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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무(無) 카드 수수료 논란…'무책임·무원칙·무개념'



경제정책

    3무(無) 카드 수수료 논란…'무책임·무원칙·무개념'

    금융당국, 정치권, 카드업계 모두 제대로 대응 못해

    (사진=자료사진)

     

    새해 벽두부터 다시 불거진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상논란은 여신금융협회의 인상통보 "연기나 철회는 없다”는 공식 입장 발표로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논란의 발단은 신용카드사가 지난해말 전체 가맹점의 10%에 이르는 25만에서 30만개에 이르는 가맹점이 수수료율 인상 통보를 받은 데서 비롯됐다.

    이들 가맹점은 대부분 연매출이 3억에서 10억 이하인 약국과 슈퍼마켓, 편의점과 같은 일반가맹점으로, 지난해 11월 초 금융위원회가 당정협의를 거쳐 마련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방안’에 따라 수수료를 평균 0.3% 포인트 낮추겠다고 발표한 가맹점들이다.

    정부 발표에 따라 수수료 인하를 기대했던 이들 가맹점은 인상통보를 받고 “배신감과 분노”를 표출했다.

    대한약사회 등 가맹점 단체들은 카드사가 법에 의해 우대수수료율이 적용되는 연매출 3억원 미만의 영세중소 가맹점에 대해 수수료율을 절반으로 낮춤에 따라 발생한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돌려막기식으로 일반가맹점의 수수료율을 올리려고 한다고 주장하면서 국회와 여야 정치권을 상대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총선을 앞둔 여야 정치권은 이에 대해 “금융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감독이 필요하다”, “카드론 금리인하도 요청하겠다”는 식으로 입장을 표명하면서 수수료율 인상방침을 시정하도록 금융당국과 카드사를 압박했다.

    압박은 즉각 효력을 발휘했다.

    정치권의 압력에 밀린 금융당국과 신용카드사들은 일부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 인상 추진을 총선 이후로 유보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고 언론에 의해 그쪽으로 가는 것으로 보도됐다.

    신용카드사들을 회원으로 둔 여신금융협회의 한 관계자는 당시 “신용카드사들이 서로 의견을 모은 것은 아니지만 카드업계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인상을 보류하는 쪽으로 유도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여당 뿐만 아니라 야당까지 나서 한 목소리로 가맹점 수수료 인상이 잘못됐다고 얘기하는데 카드업계가 거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내부에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이미 당정협의를 통해 확정한 수수료 인하 방안에 따라 일부 가맹점에 대해 인상통보가 이뤄졌는데, 이제 와서 이를 번복하게 되면 정부 정책의 신뢰도는 물론 카드사의 이미지도 크게 실추된다는 것이다.

    또 시장원리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경제시스템의 기본원칙에 맞지 않는 것일 뿐만 아니라 그동안 강조해온 적정원가를 토대로 수수료를 산정한다는 사회적 합의도 뒤집는 셈이 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가졌다.

    여기에 힘을 실어준 것이 이달 말까지 ‘가맹점 수수료 인하방안’에 따라 수수료가 인하되는 가맹점에 대해 서둘러서 이달 안에 인하통보를 하게 되면 이번 논란이 진정될 것이란 기대였다.

    원래 수수료 인상 통보는 약관에 따라 인상하기 한달 전에 하도록 돼 있어 인상 가맹점에 대해서만 인상통보가 이뤄졌다.

    그러나 수수료 인하 가맹점에 대해서는 사후에 할 수 있다고 돼있어서 영세중소가맹점을 제외하고는 아직 통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수수료 인상통보가 이뤄진 가맹점이 10%인데 반해 수수료가 인하되는 가맹점은 전체의 90%에 이르기 때문에 이들 가맹점에 대해 인하통보가 이뤄지면 가맹점들의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본 것이다.

    여신금융협회와 카드업계가 내부 고민 끝에 내린 최종 결론은 수수료 인상 통보를 연기하거나 철회하는 것은 없다는 것이었고 김근수 여신금융협회장이 이를 20일 출입기자단 신년인사회에서 공식으로 발표했다.

    수수료에 대한 가맹점들의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출구도 마련했다.

    각 카드사내에 있는 가맹점 애로신고센터를 확대 운영해 전담자를 두고 수수료 민원이 제기되면 각 카드사가 개별사안별로 적정원가에 따라 수수료가 제대로 산정됐는지, 다른 문제는 없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불합리한 부분이 있으면 고쳐나가겠다는 것이다.

    이로써 새해벽두부터 다시 일기 시작한 신용카드 수수료 인상논란은 정치권의 압력에 의해 또다시 불거질 수도 있지만 일단은 수면 아래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체 과정을 돌아보면 아쉬운 부분이 많이 눈에 띤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11월초에 발표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방안 자체가 정치권의 압력에 밀려 마련됐고, 그래서 주로 인하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당시 보도자료 제목이 ‘전국 238만개 신용카드 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이 대폭 완화됩니다’이다.

    그런 만큼 일반가맹점에 대해 수수료를 평균 0.3% 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하면서 일부 가맹점은 오를 수 있다는 점은 설명하지 않았다.

    일부 가맹점들이 나중에 인상통보를 받고 분노하는 것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정치권이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들여다 보지 않고 일부 가맹자 단체의 억울함 호소에 휘둘려 수수료 인하 압력을 가한 것도 문제가 있다.

    수수료도 가격의 일종으로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정치권이 금융당국을 통해 팔을 비트는 식으로 인하압력을 가하는 것은 시장질서를 어지럽히고 금융의 발전에 역행하는 처사임에 틀림없다.

    카드사들을 대변하는 여신금융협회의 대응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여야 정치권이 가맹점단체의 호소를 받아 수수료 인상통보를 시정하도록 압박해 들어오고 일부 언론을 통해 인상통보가 유보나 철회되는 것처럼 보도가 됐을 때도 여신금융협회는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채 입을 닫고 있었다.

    위에서 압력을 가하니까 어쩔 수 없이 그쪽으로 갈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다가 논란이 증폭돼 더이상 안되겠다 싶으니까 마지막 순간에 원칙적인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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