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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콘' 시사풍자 향한 눈총…"파시즘 도래"



문화 일반

    '개콘' 시사풍자 향한 눈총…"파시즘 도래"

    목말랐던 권력 풍자…몇주 만에 존폐 기로에
    이택광 교수 "기존 프레임 더이상 작동 안해"
    드디어 밖으로 나온 '파시즘'…악의 평범성
    "제주 예멘난민 반대 시위, 역사에 남을 날"

    지난달 24일 방송된 KBS 2TV '개그콘서트' 시사 풍자 코너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에서 코미디언 김원효가 지난 6·13지방선거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 당선인의 인터뷰 태도 논란을 풍자하고 있다. (사진=방송 화면 갈무리)

     

    그간 여성 등 사회적 약자·소수자에 대한 비뚤어진 혐오 정서에 기대어 억지 웃음을 쥐어짠다고 비판받아 온 KBS 2TV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가 최근 자성이라도 하듯 시사 풍자 코너를 새로 선보였다. 그러나 해당 코너는 방송 몇 주 만에 혐오 대상이 돼 존폐 기로에 서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했다.

    '개그콘서트'는 지난달 17일부터 코미디언 김원효를 내세운 시사 풍자 코너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를 시작했다.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먹고 살 수 있게 개그맨들 영역은 좀 침범하지 말아 주세요"라는 코너 속 김원효의 외침에서도 드러나듯이, 사회 이슈를 짚어내는 풍자 개그로 대중의 공감 어린 웃음을 불러일으키겠다는 취지다.

    이 코너는 첫 회에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단식과 그 과정에서 발생한 폭행사건,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연이은 '갑질' 기행 등을 주요 이슈로 다뤘다.

    문제는 지난달 24일 전파를 탄 2회에서 불거졌다. 코너 말미 김원효가 지난 6·13 지방선거 당일 경기도지사 이재명 당선인 인터뷰 태도 논란을 풍자하는 퍼포먼스를 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시사 풍자 자체를 다뤄서는 안 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이러한 파장을 의식이라도 한 듯, 지난 1일 방송된 3회에서는 다소 가벼운 월드컵 이슈로 논란을 피해 가려는 태도를 보였다. 이날 코너 초반 김원효는 '(풍자 개그보다) 댓글이 더 재밌다' 등 조롱 섞인 누리꾼 의견을 소개하면서 자신의 고충을 에둘러 나타내기도 했다.

    지난 정권 아래에서 우리는 정치인 등 권력 쥔 사람들의 일그러진 행태를 속시원하게 비판하는 시사 풍자 코미디에 목말라 했다. 그런데 왜 지금에 와서는 다른 태도를 보이게 됐을까.

    문화비평가인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2일 CBS노컷뉴스와 가진 전화통화에서 "이러한 경향은 지난 2016년 겨울 '촛불'과 관련이 있다고 보는데, 결국 촛불은 '해방'이 아니었던 셈"이라며 진단을 이어갔다.

    "촛불은 해방이 아니라 '법을 지키라'는 요구에 가까웠다. 지금 사회가 요구하는 것은 규범의 강화다. 이를 통해 일탈을 단속하자는 것이다. 이번 제주 예멘 난민 문제로도 불거졌듯이 이러한 '규범화'의 바탕에는 개인의 안전 문제가 있다."

    이 교수는 "'평화' '안전'은 굉장히 좋은 말이지만, 여기에는 '소란' '소음' '위험'을 없애야만 평화와 안전이 보장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며 일화 하나를 소개했다.

    "최근 영화관에 갔다가 아주 우스운 광고를 봤다. 한국 경찰 인력이 절대 부족한데, 그 문제를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면서 드론·감시카메라를 광고하더라. 문제는 이것이 '빅브라더'(Big Brother·조지 오웰이 소설 '1984'에서 경고했던 전체주의 사회를 상징하는 말) 와 다름없다는 데 있다."

    그는 "한국 사회는 이러한 흐름이 마치 휴먼 스토리인 것처럼 자연스레 받아들여지는 곳이 됐다"며 "(전 세계적으로) 1960년대 이후 개인주의·자유주의 관점에서 프라이버시로 대표되는 개인의 권리를 최우선에 뒀다면, 지금은 이와 동시에 그것을 위협하는 존재로 간주되는 사람들의 프라이버시 권리는 박탈할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셈"이라고 봤다.

    ◇ '잡음'으로 간주되는 소수자·약자 목소리…변형된 '빨갱이' 낙인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 도심에서 난민 반대 시위가 열리고 있다. (사진=노컷V/자료사진)

     

    결국 기존 통념을 뒤집고 더 나은 가치를 추구하고자 하는 의견이나 태도가 '잡음'으로 간주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시사 풍자 대상은 기성 정치권이다. 그동안에는 '박근혜' '자유한국당'과 같은 공동의 적이 존재했다. 우리 사회에서는 대체로 그러한 공동의 적을 낡은 세력으로 인식했는데, 여기서 낡은 세력은 '이빨 빠진 호랑이'를 뜻한다. 즉, 한국 사회 시사 풍자 영역에서는 이빨 빠진 호랑이를 향한 풍자만 용인돼 온 것이다."

    이 교수는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관점에서 낡은 세력을 비판해 온 것이 한국 사회 풍자의 일반적인 형태"라며 "이른바 진보로 불리는 세력도 이러한 테두리 안에서 입지를 다져 왔는데, 이제 더이상 그 풍자 프레임이 작동하지 않게 됐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으로 자유한국당은 지금 궤멸 상태다. 그러니 이른바 한국 사회에서 용인돼 온 풍자 대상도 사라지는 셈이다. 더욱이 정치적 견해에 대한 지지보다는, 특정 정치인의 팬덤화가 이뤄지다보니 해당 정치인이 풍자 대상이 됐을 때 팬덤 입장에서는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측면도 작용한다."

    그는 "사람들이 말하기 주저하는 부분이기도 한데, 이러한 현상은 사실 파시즘"이라고 꼬집었다. "이러한 한국 사회 파시즘이 지난달 30일 제주 예멘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바깥 시위로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는 이야기다. 그는 이 시위를 두고 "한국 역사에 남을 날"이라고 표현했다.

    "그런데 이날 시위에 나온 이들이 주장하는 내용은 대중에게 나름 정당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개인 안전을 지켜달라' '심사를 철저히 하라' '가짜 난민을 추방하라' 등의 주장에 어떠한 논리적 반발을 하기도 쉽지 않다. 이것이 파시즘이다. 한나 아렌트(1906~1975·독일)가 말한 '악의 평범성'인 것이다."

    정권 유지에 걸림돌이 되는 사람이나 세력을 이른바 '빨갱이'로 낙인 찍어 억압하고 배제해 온 한국 사회 파시즘의 흐름이, 사회적 약자·소수자를 향한 근거 없는 혐오와 조롱으로 형태를 바꾸고 다변화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러한 파시즘은 권리를 갖지 못한 사회적 약자·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낳는 변형된 반공주의로 봐야 한다"며 "그들이 범죄 등 규범 일탈에 가담했을 경우 가차없이 제거해야 한다는 파시즘적인 합의가 만들어지고 있는 흐름"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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