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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울예대 총장 부인의 '수상한' 인도네시아 출장



사회 일반

    [단독] 서울예대 총장 부인의 '수상한' 인도네시아 출장

    • 2018-03-21 05:00

    [총장 1인을 위한 대학…서울예대③] 인니에 꽂힌 사모님…'인니'산으로 도배된 학교

    서울예대 음악학부 건물 옆에 설치된 대형 거미 조형물. 인도네시아 작가가 참여한 이 조형물에 특성화비 2천여만 원이 쓰였다. (사진=신병근 기자)

     

    성(城)이다. 중세시대 영주들은 성을 쌓고 그 안에서 전권을 휘둘렀다. 적지 않은 학교의 장들은 말그대로 '영주'였다. 학교구성원들은 안중에 없었다. 오직 자신과 족벌로 일컬어지는 몇몇만이 존재했다. 국가지원금은 물론 등록금까지 온갖 조작과 편법을 통해 '쌈짓돈'으로 둔갑됐다. CBS노컷뉴스는 대한민국의 교육을 황폐화시키는 사학비리의 '민낯'을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교육부는 '무시'… 입학전형료로 '수당 파티' 벌인 총장님
    ②서류 위조·조작 '난무'…줄줄 새는 서울예대 특성화 사업비
    ③총장 사모님의 '수상한' 인도네시아 출장
    <계속>

    서울예술대학교에는 유독 인도네시아에서 물 건너 온 것들이 많다. 도서관 마룻바닥 자재와 조명은 물론 건물 안 곳곳에 설치된 장식품들까지 '메이드 인 인도네시아'가 쉽게 눈에 띈다.

    또 언제부턴가 인도네시아 작가들의 작품과 강의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작품이 음악학부 건물 옆에 설치된 대형 거미 조형물이고, 지난해 여름학기부터는 인도네시아 전통악기인 '가믈란'을 이용한 수업도 만들어졌다.

    이처럼 학교 곳곳에 스며든 인니산의 대다수는 지난 2014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30억~50억 원씩 지원받아 온 국고 지원금인 특성화 사업비로 사들였다.

    서울예대 '아텍' 건물에 비치된 인도네시아 전통 악기. 현재 이 악기들을 활용한 '컬처허브I-월드뮤직'이란 명칭의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신병근 기자)

     

    ◇ 한 번에 45일… "인도네시아에 사모님 지인이 많다?"

    이처럼 학교가 '인도네시아산'으로 도배된 이유는 뭘까. 이 질문에 대해 여러 학교 관계자들은 한 사람을 지목했다.

    학교법인인 '동랑예술원'의 이사 A씨. 바로 유덕형 총장의 부인이었다.

    20일 CBS노컷뉴스가 단독 입수한 서울예대의 인도네시아 출장 자료에 따르면 A씨의 인도네시아 방문길은 2015년 1월부터 시작됐다. 공교롭게도 특성화 사업비가 지원되기 시작한 그 다음해였다.

    첫 출장은 총장과 A씨, 총장의 아들인 B씨(학교 보직자) 그리고 C 교수가 동행했으며 4박5일 일정이었다.

    C 교수는 "(출장 가기) 일주일쯤 전에 학교로부터 전화를 받고 '출장건이 있는데 같이 가달라'고 해서 거절할 이유가 없어 갔었다"며 "특별히 한 역할은 없었고, 음악 관련 학교 두 곳을 방문한 것이 공식 일정의 전부였다"고 기억했다.

    이어 "일정 중 절반 정도는 한국 사람이 운영하고 있는 문화원 같은 곳에서 머물렀는데, 그곳 운영자가 A 이사와는 잘 아는 사이라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후 A 이사는 매년 인도네시아를 들락거렸다. 2015년 12월에는 무려 45일을 다녀왔다. 2017년 2월에는 14일, 8월에는 28일을 각각 보냈으며, 지난 1월에는 12일을 머물렀다. 이렇게 A 이사가 3년 간 인도네시아에 체류한 기간만 100일이 넘는다.

    서울예대 곳곳에는 인도네시아에서 들여온 각종 자재들이 자리를 꿰 차고 있다. 사진은 교내 건물 한편에 적재된 인도네시아 목재들로, 'MADE IN INDONESIA'(빨간색 테두리)를 확인할 수 있다. (사진=신병근 기자)

     

    ◇ A 이사 지시로 '인니 악기' 구입…갑작스런 수업 개설

    이처럼 A 이사의 '각별한' 인도네시아에 대한 애정 때문에 학교와 인도네시아와의 교류가 활발해졌다는 것이 학교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서울예대 한 보직자는 "인도네시아에 있는 국내 대기업 임원 출신의 D씨는 A 이사와 지인 사이로, 현지에서 우리 학교 관련 사업을 벌이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D씨는 현지에서 리조트 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A 이사는 학교의 인도네시아 출장을 주도했다. 그동안 학교에서 간 모든 인니 출장에 함께 했으며, 관련 사업들에 관여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학과와의 협의는 무시됐고, A 이사의 지시를 받아 사업들이 추진되면서 관계된 학과들과 크고 작은 마찰들이 발생했다.

    지난해 2월 음악학부 교수들은 '가믈란' 등 인도네시아 전통악기 도입을 놓고 "실용음악에 웬 인도네시아 악기냐"며 강력 반발하며 학교측과 갈등을 빚었다. 학과의 반대에도 학교측은 특성화비 회계연도 마지막날 결국 학부장을 결재선에서 빼버린 채 악기 구입을 강행했다.

    학과의 반대와 급하게 일이 추진되면서 인도네시아 전통악기를 활용한 수업 운영도 순탄치 않았다.

    A 이사가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인도네시아 교수의 섭외가 불발된데 이어 대체 인물로 인도네시아의 한 대학원생을 학교측이 영입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비자 문제 등의 이유 때문에 강의 기간에 맞춰 제때 입국하지 못했다.

    무턱대고 악기부터 구입하고, 뒷수습을 위해 강의를 개설하면서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예대측은 "'계절학기 개설을 하는데 악기가 (제때) 들어올까' 이런 조바심은 있었지만 쫓겨서 한 것은 아니다"며 "계절학기도 마지막까지 손질을 하는데, 인원수·등록수·어떤 교과를 열어야 되나 치열하게 고민하고 준비했다"고 반박했다.

    서울예대 본관 3층 도서관 내부. 학교측이 인도네시아에서 직접 공수해 온 목재들이 마룻바닥에 깔려 있다. (사진=신병근 기자)

     

    ◇ A 이사의 인도네시아 체제비 교비 사용 정황

    이런 가운데 A 이사의 인도네시아 체제비 중 일부가 교비로 집행된 정황이 드러났다.

    A 이사와 함께 인도네시아 출장을 다녀 온 한 교수는 "(A 이사는) 대부분의 일정을 교수들과 함께 했고, 식사나 행사도 같이 했다"며 "하지만 식대를 따로 계산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A 이사는 특히 총장과 함께 2015년 12월 30일에 떠난 인도네시아 출장에서 동행자들이 귀국한 이후에도 20일을 더 잔류했다. 또 총장과 함께 2017년 8월 방문한 출장에서는 다른 교수들에 비해 9일을 더 머물렀다.

    총장 출장비로 A 이사의 체제비까지 부담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서울예대 관계자는 "학교에서 진행하는 국외 출장에 법인 이사에 대한 출장비를 지급한 것은 단 한 번도 없다"며 "A 이사는 철저하게 개인카드로 항공권과 숙박비를 결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A 이사의 체제비 중 식대에 대한 질문에는 "한 끼에 7천원 내지 1만원 하는 정도…"라며 A 이사의 체제비에 교비가 사용됐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비의 법인이사 출장비 지출은 엄연한 규정 위반"이라며 "이번 기회에 모두 들여다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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