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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같은 젊은이들 안타까워…남북이 사랑하고 존중해야"



국방/외교

    "자식같은 젊은이들 안타까워…남북이 사랑하고 존중해야"

    [르포] 천안함 사건 8주년 맞는 백령도, 주민들 "남북대화 잘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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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9일 인천에서 220㎞에 이르는 4시간 뱃길을 달려 백령도를 찾았다. 북한 장산곶에서 불과 16㎞ 떨어진 대한민국 최북단의 섬, 점박이물범의 고향인 백령도는 평온했다.

    본격적인 고기잡이철이 아니어서 포구는 한산했고 염분이 덜 빠져 벼농사 짓기가 어려운 간척지에 튤립농사를 지으려는 농민들만 분주한 모습이었다.

    산봉우리와 기슭마다 보이는 대공포 기지와 초소, 간혹 오가는 K-9 자주포 등이 군사기지를 방불케하는 섬. 그러나 이곳에 오랫동안 터를 잡고 살아온 주민들은 느긋한 모습이었다.

    백령도에서 제일 번화한(?) 진촌리에서 식당을 하는 김모(56) 씨는 "지난해 북한이 미사일을 쐈다는 뉴스가 나오면 서울은 난리가 나고 나한테도 위험한데 거기 왜 있느냐는 전화가 불이 나게 왔었다"며 "하지만 여기 사람들은 신경 안쓴다"고 웃으며 말했다.

    백령면 민방위 담당인 허준일 씨는 "2010년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주민들이 많이 긴장했었지만 이제 시간도 흐르고 최근에는 (남북관계) 분위기도 좋아져 경각심을 잃으면 안되지만 안정을 찾은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고 귀뜸했다.

    해병대 OP에서 보이는 백령도 해역과 그 너머의 북한 장산곶 해안. (사진=이충현 기자)

     

    ◇ 해병대 OP에서 마주한 北 장산곶… 해안포·장사포 등 배치돼 있지만 특이동향 없어

    백령도에서 가장 높은 해발 184m의 해병대 OP(관측소)에 오르자 16~17㎞ 정도 거리라는 북한의 장산곶 해안의 뒷산이 실루엣처럼 희끄무레하게 나타났다.

    해상경계와 감시는 CCTV로 이뤄지고 있었다. 망원경으로 북쪽을 살펴봤지만 사람이나 차량이동 등 특이동향은 관측되지 않았다.

    군에 따르면 백령도를 마주한 북 해안가 갱도에는 해안포와 장사포 등이 상당수 배치돼 있다.

    해병대 관계자는 "북한의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 평상시 그대로라고 보면 된다"라며 "최근의 대화 분위기와 상관없이 군은 만반의 준비태세를 유지 중"이라고 강조했다.

    2010년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백령도에는 군 전력이 대폭 강화된 상태다. K-9 자주포가 수십대로 늘었고 북한 상륙함 저지를 목표로 한 육군의 공격형 헬기도 여러 대가 배치됐다.

    공군도 신형 지대공 미사일을 배치했고, 북방한계선(NLL) 사수의 최전선에 있는 해군도 참수리정과 초계함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주민들의 일상은 평화롭지만 남북간 군사대치는 여전히 첨예한 것이다.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전, 연평해전 등을 기리는 서해의 날(23일)을 맞아 군부대 안팎에 내걸린 현수막 속 '적 도발 응징', '조국을 지키는 총끝, 칼끝이 되겠다'는 등의 문구가 눈에 띄었다.

    백령도 유화리 충혼탑 옆의 '772함 수병은 귀환하라' 시. (사진=이충현 기자)

     

    ◇ 상처 깊은 천안함 사고 해역…관광객들 "꽂다운 아이들 너무 안타까워"

    백령도 서남방에 있는 유화리 바다는 오후 햇살에 유달리 더 반짝이는 듯 했다.

    8년 전인 2010년 3월 26일 이 마을 전방 2.5㎞ 해역에서 해군 772함인 천안함이 피격돼 40명이 숨지고 6명이 실종됐다. 국방부는 북한 잠수정 소행으로 결론냈지만 북한은 인정하지 않고 있는 사건이다.

    관광객들은 46명의 수병을 기리는 충혼탑에 헌화하고 오랫동안 바다를 바라보았다. 사건당시 국민들의 심금을 울렸던 '772함 수병은 귀환하라'(김덕규 시)를 읽으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백령도 유화리 천안함 희생장병 충혼탑에 참배하는 관광객들. (사진=이충현 기자)

     

    충남 서산에서 친구들과 관광 왔다는 이명순(71) 씨는 "와보니 너무 안타깝다. 자식 같은 젊은이들인데…"라며 "남북이 좀 잘돼 마음 편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내만(71) 씨도 "뉴스로, TV로 봤던 현장에 실제로 와서 보니 참담하다"며 "북한이 그래도 안했다고 그런다는 뉴스를 보면 막막했다"고 했다.

    그는 "그래도 문재인 대통령이 동계올림픽에서 잘한 거 같다. 어쨌든 김정은이 무슨 맘을 먹었는지 모르지만 잘되는 거 같아서 왔다"며 "군인들 고생이 많은데 보니 든든하다"고 말했다.

    백령도 통일기원비. (사진=이충현 기자)

     

    ◇ "남북이 서로 사랑하고 존중해야 좋은 세상 온다"

    백령도 서남방에 자리잡은 중화동 마을은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교회가 있는 것으로 유명한 마을이다.

    천안함 사건 당시 유화리 해역에서 피격돼 절반으로 동강난 천안함의 함체가 떠내려 왔던 마을이다.

    당시 마을 이장이었다는 박영기(76) 씨는 "나중에 안타까운 마음에 평택에 전시된 천안함을 직접 가서 봤는데 정말 반이 딱 부러진게 희한했다"고 말했다.

    아버지 고향이 북한 장연이라는 그는 남북대화가 잘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다같은 형제 아니냐. 싸움 좀 그만하고 사랑하고 존중하다 보면 경제도 발전되고 살기도 좋아지지 않겠냐"고 했다.

    그러나 현재의 대화국면 특히 북한에 대해 의구심을 거두지 않는 주민들도 적지 않았다.

    조업때 한반도기를 달자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어촌계장들은 "아직은 뭐가 결정된 것도 없는데 시기상조로 본다"며 드러내놓고 불쾌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래도 한반도 평화에 대한 염원만큼은 한결같았다. 아직은 성급하지만 남북대화의 진전에 따라 공동어로구역이나 서해평화지대 설정 가능성에 대한 얘기도 돈다고 했다.

    주민들은 평양에서도 제일 가깝다는 백령도가 머지않은 장래에 평화와 화해의 섬이 되길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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