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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정한 '워마드'를 바라보는 한 천주교인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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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작정한 '워마드'를 바라보는 한 천주교인의 시선

    이나미 한서대 연구교수(정치학 박사)

    (사진=워마드 사이트 화면 갈무리)

     

    "비뚤어질 테다!!!"

    지금 워마드를 봤을 때의 느낌이다. 천주교인으로서 이들을 봤을 때 이들의 성체 훼손과 각종 위협은 안타깝고 놀랄 일이지만, 그렇게 해야지만 이들을 바라봐 주는 사회와 종교계를 보면서도 답답하다.

    나는 한때 기독교인이었다가 온갖 부정부패를 일삼는 일부 개신 교회에 실망하여, 그나마 사회참여에 관심이 있고 비교적 청렴한 천주교로 종교를 바꿨다.

    사실 워마드가 박근혜나 기독교를 비판하지 않고 문재인과 천주교를 비난하는 것에 화가 난다. 이들을 '극우 페미니즘'으로 자리매김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이미 죽은 시체에 칼 꽂지 않는 것' '똥 싼 아이가 아니라 오줌 싼 아이를 야단치는 것'으로 이를 해석할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들의 공격 대상은 이미 온갖 비난을 받고 있는 존재가 아니라 현재 막강한 도덕적 위력을 갖고 있는 존재는 아닌지.

    그러므로 워마드의 '비뚤어지려고 작정'한 행위에 대해, 똑같은 위치에 서서 비난을 할 것이 아니라 도덕적 위력을 가진 존재로서 큰 마음을 가지고 이들을 바라보고, 또한 이 기회에 자신을 한 번 되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나는 천주교인이지만, 늘 여성사제가 없는 것을 포함하여 천주교가 남녀차별을 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져 왔다. 가톨릭은 너무나 크고 체계적이고 단단한 조직이다. 그리고 마침 수장인 프란체스코 교황은 너무도 훌륭한 분이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천주교는 더 단단해져서 더 바뀌기 어려울 것처럼 보인다.

    무엇이든 바닥까지 가야 변화가 시작되는 법이다. 워마드의 일탈에 너무 열을 내지 말고, 똑같이 맞서려 하지 말고, 이를 계기로 훨씬 크고 도덕적인 존재가 이제 자신을 돌이켜보기를 바란다.

    예수님이 원수를 사랑하라고 한 것은 그것이야말로 원수를 작고 초라하고 약하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성체 훼손은, 저 버림받아 악쓰는 여인들을 위해 예수님이 또 한 번 더 죽으신 것이다.

    역사는, 신은 어처구니없는 존재도 유용하게 쓰신다. 화장을 거부한 공안검사, 막무가내 트럼프, 로켓맨 김정은이 이 거대한 역사의 변화에 한몫을 할 줄 그 누가 상상이나 했으랴. 막장 드라마 주역 최순실 덕분에 정권은 바닥까지 갔고 이에 시민사회는 오랜만의 기지개를 켜고 거대한 분노의 파도를 일으켰다.

    거대하고 위엄이 있고 존경받는, 또 그래서 꿈쩍하는 천주교는 이번 기회에 자신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할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

    ※ 본 기고는 CBS노컷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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