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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의 역설 '폴라보텍스'…미국·유럽·아시아를 덮치다



국제일반

    온난화의 역설 '폴라보텍스'…미국·유럽·아시아를 덮치다

    스노질라·스노마겟돈·패왕급 한파로 수십명 사망

    24일 전국에 한파특보가 발효되며 서울은 15년 만에 겨울 최저기온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여의도 일대 한강이 얼어붙어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지난 주말 미국 동부지역과 동유럽, 아시아권은 한파와 폭설 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북극에서 쏟아진 한기가 북반구 일부지역을 초토화시키며 수십명이 사망한 건 극점 대류권 중상부와 성층권에 있는 찬 기류인 '폴라 보텍스'(polar vortex)가 확장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 미 동부 '스노질라', 중국 '패왕(覇王)급 한파'

    미국 동부지역을 마비시킨 폭설로 25일 현재 확인된 사망자만 19명에 달하고 경제적 피해는 최고 7억 달러(한화 약 8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부터 내린 폭설로 워싱턴 DC와 뉴욕 등 동부 지역은 평균 3피트(약 91.4㎝)에 육박하는 눈이 쌓였다. 워싱턴의 경우 지난 1922년 이후 94년 만의 최대 적설량으로 기록됐다. 인명 피해뿐 아니라 동부 지역 공항도 전면 폐쇄돼 취소된 항공편만 7000여편에 달했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 언론들은 이번 눈폭풍을 눈과 고질라를 합친 '스노질라'(Snowzilla)로 이름 붙였다. 지난 2010년 폭설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사용한 '스노마겟돈'(Snowmageddon·눈과 최후 종말을 뜻하는 '아마겟돈'을 합친 말)이라는 단어도 다시 등장했다.

    중국 전역도 '패왕(覇王)급 한파'로 불리는 혹한으로 꽁꽁 얼어붙었다. 중국 중앙기상대는 24일 한파특보 가운데 두번째 수준인 오렌지색 한파주의보를 다시 발령했다. 중국 북부지역인 네이멍구(內蒙古) 건허시 진허진은 기온이 영하 48도까지 뚝 떨어졌다. 흑룡강 성도 영하 45도까지 기온이 곤두박질쳤다. 중국 내 대표적인 '찜통도시'인 서남부 충칭(重慶)에도 20년만에 눈이 내려 항공기 100여편이 결항했다.

    동유럽과 러시아도 살인적인 추위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은 세르비아와 마케도니아, 폴란드 등의 아침 기온이 지난주 초부터 영하 20도까지 뚝 떨어져 이 지역에 머물고 있는 시리아 난민들이 폐렴과 동상 등에 고스란히 노출됐다고 보도했다.

    상황은 일본도 마찬가지여서 일부 도서지역에는 115년 만에 눈이 내렸다. 니가타(新潟)현을 비롯해 동해에 인접한 지역은 물론 겨울이 따뜻한 규슈(九州)와 시코쿠(四國)에도 눈이 쌓였다.

    ◇ '지구 온난화의 역설' 폴라보텍스 남하

    미 동부와 동유럽, 아시아에 기록적인 한파가 몰아친 이유는 북극에 머물고 있는 한기가 세 갈래로 남하했기 때문이다.

    북극과 남극 등 극지방에는 대류권 중상부와 성층권 사이에 영하 50~60도에 달하는 '폴라 보텍스'(polar vortex)라는 공기 주머니가 존재한다.

    통상 이런 찬 공기 주머니를 제트기류가 둘러싸고 강하게 회전하면서 한기의 남하를 막지만 지구 온난화로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극 지방의 한기가 남쪽으로 쏟아져 내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케이웨더 반기성 예보센터장은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면 북극과 중위도 지역의 기온 차가 상대적으로 적어진다"며 "이에 따라 제트기류가 약해져 한기가 남하하는 것을 막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반 센터장은 "약해진 제트기류는 뱀처럼 사행을 하는 데 이 때 북극 한기가 미 동부와 유럽, 아시아 등 세 갈래로 내려와 혹한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과 홍콩, 일본 등에 혹한이 찾아온 것도 이런 대류 현상으로 해석될 수 있다.

    미국에서 시속 80㎞에 달하는 강풍을 동반한 눈보라가 몰아치고 동부 지역에 폭설이 내린 것도 마찬가지다.

    지구 온난화로 오히려 혹한이 몰아치는 현상을 전문가들은 '온난화의 역설'로 부른다.

    북극의 한기를 감싸는 제트기류는 극 지역과 중위도 지역의 온도차 때문에 발생한다.

    온도가 낮을수록 수축되는 공기 특성으로 추운 북극 쪽은 저기압이, 상대적으로 따뜻한 중위도 쪽은 고기압이 형성되는 데 올해는 북극 온난화가 심해지면서 기압 차가 줄어 제트기류가 약해졌다 것. {RELNEWS:right}

    평소 태양열을 반사하는 역할을 하던 빙하가 지구 온난화로 녹았고 대신 바닷물이 열을 흡수하면서 기온이 올라가 동서로 회전하는 제트기류를 약화시켰다는 설명이다.

    태평양 적도 지방에서 발생한 엘니뇨가 약해진 것도 극한의 추위에 한몫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기상산업진흥원 김승재 실장은 "적도 부근 바닷물의 온도가 높아지는 엘리뇨 현상으로 북극의 찬공기가 내려오는 것을 막았지만 엘리뇨가 최근 약화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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