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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인터뷰] 김동연 취임 6개월…"반란의 조짐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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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컷인터뷰] 김동연 취임 6개월…"반란의 조짐이 보인다"

    "사회적 이동성…대학사회에 의미있는 변화 시동"

    김동연 아주대학교 총장 (박종민 기자)

     

    청계천 무허가 판잣집 출신, 상고를 나와 은행원과 야간대학생으로 주경야독하며 행정고시와 입법고시를 패스한 입지전적인 인물. 기획재정부차관과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한 김동연 아주대 총장 얘기다.

    2014년 국무조정실장(장관급)에서 물러난 뒤 경기도 양평 초막에서 칩거하다 올해 초 교육자로 변신해 숱한 화제를 모았던 김동연 아주대 총장이 다음달 초면 취임 6개월을 맞는다. 1년여 전 공직자 신분에서 벗어났지만 그가 평소 강조했던 ‘유쾌한 반란’은 대학사회로 장소를 옮겨 실행파일로 작동되기 시작했다.

    기획재정부 예산실장과 2차관을 지낼 때도 그는 늘 진지했고 토론을 즐겼다. 그 스스로 어려움을 딛고 개천에서 용이 난 케이스인 것처럼 계층이동이 가능한 사회를 꿈꿨다. 사회를 바꾸려는 열정(passion) 뿐만 아니라 ‘함께, 더불어(com-)’의 의미가 가미된 ‘연민(compassion)'의 중요성도 간과하지 않았다.

    그의 근황이 궁금했다. 지난 24일 오후 약속된 시간에 경기도 수원 아주대 율곡관 2층에 위치한 총장실 문을 두드렸다. 잠시 뒤 그가 총장실 문을 나와서 활짝 웃으며 맞아준다.

    "작년 7월 국무조정실장에서 퇴임한 뒤 곧바로 용문산 근처의 황토집에서 칩거하다시피했다. 언론 접촉도 피했다. 다른 대학에서 총장 제안이 온 것도 다 거절했는데 아주대 총장추천위원회에서 7명의 총장후보에 저를 올렸다가 이사회에서 총장으로 전격 결정했다는 통보를 지난 연말 받았다."

    평소 재단이나 교수진과 일면식도 없었던 아주대와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총장 취임 이후 6개월, 소회를 물었더니 그는 작지만 의미있는 변화에 주목했다. 청년실업난이 대학생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현실 속에 뛰어들어 젊은이들과 같이 호흡하고 고민하고 해결 방안을 찾는 과정도 의미가 있었지만, 특히 "대학이나 우리 사회에서 아주대학교가 작지만 뭔가 의미있는 변화의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쾌한 반란’의 의미는 이렇게 설명했다.

    "반란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뒤집어 버린다는 뜻인데, 거기에 ‘유쾌한’을 붙인 것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 때문이다. 저는 3가지를 얘기한다. 첫째는 자기를 둘러싼 환경에 대한 반란, 둘째는 자기 자신에 대한 반란, 즉 자기의 틀을 깨는 것, 셋째는 사회에 대한 반란, 즉 사회를 건전하게 발전시키기 위한 변화다."

    ‘반란의 전도사’를 자처한 김동연 총장은 '반란의 조짐이 보이냐'는 물음에 단박에 "조짐이 보인다"고 답했다. 유쾌한 반란이 학교에서 화두가 돼 있고, 누구나 반란을 일으키자는 기운이 넘쳐나고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박종민 기자)

     

    ‘유쾌한 반란’이란 표현은 그가 직접 작명했다. 아주대 총장으로 취임하기 훨씬 이전인 기재부 예산실장 때도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했던 말이다. 국무조정실장 때에는 경희대와 잠실체육관에서 대학생 수천, 수만명을 모아놓고 ‘열정낙서’란 매머드 강연도 했다.

    주어진 환경을 극복하고 계층 이동이 가능한 사회를 젊은이들에게 선물해야겠다는 열정은 청계천 판잣집에서 살며 17살 때부터 가장 노릇을 해야 했던 어릴 적 경험과 무관치 않다. 그는 누군가 쓰레기통에 버린 고시 잡지를 통해 당시 탈출구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

    "환경에 대한 반란은 남이 낸 문제 풀기, 자기 자신에 대한 반란은 내가 낸 문제를 풀기다, 사회에 대한 반란은 사회에서 풀어야 할 문제들에 대한 것인데 사회적 이동성(social mobility)이 중요하다."

    대학생들과의 소통의 자리에서도 늘 강조하는 말이다. 특히 "자기 자신의 틀을 깨라,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찾아라, 남의 인생 살지 말고 내 인생을 살아라"는 말은 학생들에 대한 단골 주문이다. 학생들과의 소통을 위한 자리는 매달 2차례씩 실시한 브라운백 미팅과 중간,기말고사 때의 이른바 ‘총장빵행사’ 등이 있다.

    ◇사회적 이동 ‘애프터유 프로그램’

    사회적 이동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1학기 학교차원에서 관심을 쏟은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애프터 유(After You)'다. 그의 문제의식은 이렇다.

    "사회적 이동성이 원활해야 건강하고 지속가능하게 발전할 수 있는 사회다. 그런데 지금처럼 5%의 승자와 95%의 패자가 있는 식으로 생각하는 사회라면 95%의 사람들은 이 사회의 게임의 룰에 승복하지 않을 것이고 사회적 갈등과 반목이 심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예전에는 사회적 이동의 가장 좋은 수단이 교육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교육이 부와 사회적 지위를 대물림하는 수단이 됐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지역과 수도권 중소도시 학생들의 대학수능 점수가 비슷하다고 해도 도저히 못따라가는게 영어점수다. 영어는 소득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

    김동연 총장이 애프터 유(After You) 프로그램을 만든 이유다. 애프터 유는 ‘나보다 남이 먼저’라며 양보할 때 쓰는 표현이다. 해외연수는 꿈도 못 꾸는 어려운 학생들에게 넓은 세상에 눈을뜨고 자신의 지평을 넓힐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다. 가정형편과 열정을 토대로 80명을 선발해 미국 명문 미시간대와 존스홉킨스대, 중국 상하이 교통대에서 4주간 교육이 이뤄진다. 미시간대는 그가 학위를 땄던 곳이고, 존스홉킨스대는 국제대학원(SAIS)에서 교환교수로 있던 곳이다

    특히 대상자의 20%는 경기도내 19개 4년제 대학에서도 추천을 받아 선발했다. 여기에는 깊은 뜻이 있다.

    "타대학 학생들을 포함시키는 것에 대해 다른 의견도 있었지만, 사회적 이동성을 아주대 울타리를 넘어 사회로 확산시키는게 목적이다. 실제로 외부학생 참여 이후 다른 대학 총장들 사이에서 우리도 해야겠네요 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보수의 절반, 외부강연료 뚝 떼어 숨은 기부

    재학중인 학생들이 부모의 사망이나 실직과 같은 갑작스런 어려움 속에서 학업을 계속하기 힘든 경우 도움을 주고자 희망SOS 프로그램도 고안했다. 벌써 신청한 학생이 30여명에 이르렀다.

    (박종민 기자)

     

    애프터유 연수프로그램이나 SOS 프로그램의 재원이 궁금했다. “학교 돈 안썼다”는 답이 돌아왔다. 재원은 전액 기부금으로 충당했단다. 특히 거액의 소수 기부보다는 소액 다수 모금을 통해 사회이동성 확산이라는 취지를 널리 알리는데 주력했다.

    김동연 총장 자신도 외부 강연료와 급여의 절반 가량을 매달 이 프로그램을 위해 비밀리에 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강연료 일체는 여직원을 통해 통장관리하고 있고, 급여도 공무원 연금 정도에 준해서 쓰고 나머지는 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쉽지 않은 결심을 했다'고 물었더니 "근데 즐겁다,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건데..."라는 조심스런 답변이 돌아왔다.

    ◇멈추지 않는 꿈…소셜 무브먼트로 성공한 정책 만들기

    경제관료에서 교육자로의 변신. 두 직업의 차이를 물었더니 “어떤 일을 하든 다 똑같다”는 예상 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그리곤 “좋은 정책과 성공한 정책의 차이는 뭘까?”라는 화두를 던졌다. 공직을 그만두기 전과 그만 둔 이후에도 계속 고민하고 있는 문제였다.

    {RELNEWS:right}훌륭한 정책목표를 설정해서 좋은 대안을 만들고 예산과 인력을 제대로 투입해서 집행했는데도 의도한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를 그는 정책실패(policy failure)라고 불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자발적인 사회운동과 정책의 결합’이다.

    "청년실업이나 대학교육을 예로 들면, 교육희망사다리사업은 일종의 패자부활전과 같은 좋은 정책인데 사회운동으로 추진하게 되면 굉장한 시너지를 낼 수 있고, 그런 점에서 애프터유 프로그램은 작지만 훌륭한 시도다."

    그동안 관료로서 좋은 정책을 만들기 위해 천착했다면 이제는 교육자의 입장에서 사회운동을 추동해 성공한 정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여름방학 기간에 아주대는 학교발전계획을 다시 짜고 있다. 학생들이 꿈을 찾고 도전하는 프로그램, 교수들이 평가에 얽매이기 보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김동연 총장은 각 단과대별로 교수들과의 면담도 강화하고 있다.

    "아주대가 발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대학교육에 뭔가 의미있는 변화의 시작을 아주대가 해보자 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변화를 향한 그의 꿈은 멈추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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