미 연구위원은 "이탈리아 농가는 프랑스나 독일 등 부부나 중부유럽 농가와 다르게 남유럽의 특징인 대가족 농기업 경영형태를 띤다. 그런 형태가 100년 이상 성장했다. 가족 농기업들이 유통을 위해서 유통 채널을 하나로 만든 것이다. 우리로 치면 농협이 전 유럽을 대상으로 판매를 해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판매를 잘하기 위해 종자부터 기술 지도에 다 들어간다. 우리 농업기술센터가 하는 역할을 당사자들이 한다. 직원을 고용하고 그 직원은 그런 기술지도만 전문적으로 한다"고 말했다.

    프로슈토 디 파르마 햄 숙성 모습(사진=전남CBS 박형주 기자)

     

    ◇ 프로슈토 햄

    이탈리아 북부 에밀리아 로마냐 주에 있는 파르마 시.

    인구 18만의 소도시인 이곳은 기원 전에 건설된 역사 깊은 도시로, 중세에는 학문과 예술의 중심지였다.

    밀라노와 에밀리아 로마냐주의 주도인 볼로냐 사이에 위치한 교통의 요지로 인근의 농업지대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의 집산지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비싼 햄인 프로슈토 햄의 생산지로 유명하다.

    프로슈토햄 생산 조합인 프로슈토 디 파르마(Prosciutto di Parma) 엘케 페르난데스 국제 마케팅담당은 "이탈리아에서는 로마시대부터 돼지고기 다리를 저장하는 방법을 계속해 왔다. 중세시대때부터는 돼지고기 다리를 가공해서 만든 많은 음식을 먹어 왔는데 그런 역사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저희 조합은 1963년에 개소했다. 프로슈토햄은 옛날부터 저장해서 먹어왔지만, 그 방법을 더 체계화하는 역할을 맡아왔다"고 말했다.

    조합의 역할은 프로슈토 디 파르마라는 브랜드를 보호하고 생산지를 파르마로 한정시켜 특화하는 것이다.

    프로슈토 디 파르마 조합 엘케 페르난데스 국제 마케팅 담당은 "돼지고기 안다리와 살레마리노라는 천일염만 사용한다. 어떤 화학제품도 넣지 않는 두 가지 순수원료만 쓴다. 이는 우리 브랜드를 보호하고 다른 유사제품과 차이를 두기 위해서다. 프로슈토 디 파르마 햄은 파르마 남쪽 지역이라는 특정 지역에서만 생산하도록 했다. 100% 자연산으로써 로마와 중세시대, 지금까지 이어지는 옛날방식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고수한다"고 말했다.

    프로슈토 디 파르마는 이탈리아 내 10곳을 지정해 그곳에서만 생산되는 돼지 가운데에서도 생후 9개월된 돼지 안다리만 사용한다.

    또 돼지 사육은 이탈리아 각지에서 이뤄지지만 햄생산은 이곳 파르마 남부 지역에서만 생산되도록 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이 같은 프로슈토 디 파르마 조합에 대해 지난 1996년 원산지 생산자보호(DOP) 특허를 줬다.

    살루미피쇼 콘티 CEO(사진=전남CBS 박형주 기자)

     

    파르마 남부에 있는 작은 시골마을 랑기라노. 이 곳에는 프로슈토 디 파르마 햄을 만드는 농가들이 밀집해 있다.

    여성사장 살루미피쇼 콘티 씨도 이 곳에서 프로슈토 디 파르마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1968년 아버지가 설립한 공장을 대를 이어 운영하고 있고, 현재는 어머니와 여동생 둘과 함께 가족경영을 하고 있다.

    전형적인 대가족 경영 농가인 셈이다.

    살루미피쇼 콘티 사장은 "돼지 안다리가 가장 귀하게 여겨진다. 가격이 다른 부위에 비해 2배 정도 비싸다. 최소 1년, 최장 3년까지 햄을 숙성한다. 우리는 이탈리아에서 생산된 생후 9개월이고 최소 180kg은 나가야 하는 돼지만 고집한다. 다른 유럽국가들이 만드는 프로슈토는 4~5개월된 돼지를 쓰기도 하고, 숙성 기간도 짧다. 우리 파르마 프로슈토는 숙성기간이 길어야 우리가 생각하는 프로슈토의 제맛이 난다고 생각한다. 프랑스나 스페인 등은 프로슈토에 다른 화학제품을 첨가하지만 파르마 프로슈토는 소금만 사용한다"고 말했다.

    에밀리아 로마냐주 볼로냐시에 자리한 에르벳(ERVET) 본부(사진=전남CBS 박형주 기자)

     

    ◇ 에밀리아 로마냐 지역개발기구 ERVET

    오늘날의 에밀리아 로마냐 주가 이탈리아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성장한 지역이 된 배경에는 에밀리아 로마냐 주정부의 지속적이고 효율적인 산업정책이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1972년에 이탈리아 중앙정부는 에밀리아로마냐를 비롯한 이탈리아의 각 주들에게 지역산업정책에 대한 권한을 넘겼다.

    에밀리아로마냐 주정부는 이에 따라 1974년에 관련 주정부 법을 제정해 지역산업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지역개발기구로서 비영리기관인 에르벳(ERVET)을 설립했다.

    에르벳 파올라 메카니 지역발전 부문 수석은 "에르벳이 처음 생길 당시에는 에밀리아로마냐 주정부 등 지방정부와 은행, 기업, 여타 공공기관 등이 함께 참여해 설립됐다. 1970년 초 이 지역에는 중소기업들이 굉장히 많이 생겼다. 그런데 이들 기업들은 마케팅이나 자금 지원 등에 있어서 경험 부족에 따른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에밀리아 로마냐 주정부와 지역에 있는 시가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중소기업들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고자 에르벳을 설립했다"고 말했다.

    에르벳 산하에는 리얼서비스센터라는 각 지역별 지원 조직이 있었다.

    이 센터는 각 지역에 중소기업 형태로 존재하는 섬유/의류, 세라믹, 농기계, 신발/가죽, 건축부문을 지원하는 조직이다.

    주목되는 것은 이 리얼서비스센터가 에르벳 산하조직으로 흡수되기 앞서 기존에 지역별로 자생적으로 존재해오던 분야별/영역별 지원조직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다.

    에르벳 파올라 메카니 수석은 "에르벳 리얼서비스센터는 지역 중소기업이 국내외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조직됐다. 앞서 각 지역별로 비슷한 지원 조직이 있었는데 에르벳이 이를 통합 관리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중소기업들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도시들의 자생력도 커지면서 행정에서는 리얼서비스센터의 관리조직으로서 에르벳의 존립 필요성을 재검토하게 됐다. 이에 따라 에르벳은 행정과 민간 복합조직에서 행정 중심의 조직으로 성격이 개편됐다. 따라서 과거에는 여러 조직에서 운영비를 지원했으나, 현재는 주정부에서 100% 지원한다. 이 때문에 기업보다는 에밀리아로마냐주에 정책을 제언하는 것이 주된 업무가 됐다"고 말했다.

    에르벳 현판(사진=전남CBS 박형주 기자)

     

    에르벳은 출범 초기와 성격이 다소 달라졌지만, 중소기업이 자생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방정부 차원에서 운영했던 점은 우리나라 지방정부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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