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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짓기 예능'이 현실 연애에 드리운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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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일반

    '짝짓기 예능'이 현실 연애에 드리운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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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론가들이 본 현실과 짝짓기 예능의 상관관계
    왜 아쉬울 것 없는 이들이 프로그램 출연할까?
    멜로물·일일극 판타지를 리얼리티 예능에 이식
    "연애도 스펙…'저런 사람들만 하는 것' 괴리감"

    (사진=채널A '하트시그널' SNS 화면 갈무리)
    일군의 남녀가 서로 연애 감정을 키우는 모습을 관찰하는, 이른바 짝짓기 예능 프로그램이 다시 대중의 관심을 얻고 있다.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짝짓기 예능은 우리네 현실과 어떠한 영향을 주고받고 있을까.

    대중문화평론가 김봉석은 11일 "짝짓기 예능의 인기는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고 운을 뗐다.

    "게임에도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이 있는 것처럼, 짝짓기 프로그램 역시 기본적으로 '대리만족'을 준다. 지금 예능 흐름은 리얼리티를 내세워 엿보고 싶은 욕망을 자극하는데, 짝짓기나 먹방 등은 이러한 원초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소재다."

    최근 선보이는 짝짓기 예능 프로그램이 과거의 그것과 달라진 점은 없을까.

    대중문화평론가 황진미는 같은 날 "일단 짝짓기 예능에 나오는 사람들이 정말 판타지의 구현체 같은 인물들"이라며 "단순히 전문직을 지닌 사람일 뿐 아니라 비주얼 면에서도 연예인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그들이 (짝짓기 프로그램에) 나온 목적은 무엇일까? 정말 짝을 못 찾아서 나왔을까? 그건 아닐 것이다. 요즘은 자기 자신을 브랜드화 하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진다. 유명해지는 것, 명사가 되는 것이 자기계발의 일부인 셈이다. 여기에 짝짓기 프로그램이 활용되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

    황진미는 최근 선보이는 짝짓기 예능들이 그간 대중의 판타지를 자극해 온 드라마 장르를 대체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그는 "환상적인 직업·외모를 지닌 사람들이 한 집에 살면서 벌어지는 일을 과거에는 시트콤 형식으로 풀었는데, 지금 그렇게 하면 '진부하다' '그게 우리네 비루한 현실과 어울리냐'고 비판받을 것"이라며 "그런데 일반인들이 출연하는 짝짓기 프로그램으로 그러한 상황을 만듦으로써 '현실은 비루하고 TV 속은 판타지'라는 이분법을 깨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그렇게 자기 자신과 괴리된 상태로 (짝짓기 프로그램에 나온) 그들을 관람하는 상태에 머문다. '현실에서는 저런 사람들만 연애를 할 수 있으니까'라는 박탈 상태에서 관람자로서만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황진미는 "'리얼'로 포장된 짝짓기 예능 자체가 플롯을 지닌 멜로 드라마화 되는 것인데, 삼각 관계를 만드는 식의 편집이나 서사 기법은 멜로 드라마 형식과 똑같다"고 부연했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김봉석 역시 "짝짓기 예능은 일일극과 똑같다고 생각한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여느 예능 프로그램이든 애초에 그 자체로 리얼리티가 아니다. 짝짓기 예능 역시 남녀의 가장 원초적인 이야기, 성적 욕망과는 거리가 있다. 사회적으로 자기가 원하는 사람, 자신의 조건에 적합한 사람을 고르는 과정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것을 보면서 즐거워하고 화도 낸다. 일일극을 볼 때처럼 욕하면서도 동조하는 것이다."

    김봉석은 이러한 맥락을 "일종의 '길티 플레져'(어떤 일에 죄의식을 느끼면서도 그것을 좋아하고 즐기게 되는 심리) 같은 것"이라고 봤다.

    이와 관련해 황진미도 "짝짓기 예능 프로그램 안에서 남녀 출연자들을 관찰하고 품평하는 사람들이 있음으로써 관음에 대한 시청자들의 죄의식도 사라지게끔 만들었다"며 "'이게 진짜입니다' '응원하세요' '당신의 자아를 여기에 의탁하세요'라는 식으로, 우리는 그렇게 현실의 모든 연애 관계에서 오는 시름을 내려놓고 그들을 응원하고 지지하고 관람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 "만인이 썸을 즐기는 시대…연애도 '나머지'는 관람"

    대중문화의 속성이 그러하듯이, 지금의 짝짓기 예능 프로그램 역시 결국 현실 사회와 긴밀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트렌드로 빚어졌을 것이다.

    김봉석은 "타인과의 소통이나 연애 자체를 굉장히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리얼리티 짝짓기 프로그램은 상대방에게 어떻게 다가갈지를 코칭해 줄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는 결국 학습 효과인데, 그러려면 무엇보다 프로그램을 잘 만들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시청자들 눈길을 끌려다보니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이 갈수록 자극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짝짓기 예능도 마찬가지다. 지금 방송 환경에서는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러한 흐름이 지속되다 보면, 오히려 반대로 서로에게 순수한 모습으로 어필하려는 짝짓기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트 시그널'이 따라했다는 말을 듣는,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는 일본 짝짓기 프로그램 '테라스 하우스'가 그 예다."

    황진미는 현재 짝짓기 예능 프로그램이 주는 괴리감이나 박탈감은 결국 우리네 현실의 영향을 받은 결과물이라고 분석했다.

    "지금 한국 사회 현실은 정말 1대 99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모든 것을 다 잘하는 슈퍼 엘리트 한 명과 그렇지 않은 '나머지'가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연애도 일종의 스펙이 되고 있는 셈이다."

    그는 "예전에는 인생의 중요한 한 시점에 몰입해서 연애를 하고 결혼으로 이어간다는 전제가 있었는데, 지금은 '썸'이라는 말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듯이 미혼 혹은 비혼의 시기가 굉장히 길거나 영속적"이라며 "지금은 만인이 썸을 타는 사회다. 누구도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썸의 일상화', 모든 이가 썸을 경험할 수 있는 상태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짝짓기 프로그램을 보면서도 출연자들의 진지한 사랑이나 결혼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그들의 만남이 일생일대 사건이라고 여기지 않기 때문에 부담도 없는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썸을 즐기는 시대에 살고 있다."

    황진미는 "지금의 짝짓기 프로그램은 우리에게 일종의 판타지를 사탕처럼 입에 물려 줬다"며 "'저런 사람들이나 연애를 하는 거지' '나는 응원하거나 지지하는 식으로 그들에게 자아를 의탁하면 돼'라는 인식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봤다.

    이어 "우리가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서 재주도 뛰어나고 노력도 많이 하고 외모도 출중한 사람을 응원하고 표를 주는 존재로 전락한 것과도 같다"며 "우리 스스로 거기에 다른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데, 심지어 연애도 그렇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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