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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과 고립이 낳고 기른 '워마드'



문화 일반

    절망과 고립이 낳고 기른 '워마드'

    '워마드'는 왜 논란을 만들고 키우려 할까?
    미학자 진중권 "행동 이면 절망감 읽어야"
    사회학자 윤인진 "공론장으로 불러들이자"
    극단적 흐름 거울 삼아 사회모순 성찰 과제

    (사진=워마드 사이트 화면 갈무리)

     

    통념을 비웃는 듯한 일탈 행위로 반발을 낳고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워마드'가 사회 질서를 위협하는 병폐로 규정돼 가는 분위기다. '오직 여성인권만을 위한 커뮤니티'라는 기치를 내건 워마드는 왜 (생물학적) 남성에 대한 무차별 공격으로 사회적 논란을 키우며 고립의 길을 걷고 있을까.

    미학자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13일 CBS노컷뉴스에 "(워마드의 행위에 대해) 너무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며 "이번에 (비판받는 워마드의) '성체 모독' 논란과 관련해 일베(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에서는 성모 마리아를 늘 성적으로 모독해 왔다. 일베의 이러한 행위는 이슈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사실 가톨릭(천주교)과 여성주의 사이 대립은 외국에서는 늘 있어 온 일"이라고 진 교수는 전했다. 실제로 서구 여성주의 단체들은 여성 사제를 여전히 허용하지 않는 등 보수적인 천주교의 성차별 교리와 치열하게 싸워 왔다.

    진 교수는 "따지고 보면, 이번에 (워마드를 비판하는 데) 쓰이고 있는 '성체 모독' 프레임은 오히려 가톨릭에게 굉장히 위험한 것"이라며 "(역사적으로) '성체를 모독했다'는 죄목을 뒤집어씌워 유대인, 여성들을 학살한 게 가톨릭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성운동뿐 아니라 모든 운동에는 언제나 극단적인 세력이 있는 법"이라며 "다만 워마드의 경우 성평등을 추구하는 데 목적을 둔 것이 아니라, 남성을 무조건 공격한다는 점에서 여성운동으로 볼 수 없다"고 진단했다.

    "워마드가 그러한 행동을 함으로써 여성주의 전체에 안 좋은 이미지를 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러한 이유를 들며 워마드를 (인위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 워마드가 페미니즘 전체를 대변하는 것도 아니고, 워마드 역시 대변할 생각도 없어 보인다. 일베와 마찬가지다. 일베가 존재한다고 해서 한국 남자 전체가 일베인 것은 아니다."

    결국 워마드와 일베라는, 한국 사회에서 태어난 극단적인 흐름들을 거울 삼아 우리 사회 모순을 짚어보고 깊이 성찰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일베나 워마드는 절망에 가득찬 사람들로 이뤄진 조직이다. 다시 말해, '정상적인 방식으로는 사회가 우리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는다'라는 데서 오는 절망감이다. 워마드가 극단적으로 행동하게끔 만드는 이유 역시, 기존 여성운동의 방법으로는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절망감에 있다고 여겨진다."

    진 교수는 "우리는 워마드의 행동 이면에 자리잡은 절망과 분노를 읽어야 한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나는 일베를 좋아하지 않지만, 그 사이트를 없애는 것에는 반대한다. 마찬가지로 워마드를 좋아하지 않지만, 없앤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본다. 한국 사회는 전체적으로 여성 혐오 사회다. 우리는 그들(워마드)의 분노를 읽고 성찰해야 한다. 그들이 보내는 사인을 거부하고 지우려는 방식은 옳지 않다."

    ◇ "합리적 의사소통 공간이 개별 이익 초월하는 공동체 이익 만든다"

    지난 3월 8일 서울 명동 YWCA회관 앞에서 한국YWCA연합회원들이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미투운동 지지와 성폭력 근절을 위한 손펫말을 들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단순히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을 배척하고 고립시키는 행태는 공동체의 존립을 위협한다. 만고불변의 진리다. '도대체 왜'라는 물음을 생략한 채 혐오 정서를 쏟아내는 일각의 움직임이, 워마드를 더욱 극단으로 내몰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회심리 연구에 천착해 온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어떠한 조직에서 사회적으로 문제 되는 일이 벌어졌을 때, 가장 중요하고 근본적인 해법은 해당 조직 내부에서의 자정 노력"이라고 운을 뗐다.

    "만약 외부에서 해결하겠다고 나설 경우 '부당한 공권력 개입'이라는 식의 오해를 살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이 자정 노력이 굉장히 취약하다. 종교계, 교육계, 군대 등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다. 일반적인 시각으로 봤을 때 믿기 어려운 부패나 비리가 조직 내부에서 일어났을 때 그것을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그런데 언제나 일종의 '제 식구 감싸기' 문화가 작동한다."

    그는 "그러한 행위(제 식구 감싸기)로 인해 결국에는 해당 조직 전체가 사회적으로 매도 당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며 "워마드 논란과 관련해서도 여성계 내부에서 자정 노력이 우선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이를 사회 전반으로 확장하면, 그 중심에 똬리를 튼 우리네 혐오 문화를 들춰내고 직시함으로써 성찰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 윤 교수의 지론이다.

    그는 "사회학자 위르겐 하버마스(독일·1929~)가 말하는 '합리적인 의사소통 공간'이 그것"이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인간에게는 두 가지 사고가 있다고 본다. 먼저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쪽으로 생각하고 변호하려는 '이기적인 사고'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비록 자신과 자기 집단에게 손해가 되더라도, 자신이 속한 공동체나 사회 전체를 위해 바람직한 생각을 하도록 만드는 의식이 있다. 그것이 바로 '공익적인 사고'다."

    윤 교수는 "사람들은 공공적이고 합리적인 장소가 아닌 곳에서는 이기적인 주장만을 하게 된다"며 "그런데 자신이 얘기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듣고 평가하는 '공론장'이 되면 전혀 달라진다"고 전했다.

    "공론장에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다 보면 본인의 이기적인 주장이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는 것을 스스로도 알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이기적인 사고를 갖고 있지만, 공론장을 통해 다른 사람들 앞에 섰을 때 자기 주장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보게 된다. 그리고 그에 따른 부끄러움도 느끼게 된다. 그러면 보다 보편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이 이뤄진다. 공론화 과정을 통해 개개인의 이익을 초월하는 공동체의 이익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그간 우리 사회는 여성 등 사회적 약자의 말을 경청하고 면밀히 소통할 수 있는 공론장을 마련하지 못해 왔다. 이는 많은 이들에게 절망감과 고립감을 안겼다. 워마드·일베 등이 그 단적인 결과물인 셈이다.

    윤 교수는 "사람들은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해 자기 의사를 충분히 개진하고 합의가 이뤄졌을 때 보다 큰 책임감을 갖게 된다"며 "사안이 불거졌을 때 무조건 혐오하거나 배척하지 말고, 일종의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공론장, 그러니까 합리적인 의사소통 공간으로 그들을 불러들이려는 자세가 요구되는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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