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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묵은 '카드수수료 전쟁'…정치논리 No 원가논리 Yes



경제정책

    해묵은 '카드수수료 전쟁'…정치논리 No 원가논리 Yes

    새해 벽두부터 일기 시작한 신용카드수수료율 인상논란이 잦아들었지만 언제든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CBS노컷뉴스는 신용카드 수수료율이 왜, 무엇이 문제인지, 근본적인 해법은 무엇인지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주]

    ◇ 글 싣는 순서
    1. 해묵은 '카드수수료 전쟁'…정치논리 No 원가논리 Yes
    2. '정치포퓰리즘'에 멍드는 카드시장…처방전은?


    (사진=자료사진)

     

    “특정 이해 단체의 요구에 따라 다시 일률적이고 인위적인 수수료 인하가 이뤄진다면 적정원가를 기반으로 한 수수료 산정이라는 사회적 합의를 깨뜨리는 것일 뿐만 아니라 시장원리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경제시스템의 기본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지난 1월 20일 여신금융협회 출입기자 신년인사회에서 김근수 여신금융협회장의 발언이다.

    새해 벽두부터 일기 시작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상논란에 대해 신용카드사들을 회원으로 둔 여신금융협회가 특정 이해단체의 요구에 따라 수수료를 인하할 수 없다고 공식 입장을 내논 것이다.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상논란은 지난해말 일부 가맹점에 수수료 인상통보가 이뤄진데 대해 대한약사회 등 가맹자단체들이 문제를 삼아 여야 정치권에 호소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총선을 앞둔 여야 정치권은 가맹자단체의 편을 들어 신용카드업계에 수수료 인하압력을 가했고, 카드업계를 대표해 여신금융협회장이 시장경제원리를 거론하며 거부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신용카드 수수료를 둘러싸고 가맹자단체가 들고 나서 정치권에 호소하고 정치권은 수수료를 내리라고 압력을 가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 카드 의무수납제 "가맹점에 시장 기능 작동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왜곡사항"

    왜 신용카드 수수료가 논란이 되고 정치권까지 나서서 콩놔라 팥놔라 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이것은 신용카드 수수료 책정과정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가격은 원론적으로 수요와 공급에 따라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 정상이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도 가격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지만 책정과정에서는 그런 시장의 원리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

    신용카드 결제서비스를 가맹점에 제공하는 쪽은 카드사이고 그 서비스를 받고 수수료를 내는 쪽은 가맹점이다.

    가격이 시장에서 결정되려면 수요자가 공급자가 제공하는 물건이나 서비스를 가격이 맞지 않다고 사지 않을 수도 있어야 하는데 카드 서비스시장에서는 그것이 허용되고 있지 않다.

    모든 가맹점이 신용카드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카드의무수납제 때문이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장기능이 가맹점에서는 작용하지 않는다. 이것은 가맹점에 수수료 가격 선택권이 없기 때문인데 이것이 가장 큰 왜곡사항이다. 이것은 법상 모든 사업자가 신용카드 가맹점이 돼야 하고 가맹점은 신용카드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한 규제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자유시장에서는 개별 경제주체가 본인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어야 제대로 돌아간다고 할 수 있는데, 우리 카드시장은 처음부터 왜곡됐다”고 강조했다.

    사업자들은 법상 두 단계에 걸쳐 카드의무수납제의 적용을 받는다.

    먼저 연매출이 2,400만원 이상인 사업자는 신용카드 가맹점으로 가입해야 한다(소득세법 162조의 2/ 시행령 210조의 2)

    다음으로 신용카드 가맹점이 되면 신용카드 결제를 거절하거나 신용카드 회원을 불리하게 대우하지 못한다. (여신전문금융업법 19조 1항)

    물론 법상 사업자는 신용카드 가맹점으로 가입해야 한다고 해서 모든 신용카드사의 가맹점이 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대형 할인점인 코스트코가 특정 카드사와만 계약을 체결해 그 카드사의 카드만 받는 것도 법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은 경쟁력 있는 대형 가맹점만이 할 수 있는 일이고 일반 가맹점들은 엄두도 못낼 일이다.

    가맹점이 되면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없도록 돼있는데다 카드를 냈을 때 현금을 냈을 때와 가격차별을 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일반 가맹점 입장에서는 특정 카드만을 받겠다고 고집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하면 고객을 잃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카드사가 수수료를 높게 책정해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 시장실패 상황…정부와 정치권 개입에도 논란 가라앉지 않아

    이처럼 가맹점에 가격 선택권이나 협상권이 없는 만큼 카드 수수료시장에서는 시장경제원리가 작동된다고 말할 수 없다.

    책정된 수수료에 대해 가맹점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이것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경우 곧장 시장 실패 상황이 된다.

    시장이 실패했을 때는 정부와 정치권이 개입할 수 밖에 없다.

    현재의 카드가맹점 수수료 결정구조는 바로 이런 시장실패에 따른 정부와 정치권 개입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수수료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자 지난 2012년말 전문기관 연구용역과 공청회 등을 거쳐 ‘적정 원가’에 기반한 ‘신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체계’를 도입했고 3년마다 원가를 재산정해 그에 따라 수수료율이 책정되도록 하고 있다.

    또 가격 협상력이 없는 연매출액 3억원 이하의 영세, 중소가맹점에 대해서는 금융위원회가 우대수수료율을 정해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해말 3년만에 원가를 재산정하고 당정협의를 거쳐 가맹점 수수료 인하방안을 마련했지만 수수료가 인상된 일부 가맹점들이 크게 반발해 정치권까지 움직이면서 새해벽두부터 논란이 됐다.

    여신금융협회의 공식 입장 표명으로 논란은 수면 아래로 들어갔지만 불씨가 남아있어 언제든 다시 불거질 가능성은 남아있다..

    이번 국면이 어떻게 지나가도 3년마다 원가를 재산정해서 수수료를 책정해야 하기 때문에 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이 아닌 정부가 나서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카드사나 가맹점 양쪽을 다 만족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김상봉 교수는 여기까지 이른 상황을 시장실패에 이은 정책 실패라고까지 질타한다.

    “신용카드 수수료와 관련해서는 시장 실패에 이어 정책도 실패했다. 시장이 실패하면 정부가 들어올 수 밖에 없는데, 정부는 시장을 정상화시킨 뒤 빠져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시장을 정상화시키지 못했고 정부가 빠지지도 못했다. 정부 정책도 실패한 것이다.”

    ◇ "우대수수료율, 원가에 턱없이 못미치는 수준…정치권이 밀어부친 결과"

    특히 전체 가맹점의 80%에 이르는 영세중소가맹점에 대해 낮은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하면 카드사는 원가 이하로 수수료를 받는 것이 된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법상 우대수수료율 책정에 관한 기준은 없다. 금융위원회가 정한다고 돼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수수료는 원가에 기반해 책정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아무리 우대수수료율이라고 하지만 카드사가 손해 보도록 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하지만 이번에 책정될 때도 역시 정치권이 힘으로 밀어부친 결과 원가에 턱없이 못미치는 수준이 됐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그 손해는 카드사가 떠안지 않는다면 일반가맹점에 전가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이번처럼 수수료가 조금이라도 인상된 일반가맹점들은 불만을 품고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수수료 인하압력, 카드사 문닫을 때까지 계속될 가능성 높아"

    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되지 않는 것은 카드사에게도 결코 유리하지 않다.

    표를 의식해 가맹점 편에 선 정치권의 수수료 인하 압력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가 벌어들이는 수익도 지탄의 대상이 되면서 수수료 인하 압력을 합리화하는 도구가 된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수수료 인하방안을 마련했을 때도 “카드사가 신용판매 규모 증가로 수수료 수입이 증가하는 추세로 당기순이익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며 수수료 인하 여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카드사들은 이번에 수수료 인하를 하면서 전체 순익의 3분의 1 정도 되는 6,700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감내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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