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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산업 경제정책

    '정치포퓰리즘'에 멍드는 카드시장…처방전은?

    장기대책으로 신용카드 의무수납제 손질도 생각할 때

    새해 벽두부터 일기 시작한 신용카드수수료율 인상논란이 잦아들었지만 언제든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CBS노컷뉴스는 신용카드 수수료율이 왜, 무엇이 문제인지, 근본적인 해법은 무엇인지 집중 조명한다. [편집주]

    ◇ 글 싣는 순서
    1. 해묵은 '카드수수료 전쟁'…정치논리 No 원가논리 Yes
    2. '정치포퓰리즘'에 멍드는 카드시장…처방전은?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지금은 정부가 목표로 한 세원투명화도 어느 정도 이뤄졌고, 경기활성화도 됐고, 그동안 카드사용 부작용도 겪었다. 이제 정부가 신용카드시장에 개입하는 것을 중단해도 신용카드 산업이 돌아갈 것이고 지급결제와 관련해서도 큰 문제는 없다고 본다. 그 첫걸음으로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것이 신용카드 의무수납제를 폐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정부의 신용카드 정책에 깊숙히 관여해 왔던 금융연구원 이재연 선임연구위원의 말이다.

    신용카드 의무수납제 폐지 주장은 신용카드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오래 전부터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나 정치권이 이를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카드 의무수납을 거둬 들였을 때의 파장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 카드 수납의무제…세원투명화 목적으로 도입

    정부가 카드수납을 의무화한 것은 1998년부터 시작됐다.

    정부는 당시 소득세법개정을 통해서 연매출 2400만원 이상의 사업자에 대해 의무적으로 신용카드 가맹점에 가입하도록 했다.

    카드 수수료율은 카드사가 주먹구구식으로 정하면서 업종에 따라 최고 4.5%에 이를 정도로 높았지만 별로 문제되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누구나 발급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신용카드 사용자가 많지 않았고 대부분의 지급결제는 현금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의 주된 관심은 카드 산업 육성보다는 세금에서 돈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세원 투명화였다. 카드를 쓰면 사업자들의 매출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당시 가맹점 수수료는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정부는 카드의무가맹제 실시와 함께 그 다음해인 1999년부터 카드사용에 대한 소득공제제도도 도입했다.

    카드 의무가맹제가 사업자가 카드를 받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하면 카드 소득공제제도는 소비자들이 현금보다 카드를 사용하는 것을 독려하기 위한 것이었다.

    신용카드 (사진=자료사진)
    ◇"IMF이후 소비진작 위해 카드 '묻지마'식으로 무한정 발급"

    이 같은 법적인 인프라가 갖춰진 가운데 2천년대 초부터 카드발급 제한이 풀려 카드 시장이 크게 활성화됐다.

    카드발급 제한이 풀린 것은 외환위기 이후 소비진작을 통해 경기를 살려보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개인금융팀장은 “IMF 외환위기가 터지고 나서 2천년대 초반 소비진작을 위해 정부는 카드 차입소비를 일으켰다. 카드를 '묻지마'식으로 무한정 발급해주면서 현금서비스를 받아서 소비생활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며 "고금리여서 개인이 돈 빌리기 어려웠던 시절에 3, 4백만원을 현금서비스 받아 쓸 수 있었기 때문에 카드 발급과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카드 돌려막기가 성행한 것도 이 때였다. 정부로서는 내수를 끌어 올리기 위해 한번도 안 가본 길을 간 것이었는데 결국은 카드대란으로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면서 완전히 엎어졌다”고 말했다.

    ◇ 신용카드 사용 보편화…민간소비 80% 이상 카드로 결제

    카드대란 사태까지 빚어졌지만 그 이후 신용카드 보급이 크게 늘었고 결제 때도 신용카드를 많이 쓰게 되면서 요즘에는 신용카드 사용이 보편화, 생활화되고 있다.

    2015년 우리나라 전체 카드 승인금액은 636조 8,100억원이었고 민간 최종소비지출액은 769조 9,000억원이었다. 전체 민간 소비의 82.7%가 카드로 결제를 한 셈이다.

    소비에서 카드 결제율이 이렇게 높은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정부가 당초 카드 의무수납제를 도입했을 때의 소기의 성과는 다 거뒀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카드 결제율이 80%를 넘으니 세원 관리나 경기진작도 성과를 충분히 거뒀다고 할 수 있다.

    ◇ 카드 의무수납제 폐지, 세원투명화와 소비자 불편 때문에 힘들어

    이런 상황에서 카드의무수납제를 거둬들이는 것은 정부로서 결코 바라지 않는 일이다.

    전문가들은 카드가 아니더라도 현금영수증제도 등 세원을 투명하게 포착할 수 있는 다른 지급결제 수단이 많은 만큼 카드수납을 강제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지만 세원투명화가 여전히 걸림돌이다.

    “카드 이외에도 다른 지급 결제수단이 많이 생겼고 의무수납제 때문에 다른 지급결제수단이 발달하지 못하는 측면이 많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국회에서도 카드 의무수납제 폐지 필요성에 공감하는 듯 하다가도 정부 관계자가 세원투명화 때문에 할 수 없다고 하면 없던 것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고 이재연 선임연구위원은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았다.

    세원투명화 외에도 당국이 카드 의무수납제를 거둬들이지 못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사회 후생측면이다.

    전체 민간 소비지출의 80%가 넘을 정도로 카드사용이 보편화된 마당에 카드 의무수납제를 폐지해 매장에서 카드를 안받는 곳이 생긴다면 소비자들은 큰 불편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윤종문 여신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신용카드 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사회후생이다. 가맹점과 카드사 입장에서는 의무수납제를 폐지해서 시장경제로 가는 것이 좋을 수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카드 결제를 할 수 있는 곳이 많을수록 좋다. 소비자까지 고려해서 사회전체적으로 봤을 때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효용을 극대화해서 사회후생을 높이는 방향에서 고려했을 때 카드 의무수납제를 거둬들이는 쪽으로 쉽게 정책을 결정하기는 힘든 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 정부나 정치권 개입 최소화하면서 시장기능 살리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

    따라서 현 국면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카드 의무수납제의 근간을 훼손하지 않는 테두리 안에서 정부나 정치권의 개입은 최소화하면서 시장기능을 최대한 살려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개입하더라도 법에서 허용한 대로 적격비용의 원칙에 따라 카드사의 수수료율 책정이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이뤄졌는가를 감독하는 선에 머무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기서 더 나아가서 직접적으로 카드사가 책정한 수수료율을 통제하려고 나서는 것은 월권이고 시장경제원리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국회의원, 카드사에 지역구 가맹점 리스트 건네주며 수수료 인하 압력"

    특히 정치권이 카드수수료율 책정에 개입해 수수료율 인하 압력을 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여신금융협회의 한 관계자는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율이 책정된 뒤에도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지역구 가맹점들의 민원을 받아 카드사에 가맹점의 리스트를 카드사에 직접 건네면서 수수료율을 인하해 주도록 압력을 가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압력을 받은 카드사는 수수료율을 내릴 수 밖에 없을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재연 선임연구위원은 “정부나 정치권이 시장에 개입할 때는 분명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 시장이 실패했으면 그것을 해소하는 것이 목표가 돼야한다. 개입해서 계속 수수료율을 낮추도록 압력을 가한다면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영세가맹점에 대한 지원, 카드사 부담이 아닌 정부 재원으로 하는 것이 온당"

    카드 의무수납제의 큰 틀이 유지돼도 부분적인 제도개선은 필요하다.

    영세중소가맹점에 대한 우대수수료율이 카드사의 손해를 가져올 정도로 낮게 책정되도록 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그렇게 될 경우 카드사들은 그 손해를 일반가맹점으로 전가시킬 것이기 때문에 카드수수료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

    영세중소가맹점의 사정이 그렇게 어렵다면 우대수수료율 인하가 아닌 정부의 지원을 통해 해결하는 방안도 검토가 필요하다.

    정희수 개인금융팀장은 “영세가맹점을 보호해주는 것은 맞지만 지원을 해준다면 법에서 예외규정을 둬서 카드사가 부담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정부 재원으로 하는 것이 온당하다”고 말했다.

    ◇ "밴 수수료 과한 측면이 있다…적정한지 들여다 볼 필요"

    카드의 소액결제도 수수료율 논란의 한 축인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

    카드 결제에 대해 카드사는 보통 한 건당 120원 정도의 수수료를 지급결제중개업체인 밴(Van)사에 지급한다.

    소액결제 때는 가맹점에서 받는 수수료보다 더 많이 나가서 손해 볼 수 있는 만큼 카드사는 소액결제건수가 많은 가맹점에 대해 수수료율을 올리려고 하고 가맹점들은 반발해 갈등이 많이 발생하곤 한다.

    이에 대해서는 만원 이하의 소액결제 때는 카드를 받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대책을 카드사들이 당국에 건의도 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반발이 예상돼 실시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정무위 소속의 한 국회의원이 카드사의 말을 듣고 만원 이하의 소액결제 때는 카드를 안받아도 된다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비용절감을 위해 소비자의 불편은 안중에도 없냐’, ‘소비자가 봉이냐’는 등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고 바로 접었다. 그 의원은 이후 두 번 다시 그 문제를 끄집어 내지 않고 있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따라서 소액결제 부분을 손대기 보다는 오히려 현재 일부 카드사에서 시행하는 거처럼 밴의 수수료 지급방식을, 건당 일정액이 나가는 정액제에서 가맹점 수수료의 일정 비율로 나가는 정률제로 바꾸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정보통신기술과 함께 지급결제 수단도 날로 발달되고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밴비용이 적정한지, 더 낮출 수 있는 여지는 없는지를 들여다보고 그에 따라 밴수수료를 낮추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밴 수수료가 과한 측면이 있다. 회선에 따른 비용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는데, 밴사들은 영업비밀이라고 알려줄 수 없다고 말한다. 상식적으로는 초기 밴 설비비용 빼놓고는 들어갈 것이 없다고 본다. 밴 수수료가 적정한지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카드업계는 현재 큰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금융과 기술이 결합한 핀테크(FinTech)가 눈 앞에 펼쳐지면서 삼성페이와 같은 새로운 지급결제수단이 세를 확장하고 있고, 카카오뱅크와 같은 인터넷 전문은행도 새로운 카드서비스를 통해 새바람을 일으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변화의 끝이 어디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좀 지나면 법으로 카드 의무수납제를 고집하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질 수도 있다.

    0.1~2%의 수수료율 차이를 놓고 가맹점과 카드사간에 벌이는 갈등이 우스워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당장 눈앞의 이익만을 좇아가기보다는 시장경제원리에 최대한 부응하면서 새로운 변화추세에 맞는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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