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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해배출·지역에 부담만 주고…" 애물단지된 농공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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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해배출·지역에 부담만 주고…" 애물단지된 농공단지

    [전남CBS 기획특집 ②] 허울뿐인 농공단지, 특성화가 활로다

    우리나라 농공단지는 1960~70년대 급격한 산업화·도시화로 인한 도농 간 격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농어촌의 일자리 창출과 농외소득원 개발을 목적으로 1984년부터 조성됐다. 그러나 농공단지 정책을 시행한 지 30여 년이 지난 지금, 전국의 많은 농공단지는 지역 경제 활성화나 일자리 창출은 커녕 밤만 되면 우범지대가 되는 애물단지가 전락했다.

    전남CBS는 농공단지 출범 30년을 맞아 국내 농공단지들의 실태와 문제점을 살펴보고, 농공단지가 농어촌의 소득원으로 다시 활력을 찾는 방안은 없는지 기획특집을 마련했다. 특히 네덜란드와 이탈리아 등 해외의 모범사례를 통해 어떻게 하면 농공단지를 효자단지로 만들 수 있을지 그 해법을 10회에 걸쳐 찾아본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왜 서자 취급하는가!" 허울뿐인 농공단지 30년
    ② "공해배출·지역에 부담만 주고…" 애물단지된 농공단지
    전남 여수 화양 농공단지 (사진=전남CBS 박형주 기자)

     

    ◇ '화학 농공단지로 전락한 여수 화양농공단지

    전남 여수시 화양면 화동리 일대에 자리한 화양농공단지. 이곳은 이름만 농공단지일 뿐 사실상 화학산단이나 다름 없다.

    모두 17개 입주업체 가운데 석유화학업체가 7개, 고무와 플라스틱업체가 5개, 금속업체가 3개, 폐기물재생업체가 1개, 기타업체 1개 등이다.

    동아시아 최대 화학산단인 인근 여수국가산단의 부속 산단 노릇을 하고 있는 셈이다.

    여수환경운동연합 조환익 사무국장은 "여수 화양농공단지는 농공단지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다. 그냥 화학단지다, 화양이 아니고. 대부분 여수화학 산업단지에서 나오는 원료나 부산물을 가지고 위험하고 위해한 설비들을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양농공단지 인근에 있는 화양고등학교. 지난 2013년 여름 이 학교 교사와 학생들이 여수시청 앞에서 시위를 시작했다.

    화양농공단지에서 수년째 뿜어져 나오는 악취로 도저히 학교에서 숨쉬기 조차 힘들다며 지역사회의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당시 화양고 정일권 교사는 "화양농공단지와 학교의 거리가 150m에 불과하다. 학교 학생의 절반 이상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농공단지에서 나오는 오염된 공기 물질 때문에 학생들 생활하는데 너무 힘들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화학물질 타는 역겨운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화양고 학생들의 시위에 지역시민단체들까지 이에 연대하는 등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전라남도는 보건환경연구원을 통해 화양농공단지의 악취 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농공단지 입주업체 3곳에서 악취방지법 시행규칙이 규정한 기준치 이상의 악취가 검출됐다. 이에 따라 여수화양농공단지는 같은 해 12월 전라남도 최초의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됐다.

    이후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여수시가 화양농공단지 주변 대기와 수질조사와 함께 주민들의 건강역학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별다른 피해가 없다는 결과를 도출하자 환경단체와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기도 했다.

    (사진=여수넷통 제공)

     

    여수화양농공단지의 환경의 폐해는 악취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2004년 8월에는 화양농공단지 주변 논에서 수확을 앞둔 벼들이 이유도 모른 채 말라죽었다. 피해 규모는 당시 화양면 나진리 논 2만 4천여 평에 달했다. 2006년에는 농공단지 인근 하천이 흘러드는 화양면 안포마을 갯벌 20ha에서 바지락이 집단 폐사했다.

    그러나 두 사건 모두 화양농공단지에서 유출된 폐수에 따른 피해로 추정될 뿐 결국 원인자을 찾아내지 못했다.

    화양농공단지가 1990년대 초 조성될 당시에는 이처럼 화학산단으로 개발된 것은 아니었다.

    여수시 산단지원과 관계자는 "화양농공단지는 애초에 공해없는 공장과 수산물가공공장을 입주조건으로 내걸었다"고 말했다.

    친환경 산업단지라는 말만 믿고 농수산물 가공공장 8개와 공산품 가공공장 6곳이 사업신청을 했다. 그러나 사업신청후 사업성을 검토한 결과 입주를 포기한 업체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농공단지 입주가 몇 년간 지지부진하던 1996년 정부는 산업단지별로 관리기본계획을 수립하라는 지침을 내렸고, 당시 여천군은 입주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해 친환경이나 수산물가공을 포기하고 제조업으로 입주기업의 기준을 변경했다.

    97년 기본계획수립시 입주업종이 분야별로 정리됐는데, 이때 전기전자, 기계금속과 함께 화학이 공식적으로 등장한다. 친환경 농수산물가공단지를 지양하던 화양농공단지는 이때부터 화학단지가 된 것이다.

    1998년에는 이들 업종외에 폐기물처리업 외 기타 업종까지 추가하면서 사실상 모든 업종이 입주할 수 있는 산단이 돼 버렸다.

    향후 이어진 환경 재앙의 서막이 이때 열린 것이다.

    악취는 다소 약해졌다고 하지만 여수화양농공단지 인근 주민의 피해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화양농공단지에서는 요즘도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해 주민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화양농공단지 주변에는 최근 들어 암환자가 급증했는데, 주민들은 그 원인으로 농공단지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때문으로 지목하고 있다.

    환경오염지역으로 소문이 나면서 주민들도 농산물 판매에 애로를 겪고 있다. '농약보다 더 좋지 않은 악취로 물든 농작물을 어떻게 사먹겠냐'며 소비자들이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잡초만 무성한 옥천 의료기기 농공단지 일대 (사진=전남CBS 박형주 기자)

     

    ◇ 뜬금없는 농공단지, 옥천 의료기기 농공단지

    우리나라의 정중앙에 위치한 충청북도 옥천군. 대청호 주변 수질보호구역으로 청정지역인 이곳에 없는 의료기기산업 전문 농공단지가 건설되고 있다.

    옥천에 '뜬금없이' 의료기기농공단지가 조성된 것은 충청북도의 지역균형발전 전략과 관련돼 있다.

    생명산업을 모토로 하는 충북은 제천에 한방, 괴산에 유기농, 오송에 바이오 등 3개 권역을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바이오삼각벨트로 지정하고 있다.

    옥천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들어선 오송과 거리가 매우 가까워 오송의 바이오 산업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의료기기산업 육성지역으로 배치된 것이다.

    옥천신문 황민호 제작국장은 이를 지역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했다.

    황민호 국장은 "옥천 의료기기는 밑도 끝도 없다. 옥천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특화농공단지로 의료기기를 한 것인데 주민들은 황당한 것이다. 충북도의 균형발전사업으로 몇십~몇백억 지원해주는 것이 있다. 도에서도 옥천군이 낙후된 곳이어서. 그 돈을 옥천군 관료들이 의료기기로 하자고 하고 해버린 것이다. 주민 의견수렴이나 지역과의 연계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그렇게 해버린 것이다. 관련 대학이나 산업도 없는데 그런 상황에서 의료기기 단지를 유치하겠다고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지역 사회와 괴리된 옥천의료기기 농공단지는 좀처럼 활성화되지 않고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지난 2006년부터 추진한 옥천 의료기기 농공단지에는 2010년 조성이 완료된 이후 6개 업체가 입주했는데, 의료관련 기업은 단 2곳뿐이다. 나머지 4곳은 기계와 금속 가공 기업으로 의료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업체들이다.

    이들 기계와 금속 가공 기업들도 대체로 기존에 옥천에 위치했던 업체들이 이전하거나 분리돼 창업한 업체들이며, 농공단지 전체 고용인원도 150명으로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옥천의료기기농공단지 관리사무소. 인적이 뜸해 11월 초 방문 당시 문이 잠겨 있었다. (사진 전남CBS 박형주 기자)

     

    전체 옥천 의료기기 농공단지 조성 예산 149억 원 가운데 대부분인 116억 원을 옥천군 예산으로 충당했고, 이를 위해 옥천군은 70억 원의 지방채를 발행했다가 최근에서야 상환했다.

    전체 분양면적 14만 4천여㎡ 가운데 현재 활용되고 있는 부지는 67%, 나머지는 잡초만 무성한 채 방치되고 있다. 사실상 의료기기농공단지로서의 역할을 상실한 셈이다.

    그런데 이 농공단지 바로 옆에 또다시 똑같은 목적의 제 2 의료기기 전문산단이 또 추진되고 있다.

    충청북도 산하 충북개발공사는 오는 2019년 조성을 목표로 '의료기기밸리'라는 이름의 일반산단을 옥천의료기기농공단지 바로 옆에 추진하고 있다. 현 옥천 의료기기 농공단지보다 2배 이상 큰 33만여 ㎡ 규모로 589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옥천 의료기기 농공단지도 제대로 분양이 되지 않고 있는데, 비슷한 목적의 2배나 큰 산단을 또 건설하는 것이다.

    옥천신문 황민호 국장은 "의료기기 단지라고 해놓고 의료기기가 실제로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게 지자체 예산을 막대한 돈을 들이붓고서 실제로 기대했던 고용창출이나 경제활성화는 전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근데 여기서 끝나지 않고 이것도 다 안채워졌는데, 또 제 2산단을 만들겠다고 하고 있다. 되게 무리한 무모한 계획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옥천신문(사진=전남CBS 박형주 기자)

     

    옥천 의료기기 농공단지의 실패를 경험한 옥천군은 이 의료기기밸리와 의료기기농공단지의 분양 활성화를 위해 '의료기기'라는 명칭을 포기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옥천군은 제 2단지는 38.5%만 의료기기산업으로 채울 예정이다.

    옥천군 장태식 기업지원팀장은 "2단지가 10만 평 규모인데, 38.5% 정도만 의료기기로 가고, 나머지는 일반기업으로 채울 예정이다. 의료기기로만 채우는데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돼 의료기기 명칭을 계속 유지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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