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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농업의 실리콘밸리…네덜란드 '푸드밸리'의 신화



전남

    식품농업의 실리콘밸리…네덜란드 '푸드밸리'의 신화

    [전남CBS 기획특집 ③] 허울뿐인 농공단지, 특성화가 활로다

    우리나라 농공단지는 1960~70년대 급격한 산업화·도시화로 인한 도농 간 격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농어촌의 일자리 창출과 농외소득원 개발을 목적으로 1984년부터 조성됐다. 그러나 농공단지 정책을 시행한 지 30여 년이 지난 지금, 전국의 많은 농공단지는 지역 경제 활성화나 일자리 창출은 커녕 밤만 되면 우범지대가 되는 애물단지가 전락했다.

    전남CBS는 농공단지 출범 30년을 맞아 국내 농공단지들의 실태와 문제점을 살펴보고, 농공단지가 농어촌의 소득원으로 다시 활력을 찾는 방안은 없는지 기획특집을 마련했다. 특히 네덜란드와 이탈리아 등 해외의 모범사례를 통해 어떻게 하면 농공단지를 효자단지로 만들 수 있을지 그 해법을 10회에 걸쳐 찾아본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왜 서자 취급하는가!" 허울뿐인 농공단지 30년
    ② "공해배출·지역에 부담만 주고…" 애물단지된 농공단지
    ③ 식품농업의 실리콘밸리…네덜란드 '푸드밸리'의 신화
    2015 네덜란드 푸드밸리 엑스포(사진=전남CBS 박형주 기자)

     

    ◇ 식품농업 분야의 실리콘밸리, 네덜란드 푸드밸리

    농식품 수출국을 물어보면 대개 미국과 중국, 브라질 등 국토가 넓은 나라를 꼽는다.

    하지만 우리나라 경상도와 전라북도를 합친 정도 규모(4만 1천㎢) 의 국토를 가진 네덜란드가 세계 2위의 농산물 수출국이라고 하면 신기해 한다.

    그 밑바탕에는 '푸드밸리'가 있다.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에서 동쪽으로 85km 떨어진 와헤닝언(Wageningen) 시.

    인구 4만 5천 명 남짓의 작은 도시이지만, 도시의 이름보다 '푸드밸리'라는 이름으로 전세계에 더 알려져 있다.

    지난 10월 12일부터 이틀간 이곳 푸드밸리의 중심지인 와헤닝언 대학에서는 제 11회 푸드밸리 엑스포가 열렸다.

    푸드밸리에 위치하거나 연관된 80여 개 식품농업관련 기업과 연구소 등이 참여한 이 엑스포는 11년 전 푸드밸리 출범과 함께 시작됐다.

    이번 엑스포에서는 자연분해가 가능한 커피캡슐을 개발한 친환경업체 'PEEZE'사가 영예의 대상을 수상했다.

    PEEZE사는 커피 로스팅 때 한번 쓰고 버려지는 커피캡슐을 자연분해가 가능한 친환경소재를 이용한 신제품으로 개발한 점이 높이 평가됐다.

    PEEZE사 티모 탭스터 CEO는 "로스팅을 위해 쓰이는 커피캡슐은 전세계적으로 연간 150억 개가 사용된다. 그런데 현재 널리 쓰이는 커피캡슐은 플라스틱과 알루미늄으로 만들고 있다. 이는 일회용으로 환경 파괴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우리 회사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사탕수수라는 천연재료로 커피캡슐을 만들었다. 이는 자연분해가 가능한 친환경제품으로 기존 캡슐을 대체할 수 있어 시장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자체 개발한 자연분해성 커피캡슐에 대해 설명하는 PEEZE사 티모 탭스터 CEO(왼쪽) (사진=전남CBS 정정섭 아나운서)

     

    푸드밸리는 PEEZE 사와 같이 농식품분야 첨단 기업과 연구소들이 커뮤니티를 이루고 있는 농식품분야 '실리콘밸리'다.

    푸드밸리지구 아놀드 리어링 홍보이사는 "와헤닝언 시가 많은 사람들이 큰 도시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인구 4만 5천 명의 아주 작은 도시다. 게다가 대부분이 학생들이다. 이름도 부르기 어려운 도시지만 푸드밸리 조성 이후 세계적인 도시로 성장해 있다. 네덜란드 총리가 2년 전에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는데, 중국 총리가 수도 암스테르담에 대해 묻는 것이 아니라 '와헤닝언에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라고 물을 만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도시가 됐다"고 말했다.

    '푸드밸리'는 와헤닝언 시를 중심으로 주변 반경 30km 지역에 있는 8개 도시에 분포한다.

    이 지역은 식품농업분야 회사들과 과학자들의 집적도가 전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2천 6백개 회사와 20개 연구소, 만 명 이상의 농식품 과학자, 그 중에서도 천 7백여 명의 박사들이 이 '푸드밸리'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다.

    국적으로 따지면 167개 나라에 달해 말그대로 농식품산업의 세계적인 심장부라 할 수 있다.

    네슬레와 다농, 유니레버, 하인즈 등 내로라하는 다국적 농식품기업들이 모두 푸드밸리에 모여 있다.

    연간 매출액만 480억€, 우리 돈으로 70조 원으로 농식품산업으로 중화학중심인 여수국가산단에 버금가는 규모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는 네덜란드 전체 국내 총생산(GDP)의 10%에 해당한다.

    푸드밸리지구 버나드 캠퍼린크 해외투자디렉터는 "우리의 푸드밸리가 한국이 전북에 조성하고 있는 푸드폴리스와 다른 것은 푸드밸리라는 이름을 쓰기 전인 2001년부터 2003년까지 1,500개 기업들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클러스터에서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당신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라고 물었고, 기업들은 '우리는 돈을 더 벌기를 원한다', '우리는 대학과 협력하고 싶다', '우리는 인력이 더 필요하다' 등의 대답을 얻었다. 그것을 바탕으로 우리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시작했다. 우리는 푸드밸리라는 그럴싸한 건물을 먼저 짓고 '여기로 오세요'라고 하지 않았다.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먼저 경청했다.

    그랬더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아는가? 유니레버는 본사가 로테르담에 있지만, 신제품 개발은 푸드밸리에서 하고 있다. 우리는 그들에게 '연구시설을 푸드밸리에 새로 지을 필요없다. 그냥 푸드밸리에 있는 연구소들과 협력해서 신제품을 만들어라'하고 연결해 줬을 뿐이다. 한국의 CJ나 농심, 빙그레와 같은 기업들도 이곳 연구소들에 신제품 개발을 의뢰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5 푸드밸리 엑스포가 열린 와헤닝언 대학 ORION관 (사진=전남CBS 박형주 기자)

     

    푸드밸리가 위치한 와헤닝언 시는 토지가 비옥해 전통적으로 낙농업이 발달했다.

    낙농가가 해가 갈수록 늘면서 농부들은 낙농업에 대한 연구개발과 자녀 교육을 위해 와헤닝언에 농업대학을 설립했다.

    와헤닝언 대학과 수많은 낙농가들은 이후 관련 기업들과 연구기관들을 와헤닝언과 주변 도시로 몰려들게 했다.

    특히 10여년 전 '푸드밸리'라는 부르기 쉬운 이름으로 브랜드화되면서 기업과 연구기관의 집적화가 더욱 가속화됐다.

    푸드밸리지구 버나드 캠퍼린크 해외투자디렉터는 "실리콘밸리처럼 푸드밸리라는 이름을 쓰면서 이곳의 대학이나 기업 등이 국제적으로 더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회사들이 '우리는 푸드밸리에 있는 업체'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이나 정부 차원에서도 더 많은 행정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푸드밸리로 브랜드화한 이후 지난 10년간 285건의 새로운 투자가 창출됐고, 2천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됐다. 이 작은 지역에 2천 6백여 개의 농식품 관련회사가 밀집하게 됐다. 농식품분야 산업 지역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높은 밀도다. 또한 전세계에서 농업 관련 연구를 하기 위해 몰려들어 108개 국적을 가진 천여 명의 학자들이 몰려들었다. 한국이나 중국, 일본 등의 기업들이 연구인력을 보내놓고 귀국을 시키기보다 그들이 여기에서 머물면서 계속 연구하기를 원하거나 이곳에서 그들의 신규 고용을 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푸드밸리지구 버나드 캠퍼린크 해외투자디렉터(左)와 아놀드 리어링 홍보이사(右) (사진=전남CBS 정정섭 아나운서)

     

    ◇ 중앙정부가 아닌 지역 공동체가 일군 푸드밸리

    유럽의 경우에는 우리나라처럼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조성하는 형태의 농공단지 같은 경우는 찾아볼 수 없다.

    농촌경제연구원 김용렬 연구위원은 "우리의 농공단지는 독특한 사례다. 대체적으로 유럽에 가면 민간주도지 정부가 많이 개입하지 않고 R&D 투자만 한다. 푸드밸리는 네트워크형이다. 단지라기보다는 도시 자체가 밸리고 단지다. 대학을 중심으로 와헤닝언 대학으로해서 R&D 중심으로 연결돼 있다. 여기 단지인지 밸리인지 잘 모를 정도다. 도시 자체가 R&D 중심의 밸리"라고 말했다.

    거대한 농식품단지 푸드밸리는 놀랍게도 네덜란드 정부가 아닌 대학과 지방정부 등 지역 공동체의 주도로 시작됐다.

    지난 2001년 푸드밸리의 대표 대학인 와헤닝언 대학이 식품 클러스터 육성계획을 세우면서 '푸드밸리'라는 이름이 공식적으로 등장한다.

    이후 와헤닝언 대학과 함께 인근 에드(Edde) 시를 비롯한 4개 도시와 네덜란드 주정부, 동네덜란드개발청, 라보은행 등 9개 기관이 공동 출자해 푸드밸리재단을 2004년 9월에 설립했다.

    이와 함께 푸드밸리지구라는 지역개발기구가 설립됐다. 푸드밸리지구는 와헤닝언을 포함한 8개 도시가 연합해 형성한 기구로, 각 도시별로 사무소를 구축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푸드밸리지구 버나드 캠퍼린크 해외투자 디렉터는 "푸드밸리라는 아이디어는 2001년에 시작됐다. 푸드밸리재단 사무소 설립은 2004년에 이뤄졌다. 재단은 푸드밸리의 기업들 간이나 대학과 기업간 협력 등 혁신력을 증강시키는데 중점을 두고 기관으로 연구개발(R&D)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따라서 지엽적인 면보다는 네덜란드 전역의 농업 경제 개발을 중점을 둔다. 재단 인원도 15명 정도 매우 작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푸드밸리지구라는 지역개발기구가 함께 설립됐다. 이는 와헤닝언을 포함한 주변 8개 도시의 협력체다. 따라서 푸드밸리재단보다 규모가 더 크다. 푸드밸리지구는 실질적으로 지역 개발에 초첨을 맞춰 건설과 기업 유치, 유통, 교육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종종 한국이나 일본 등에서 푸드밸리재단과 지구를 혼동하곤 한다. 그러나 재단과 지구는 긴밀히 협력하면서 푸드밸리 발전에 힘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푸드밸리 엑스포에 참가해 정보와 의견을 공유하는 푸드밸리 기업과 기관 관계자들. (사진=전남CBS 박형주 기자)

     

    '푸드밸리 지구’는 단순히 지역정부의 연합체가 아니라 지역기업, 학교, 시민단체 등도 함께 하는 커뮤니티 역할을 맡고 있다.

    푸드밸리 지구 구성원들은 푸드밸리 내에서 개선돼야 하는 사안이나 효율적인 방안에 대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중앙정부에 적극적으로 건의하고 예산지원을 받기도 한다.

    푸드밸리지구 아놀드 리어링 홍보이사는 "푸드밸리 내에 구성원들의 협력체계는 그 어느 지역보다 원활하다. 예를 들어 약 5년전 지역의 한 병원에 세계에서 가장 큰 3D MRI 기계가 있었다. 이 MRI 기기는 일주일에 3일은 병원에서 사용하지만 이틀은 와헤닝언 대학에서 연구를 위해 사용했다. 병원과 대학은 이를 교체하겠다며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고, 정부에서는 좋은 협력 모델이라며 예산을 지원했다.

    또 푸드밸리에 외국인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국제학교의 필요성이 제기됐는데, 푸드밸리지구에 포함되지 않은 약 30분 떨어진 아른헴이라는 도시에 조그마한 국제학교가 있었다. 와헤닝언이나 인근 다른 도시들은 자신들의 국제학교를 짓기보다는 각각 예산을 지원해 아른헴의 국제학교를 대형화했다. 이처럼 푸드밸리 안의 구성원들은 푸드밸리의 성공을 위해서는 하나의 공동체라는 의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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