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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벌사학 물러나라"… 서울예대 '저항의 불꽃'



사회 일반

    "족벌사학 물러나라"… 서울예대 '저항의 불꽃'

    • 2018-03-23 05:00

    [총장 1인을 위한 대학…서울예대⑥] 학생 1천여명 자발적 참여… "총장 사퇴할 때까지 싸울 것"

    22일 오후 서울예대에서 유덕형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학생들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사진=신병근 기자)

     

    성(城)이다. 중세시대 영주들은 성을 쌓고 그 안에서 전권을 휘둘렀다. 적지 않은 학교의 장들은 말그대로 '영주'였다. 학교구성원들은 안중에 없었다. 오직 자신과 족벌로 일컬어지는 몇몇만이 존재했다. 국가지원금은 물론 등록금까지 온갖 조작과 편법을 통해 '쌈짓돈'으로 둔갑됐다. CBS 노컷뉴스는 대한민국의 교육을 황폐화시키는 사학비리의 '민낯'을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교육부는 '무시'… 입학전형료로 '수당 파티' 벌인 총장님
    서류 위조·조작 '난무'…줄줄 새는 서울예대 특성화 사업비
    총장 사모님의 '수상한' 인도네시아 출장
    친일 설립자에 참배까지… 3대 걸친 ‘족벌’ 사학
    ⑤"찍히면 잘린다…" 점수 조작도 '쉬운' 총장님
    ⑥"족벌사학 물러나라"… 서울예대 '저항의 불꽃'

    "세습철폐 독재타도, 유덕형은 사퇴하라! 49년 장기집권, 여기가 북한이냐!"

    22일 오후 서울예술대학교는 징, 북, 꽹가리 등이 내는 요란한 소리와 흰색 하회탈을 쓴 재학생 1천여명이 외치는 구호가 한데 섞여 유덕형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한 학생이 취재진에 다가와 귀띔했다.

    "유치진 전 총장이 친일파인데도 그를 추앙하는 흉상이 그대로 남아 있어요. 개교기념일마다 참배를 강요하는 학교를 비판하기 위해 준비한 퍼포먼스에요."

    22일 오후 유덕형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서울예대 학생들의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학생들이 캠퍼스로 진입하고 있다. (사진=신병근 기자)

     

    ◇"유덕형 OUT"… '족벌 사학'에 정면 저항

    집회는 CBS노컷뉴스가 3대째 세습되고 있는 유 총장 일가의 '족벌 사학' 관련 각종 비리를 연속보도한 후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개최한 첫 시위였다.

    총학생회도, 대의원회도, 전공별 학회에서도, 그 어떤 집단도 개입하지 않은 터라 몇 명이 모일 지, 누가 올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학생들은 하나 둘 학교 앞 광장에 모이기 시작했다.

    학내 온라인게시판을 통해 무언의 집회 시간으로 알려진 오후 12시 30분, 어느덧 광장에는 '유덕형 OUT'이라 쓰여 있는 피켓을 든 재학생 1천여명이 운집했다.

    이윽고 확성기를 쥔 학생의 선창에 따라 학우들의 후창이 이어졌다.

    "학생들의 피같은 돈, 수당파티 웬말이냐!(웬말이냐)
    더 이상은 못참겠다, 하나되어 몰아내자!(몰아내자)
    학생 위한 특성화비, 누구배로 들어갔나!(들어갔나)
    친일동상 철거하라!(철거하라)"

    구호를 외치며 시위 행렬은 캠퍼스로 행진했고, 유치진 전 총장의 흉상을 지나 중앙계단에 집결했다.

    학생들은 정면에 보이는 본관을 향해 다시 한 번 "유덕형은 사퇴하라" 구호를 외쳤고, 이어 자유발언을 통해 총장의 공식 사과와 학교측의 명확한 해명 등을 요구했다.

    발언대에 오른 A 학생은 "우리는 예술을 하는 학생이지, 총장의 백성이 아니다"며 "학교 밖으로 나가라, 거기가 총장과 부총장이 있어야 할 곳"이라고 맹비난했다.

    B 학생은 "서울예대는 유씨 일가의 대저택에 불과하다"며 "유덕형이 물러나야 하지만, 그가 물러나도 상왕의 자리에서 우리를 쥐락펴락 할까 두렵다"고 지적했다.

    22일 오후 서울예대에서 유덕형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학생들의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행진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신병근 기자)

     

    ◇매주 이어질 시위… 교수들도 합세 "이젠 목소리를 낼 때"

    1시간 30분 동안 계속된 시위 가운데 학생들은 영화 '레미제라블'의 삽입곡을 개사한 노래를 부르며 유 총장의 사퇴를 주장했다.

    학생들은 시위가 단발에 그치지 않고 총장이 사퇴하는 그 날까지 지속할 것이며, 이를 위해 매주 시위를 벌이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아울러 학생들 사이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 성격의 '유덕형 총장의 사퇴를 위한 학생들의 모임(가칭)'이 조만간 결성될 것으로 전해졌다.

    비대위에 동참의 뜻을 밝힌 C 학생은 "비대위가 결성되면 국고지원금인 특성화비와 입학전형료 수당 등 모든 학교 재정에 대한 투명한 공개를 요구하겠다"며 "또 '절대 권력'으로 군림해 온 총장에 의해 파면된 유능한 교수들의 복직을 정식으로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생뿐 아니라 교수들도 '총장 사퇴운동'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미 몇 명의 교수들은 '주먹구구'식 교수평가 등 학교 행정 전반을 지적하기 위한 포럼을 개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D 교수는 "엉망으로 진행돼 온 교수평가로 많은 교수들이 피해를 입어 왔지만, 그동안 제대로 목소리 한 번 내지 못했다"며 "이대로는 더 이상 안 되겠다는 일념으로 뜻이 맞는 정년 트랙의 교수들이 먼저 모였다. 포럼을 통해 학교의 온갖 폐습을 알리고 개선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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