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생명을 낳든 포기하든 엄마가 택할 인생이다"



문화 일반

    "생명을 낳든 포기하든 엄마가 택할 인생이다"

    소설가 소재원이 '이별이 떠났다'로 전하고픈 것들
    '엄마·딸'보다는 자신이 선택한 길 가려는 여주인공
    "역할 강요받는 여성들의 삶…우리 모두 무죄일까"

    드라마 '이별이 떠났다' 포스터(사진=MBC 제공)

     

    이혼한 중년 여성이 아들의 아이를 밴 20대 여성과 동거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MBC 드라마 '이별이 떠났다'(극본 소재원·연출 김민식). 작금의 한국 사회 현실에 빗대어 봤을 때, 여성에게 주어지는 '엄마' '딸'이라는 역할보다는 오롯이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가려 애쓰는 주인공들의 여정은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동명 원작 소설을 쓰고 이 드라마 극본까지 맡은 소설가 소재원은 19일 CBS노컷뉴스에 "이 드라마는 엄마들 이야기"라고 말문을 열었다.

    "우리 모두는 엄마 품에서 열 달을 보낸 덕에 생명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엄마라는 존재는 인류 탄생과 함께 존재했던 셈이죠. 하지만 우리는 그들의 목소리를 외면해 왔던 게 사실이에요. '이별이 떠났다'를 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영화 '터널' '소원' 등의 원작자로도 유명한 소재원은 '이별이 떠났다'를 웹소설로 처음 선보였다.

    그는 "출판 준비를 하다가 독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웹소설이라는 장르를 경험해 보고 싶었다"며 "이후 책으로 출간됐고 이번에 드라마까지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성들에게는 엄마, 딸이라는 이름으로 강요받는 사회적 삶이 있어요. '그러한 삶을 대하는 우리는 과연 무죄를 주장할 수 있을까' '우리 모두는 자식, 남편 등의 이름으로 그러한 삶을 강요하지 않았을까'라는 물음을 던지고 싶었죠."

    소재원은 "모든 여성들은 엄마이기 이전에 지구라는 별 안에 사는 한 구성원이었고, 엄마이기 이전에 우리처럼 누군가의 자식이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가 됐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구성원으로서 그들이 지닌 권리를 강압적으로 빼앗아 온 것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별이 떠났다'를 두고 생명에 대한 고귀한 존재 가치를 이야기한다고들 말합니다. 물론 생명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관심을 두고 봐 주셨으면 하는 부분이 있어요. 엄마가 선택하는 인생에 주목해 주셨으면 해요."

    ◇ "여성에게 강요해 왔던 것들, 얼마나 큰 잘못인지 보여주고 싶다"

    소설가 소재원(사진=소재원 제공)

     

    결국 "생명을 선택하는 것도, 생명을 지우는 것도 엄마의 의지"라는 것이 소재원의 지론이다.

    "극중에도 주위 누군가의 강요들이 있잖아요. 엄마들에게 눈치를 보면서 결정하도록 만드는 강요들 말이죠. 생명을 포기하든 낳든, 그것은 아이를 품고 있는 여성이 결정할 문제입니다. '이별이 떠났다'를 통해 그러한 여성들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어요."

    이는 지금 한국 사회 화두로 떠오른 낙태죄 폐지 요구와도 맥을 같이 하는 대목이다. 소재원은 "나 역시 생명에 대한 종교적인 신념이 있었기 때문에 예전에는 낙태죄 폐지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며 생각이 바뀌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아내가 임신을 하고 몸무게가 39㎏까지 빠졌었죠. 물도 못 마시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고통 속에서 과연 아이를 낳아야 하나'라는 두려움이 생기더군요. 위험한 상황까지 갔을 때는 '과연 내가 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 또 다른 생명,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생명을 포기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그는 "이러한 일을 겪으면서 아이를 낳을지 말지는 전적으로 그 고통을 느끼는 아내의 선택을 따라야 한다는 생각을 굳혔다"며 "그렇게 '이별이 떠났다'를 쓰기 시작했다. 내 실제 아이 이름인 '소명'을 극중 정효(조보아 분)의 뱃속 아이 태명으로 쓴 것 역시 아내가 겪었던 일들을 전하기 위한 장치"라고 말했다.

    소재원은 "이 드라마를 보는 관점이 남녀 갈등, 페미니즘, 낙태죄 논란 등으로 너무 많이 나아가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여성으로 태어난 존재에게 우리가 강요해 왔던 것들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를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 드라마가 앞으로는 지금까지 전개된 방식과는 조금 다르게 나갈 텐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깊이 공감하고 봐 주셨으면 합니다. 미혼의 경우 공감하기 어려운 대목도 있을 텐데, 그것이 우리네 현실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바꿔 나갈 수 있는 사회적 도움을 고민했으면 하는 바람이 큽니다."

    '이별이 떠났다'는 소재원의 드라마 데뷔작이기도 하다. 그는 "훌륭한 연출진과 배우진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있기 때문에 의지하면서 즐겁게 임하고 있다"며 "새롭게 바뀐 MBC에서 보다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다는 점 역시 행복하다"고 전했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