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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서류 잘못…스위스에서 40여년을 엉뚱한 이름으로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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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양서류 잘못…스위스에서 40여년을 엉뚱한 이름으로 살아

    한국인 입양아 스타자흐씨의 '나를 찾는 여행'

    스타자흐씨가 어릴적 스위스로 입양된 직후 찍은 사진

     

    4살 때 한국에서 스위스 가정으로 입양된 '재형(47)'씨. 그의 정식 이름은 자신의 입양 기록에 따라 '김 재형 스타자흐(Kim Jae Hyong Starzacher)'다.

    스위스에서 대학교를 나와 현지인과 결혼까지 한 그는 스위스인으로 자랐다. 사실 한국에 대해 궁금한 것도 없었다.

    그러나 두 아들이 태어나고 그들이 자신의 생김새 때문에 한국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재형씨는 한국, 그리고 자신을 낳아준 친어머니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아이들 스스로 반은 한국인, 반은 스위스인이란 걸 깨닫곤 한국에 대해 궁금해했어요. 한국인이라는 것도 자랑스러워했죠. 그런 것들이 나의 눈을 뜨게 해줬습니다. 제 자신 이야기에 관심 없던 저는, 아이들과 함께 한국이라는 배경에 대해 생각하게 됐습니다."

    ◇ '재형'씨로 살던 스위스인, 한국에 오다

    40살 되던 2008년, 그는 아내와 두 아들의 손을 잡고 한국을 찾았다.

    "첫번째 한국 방문은 정말 특별했죠. 아무도 날 쳐다보지 않았거든요. 사실 스위스에선 내게 스위스인이 쓰는 독일어로 말을 걸지 않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선 사람들이 한국어로 말을 거니까 한국인이 된 것 같고 기분이 좋았죠."

    그는 여행을 마치고 스위스에 돌아가 본격적으로 '뿌리찾기'에 나섰다. 우선 자신의 입양 절차를 맡았던 한국사회봉사회에 출생에 대해 문의했지만 아무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

    2013년 그는 다시 한국을 찾았다. 직접 친어머니를 찾아보겠다고 발벗고 나선 것.

    입양 서류 기록에 따라 부산에 간 재형씨는 어렵사리 서류상의 '친엄마' A씨를 찾았다. 그러나 A씨는 "부산에서 재형이랑 같이 살고 있다"는 황당한 답을 했다.

    {RELNEWS:right}사연은 이랬다.

    수십년 전, 미혼모였던 A씨가 아이 때문에 결혼이 어렵게 되자, A씨의 어머니는 아이를 입양보내려고 기관에 맡겼다.

    그러나 A씨의 아버지는 차마 손자를 버릴 수 없다며 다시 입양기관에 와 아이를 찾아갔고 결국 A씨와 함께 살게 됐다.

    재형이라는 이름의 진짜 주인공은 그 아이였고, 잠시 기관에 맡겨졌던 아이의 이름만 엉뚱하게 옮겨붙은 것이다.

    "제가 40여 년 동안 간직해왔던 이 입양 서류는 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니까 이제 전 재형이 아닌 거죠. 심지어 이 서류 속 태어난 날에 생일 축하를 받았는데 그것도 제 것이 아니었던 겁니다."

    그가 알고 있는 자신의 확실한 정보는 4살 때쯤 스위스로 입양됐다는 것뿐, 자신의 이름도 생년월일도 모두 알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스타자흐씨는 자신의 프로필은 물론 어린시절과 흡사한 사진이 첨부된 입양기록부를 확인하고 자신의 실제 입양기록부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다시, '진짜 나'를 찾아서…

    스타자흐라는 이름만으로 남게 된 그는 당황스러운 마음에 다시 한국사회봉사회를 찾았다.

    그곳의 입양 담당자는 사과하고 그의 입양 서류 찾는 일에 적극 나섰지만, 관련 서류를 찾을 수는 없었다. 그러다 입양이 취소된 서류들까지 훑게 됐고, 그 가운데 스타자흐씨가 입양된 해인 1973년에 입양 절차를 밟았던 한 아이의 서류가 눈에 들어왔다.

    서류에 기록된 아이의 태어난 해는 1968년으로 스타자흐씨와 같았고, 그가 스위스로 건너간 뒤 찍은 사진과 매우 흡사한 아이의 사진도 첨부돼 있었다.

    서류 속 아이의 이름은 김현식, 어머니는 김○○.

    "지금도 100퍼센트 확신하진 않지만, 스위스에서 가져온 제 사진과 비교하면 상당히 비슷합니다. 정확한 증거는 없지만 지금 현재로선 김현식이 진짜 제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어요."

    문제는 이 서류 또한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스타자흐씨의 '뿌리 찾기'를 돕고 있는 연세대 대학원 나임윤경 교수는 "이 서류를 보면 어머니의 생년월일이 1944년 5월이고 나이가 31살로 돼있는데 73년도에 작성한 서류라면 나이가 29살이어야 한다"며 "나이를 틀리게 적었거나 생년월일을 잘못 적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또 서류에 적힌 글씨마다 굵기가 달라 서류가 조작됐을 수도 있다는 점 역시 스타자흐씨의 걱정거리다.

    입양 기관의 실수로 40여년을 스위스인 ‘김재형 스타자흐(Kim Jae Hyong Starzacher)’ 로 살아온 재형 씨. ‘진짜 나‘ 찾기에 나선 재형 씨는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친어머니를 찾고 있다. 그의 ’뿌리 찾기‘ 는 현재 진행형이다. (황진환 기자)

     

    그래도 그는 새로 찾은 서류를 믿고 김○○씨를 찾고 있다.

    "전 한국도 어머니도 원망하지 않아요. 그냥 저의 처음이 궁금할 뿐이에요. 우리 아이들처럼요. 그리고 저의 어머니는 저와 닮았는지, 그녀에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을 뿐이죠…"

    이제 현식씨일지도 모를 스타자흐씨는, 경찰청 실종미아찾기센터를 방문해 자신의 DNA를 등록하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써서 친어머니를 찾고 있다.

    그는 며칠 후 다시 스위스로 떠난다. 하지만 그의 뿌리 찾기는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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