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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서자 취급하는가!" 허울뿐인 농공단지 30년



전남

    "왜 서자 취급하는가!" 허울뿐인 농공단지 30년

    [전남CBS 기획특집 ①] 허울뿐인 농공단지, 특성화가 활로다

    우리나라 농공단지는 1960~70년대 급격한 산업화·도시화로 인한 도농 간 격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농어촌의 일자리 창출과 농외소득원 개발을 목적으로 1984년부터 조성됐다. 그러나 농공단지 정책을 시행한 지 30여 년이 지난 지금, 전국의 많은 농공단지는 지역 경제 활성화나 일자리 창출은 커녕 밤만 되면 우범지대가 되는 애물단지가 전락했다.

    전남CBS는 농공단지 출범 30년을 맞아 국내 농공단지들의 실태와 문제점을 살펴보고, 농공단지가 농어촌의 소득원으로 다시 활력을 찾는 방안은 없는지 기획특집을 마련했다. 특히 네덜란드와 이탈리아 등 해외의 모범사례를 통해 어떻게 하면 농공단지를 효자단지로 만들 수 있을지 그 해법을 10회에 걸쳐 찾아본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왜 서자 취급하는가!" 허울뿐인 농공단지 30년
    ② "공해배출·지역에 부담만 주고…" 애물단지된 농공단지

     

    지난 11월 4일 대구 엑스코(EXCO)에서 열린 제 5회 전국 농공단지 협력의 날 행사. 농공단지 입주업체들의 축제로 떠들썩하게 열렸어야 할 행사지만, 행사장에는 탄식과 서러움에 찬 푸념으로 가득 했다.

    경북에서 농공단지 입주업체를 운영하는 장대진 경상북도의회 의장은 ”지방산업단지와 비교할 때 우리 농공단지는 모든 부분에서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사단법인 한국농공단지연합회 임동환 회장은 정부가 농공단지를 서자 취급한다고 성토했다.

    임 회장은 "나중에 청와대에 탄원할 것이다. 왜 농공단지를 서자 취급하나! 산업단지만 우선이냐! 농공단지 만들어놨으면 고기잡는 법, 그물까지도 사줘야 되는 건 아닌가? 배만 만들어 놓고 그물도 안 주고 낚시도 안 주고 잡는 법도 안 가르쳐 주고. 그게 정부에서 할 일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성된 지 30년이 넘어 이제는 농촌경제에 활력이 되어야 할 농공단지 입주업체들이 이처럼 시름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농촌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시작한 농공단지

    우리나라 농공단지는 1960~70년대 급격한 산업화·도시화로 인한 도농 간 격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농어촌의 일자리 창출과 농외소득원 개발로 농촌을 활성화 시켜보자는 목적으로 1984년부터 조성됐다.

    이 사업은 경제개발을 총괄하는 경제기획원이 직접 주관했다. 경제기획원은 기획원 내에 ‘농외소득개발기획단’을 설치하고 ‘농어촌소득원개발촉진법’을 제정·시행했다.

    농공단지 정책은 농어민의 소득증대와 농어촌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시행된 정책이다.

    농공단지는 정책이 시작된 지 30년이 지난 지금, 전국 곳곳에 들어서 우리나라 주요 산업기반이자 일자리 창출에 상당한 역할을 하는 산단으로 성장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이재천 사무관은 “농공단지는 그동안 농업인들을 고용해 지역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성과가 있었다. 농공단지에는 중소기업들이 많이 입주해 있는데, 단지 조성비를 지원하기 때문에 수도권보다 아무래도 입주비용이 절약될 수 있다. 그래서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창업을 촉진하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농공단지의 현재 고용인력은 14만 7천 700명이며, 이 가운데 61%인 9만 명이 현지인이다. 또 이 가운데 만 명 가량은 농업을 함께 하는 인력으로, 소득기반이 취약한 농촌의 중요한 농외소득원이 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농공단지의 전체 생산액은 50조 7천 617억 원이며, 업체당 평균 생산액은 86억 5천만 원이다. 전체 수출액은 127억 7천 7백만 달러고, 업체당 평균 218만 달러에 달해 수치로만 보면 분명 농촌경제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

    농공단지는 지난 30년 동안 다른 산업단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입지여건과 규모(단지 면적·입주업체 수)의 영세성에도 불구하고 생산과 고용 창출을 통해 지역과 국가 경제에 기여해왔다.

     

    ◇낙후된 인프라로 총체적인 위기를 맞은 농공단지

    그러나 농공단지는 정책 시행 후 30년이 경과하면서 인프라가 낙후되고 정부의 정책에서도 뒷전으로 밀려나는 등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재 운영중인 농공단지 460여 곳 가운데 167곳이 1980년대 만들어진 곳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이재천 사무관은 "농공단지는 교육과 의료, 상하수도, 문화,복지 등이 도시지역에 비해 열악하고, 농어촌 지역의 지속적인 인구 감소와 고령화 추세로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지역 특성에 맞는 기업의 입주 수요도 부족하다. 지역의 농산물을 원료로 한 농식품 가공·유통 등 전후방 연관산업의 활성화가 필요하지만, 농식품 관련 기업 자체가 영세한 상황이어서 농식품 분야 동종·유사 업종의 집적화에 어려움이 있다.

    ◇산·학·연·관 연계체계 미흡

    또 이런 영세성을 벗어나기 위해 필수적이어야 할 산·학·연·관 연계체계가 크게 미흡한 실정이다. 산·학·연·관 연계 체계의 중심이 되는 기업지원기관들이 대부분 도시에 있고, 농공단지가 도시에서에서 떨어져 있다보니 관련 기관 간 연계와 향토자원의 개발 또는 활용에 한계가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이같은 한계를 극복하고자 지난 2008년부터 농공단지 입주기업과 지역 관련 기관이 연계하고 협력해 현장 맞춤형 기술개발과 시제품 제작, 시험분석, 공동마케팅, 해외시장 개척, 교육훈련 등을 지원하는 농공단지 클러스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 462개 산단 가운데 대상 산단은 55개에 불과해 수혜 단지나 기업이 극히 제한적인 실정이다.

     

    ◇관리주체가 뚜렷하지 않은 농공단지의 현실

    농공단지에 대한 관리주체가 뚜렷하지 않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농공단지의 지정 주체는 산업입지와 개발에 관한 법과 산업집적활성화와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시장이나 군수, 구청장 등 지방자치단체장이다.

    그러나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 19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중앙정부가 농공단지를 지정하고 관리했다.

    중앙정부가 농공단지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관리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관라 부담을 지자체에 사실상 떠넘겼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강원발전연구원 지경배 일자리 사회적경제센터장은 “일반산단이나 국가산단은 중앙정부가 지정 주체여서 지원금이 메머드급으로 지원된다. 그런데 농공단지는 지정 주체가 지방자치단체다. 농공단지는 1990년대에 지정 권한이 지자체로 이전되면서 좋게 이야기하면 지자체의 발언권이 강화됐지만, 나쁘게 이야기하면 중앙부처가 떠넘긴 꼴이 됐다. 이에 따라 지자체장인 도지사가 관심을 갖지 않으면 농공단지는 활성화되기 어려운 구조로 돼 있다“고 말했다.

    이런 현실로 비춰볼 때 기초지자체장이 치적 쌓기를 목적으로 마음만 먹으면 33만㎡ 이하 면적으로 농공단지 지정을 남발할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여기에 농공단지를 조성한 후에는 지자체와 함께 한국산업단지공단, 산업단지관리공단, 입주기업체 협의회 등이 모두 관리기관이 된다.

    농공단지 지원은 형식적으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총괄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여러 기관으로 농공단지 관련 역할이 분산돼 있어 지자체 담당자나 농공단지 관계자 등이 혼란을 겪게 된다. 관리 주체가 많다 보니 잘 되면 내 탓, 잘못 되면 네 탓이 된다.

    농공단지의 초기 조성과 인프라 지원은 농식품부와 국토부, 환경부 등이 맡지만, 유지 관리와 활성화는 산자부와 노동부, 산업단지공단, 중소기업청, 중소지업진흥공단, 지자체 등이 맡는다.

    또 농공단지 관리와 입주기업에 대한 지원은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 설립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산자부와 지자체가 맡지만, 농공단지 내 농식품 분야 관련기업은 농산업육성정책과 연계해 농식품부의 정책대상으로 관리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농공단지 입주기업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산자부가 농공단지를 총괄관리하기를 희망함에 따라 산자부가 농공단지 관리를 총괄하도록 했다.

    그러나 산자부는 상대적으로 생산 규모가 큰 국가산단이나 일반산단, 도시첨단산단 업무까지 맡아야 할 입장이어서 규모가 작고 영세한 농공단지는 뒷전으로 밀리기 십상이다.

    실제로 지난 2/4분기 기준 산업단지별 생산액을 보면 농공단지는 전체의 5.2%에 불과해 61.1%인 국가산단과 33.1%인 일반산단에 비해 생산액이 턱없이 적다.

    농촌경제연구원 김용렬 연구위원은 “농공단지에 대한 관리는 산업집적 활성화 및 공장 설립에 관한 법률을 모태법으로 하고 거기에 따른 통합 지침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 이 통합지침에 따라 산자부와 농림부, 환경부, 국토부가 농공단지 관리와 지원을 제 각각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특정 부처가 주도권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없다. 일반 국가산단이나 일반산단은 산자부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지원도 많고 끊임없이 관리나 혁신을 위한 일이 이뤄지는 데 농공단지는 그런 게 없다“고 말했다.

     

    ◇농촌과 괴리된 농공단지

    지금 우리나라 농공단지는 농촌에 있어 농공단지라고 부를 뿐, 실상은 일반산업단지와 다를 게 없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2월 발간한 ‘농산업 육성을 위한 특화농공단지 제도개선 방안 연구’를 보면 농공단지의 주력 업종은 유효표본 121개 가운데 기계와 화학, 전자 등 일반 제조업이 108개로 89.3%를 차지한다.

    {RELNEWS:right}지역의 농산물과 특산물을 활용한 농산물 가공업은 9개로 7.4%, 수산물 가공업은 4개로 3.3%에 그친다. 말만 농공단지일뿐 농어촌 지역의 특산물과 연계되는 농공단지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농촌경제연구원 김용렬 연구위원은 “농공단지가 농어민의 소득증대를 위해 만들어졌지만, 농어민을 대상으로 하기에는 단지 운영에 한계가 있다보니 일반 기업들을 유치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농공단지가 농촌산업단지화 됐다. 이에 따라 농어민과 밀착되는 부분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지난 1980년대 초 정부가 농공단지 정책을 시작한 것은 급격화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른 도농 간 격차 문제를 해소하고 농어촌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였다.

    그러나 농공단지 정책 시행 30년이 지난 지금, 일부 농공단지들은 설립 목적과는 한참 동떨어진 모습으로 오히려 지역사회의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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