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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둑 높이기 사업…가뭄에 '무용지물'



경제 일반

    4대강 둑 높이기 사업…가뭄에 '무용지물'

    혈세 2조7천억원 투입해 110개 저수지 증보, 농업용수 공급 기능 상실

    극심한 가뭄에 말라버린 저수지 (박종민기자)

     

    경기와 강원, 경북지역이 37년만의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논바닥은 거북등처럼 갈라지고 밭에선 흙먼지가 날리는 최악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저수지는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됐다.

    이명박 정부가 가뭄에 대비하겠다며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해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을 벌였지만 가뭄 앞에서 무용지물이 됐다.

    강수량이 적어 처음부터 용수를 확보하지 못한 탓도 있지만, 둑 높이기 사업이 졸속 추진되면서 4대강 용수 조절을 위한 보조용으로 중복 투자됐기 때문이다.

    최악의 가뭄을 맞아 4대강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110개 저수지에 2조 7천억 투입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은 지난 2009년 4대강 사업과 동시에 시작됐다. 저수지의 둑을 높여서 용수를 더 많이 확보하겠다는 명분으로 추진됐다.

    4대강 유역의 저수지 93개와 유역 외 저수지 17개 등 모두 110개 저수지를 대상으로 사업비 2조7천억 원이 투입됐다.

    정부는 둑 높이기 사업을 통해 모두 2억 3,500만t의 용수가 추가 확보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소양강 댐의 최대 저수용량 29억t과 비교해 8.1%에 불과하다. 사업비 대비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던 대목이다.

    또한, 현재 우리나라의 농업용 저수지 1만 7,000여개를 감안할 때 겨우 0.6%에 불과한 110개 저수지에 대해 둑 높이기 사업을 추진한들 얼마나 효과를 보겠느냐며 효용성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 둑 높인 저수지, 가뭄에 바닥 드러내

    이 같은 우려가 이번 가뭄을 통해 사실로 드러났다. 가뭄 피해가 가장 심한 인천 강화의 고려저수지의 경우 170억 원을 들여 둑 높이기 사업을 벌였지만 현재 저수율은 0%다.

    저수지에 아예 물 한 방울조차 남아있지 않다는 얘기다. 저수용량을 330만t에서 430만t으로 늘리겠다며 뚝 높이기 사업을 벌였지만 정작 용수를 확보하지 못해 무용지물이 됐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고려저수지가 지난해 하반기에 준공되다 보니 용수를 확보할 시간이 부족했다”며 “더구나 최근 3-4년 동안 강화도 지역의 강수량이 워낙 적어서 둑을 높인 의미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 강원 춘천의 원창저수지도 둑 높이기 사업을 통해 저수용량을 150만t 이상 늘렸지만 저수율은 43%에서 30%로 오히려 떨어졌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경기도 지역의 저수율은 23%로 둑 높이기 사업 이전의 30% 보다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40년 빈도 가뭄에 대비하겠다며 둑 높이기 사업을 밀어 붙였지만, 37년 만에 찾아온 가뭄에 쓸모없는 저수지가 되고 말았다.

    ◇ 둑 높이기 사업, 예고된 가뭄 참사…4대강 보조용

    정부는 둑 높이기 사업을 통해 농업용 저수지의 용수 공급이 안정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이 사업은 대상 저수지 110개 가운데 84.5%가 4대강 유역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본래 목적은 4대강의 수량 조절을 위한 소규모 보조 댐 역할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4대강의 수량이 부족하면 저수지의 물을 흘려보내고, 반대로 장마와 태풍 등의 영향으로 4대강이 범람하면 상류지역 저수지에 물을 가둬두는 기능이다. 여기에, 4대강 녹조 제거를 위한 수질 개선 역할도 맡고 있다.

    가톨릭관동대학교 박창근 교수는 “정부가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을 대대적으로 했는데 관련 문서 6건을 살펴보니 주 목적은 (4대강) 하천유지용수 공급에 있었다”고 밝혔다.

    {RELNEWS:right}박 교수는 “다만 농번기를 앞두고는 농업용 저수지의 물을 하천유지용수로 공급하지 않고 저장하게 되는데, 이럼에도 불구하고 둑을 높인 저수지에 물이 없다는 것은 증보사업이 실제로 물이 부족한 지역을 위해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상류에서 물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지역의 저수지까지 마구잡이식으로 둑 높이기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정작 가뭄이 들었지만 농업용수를 공급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얘기다.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강화 고려저수지의 경우도 주변에 깊은 산과 계곡이 없어 용수 확보가 쉽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둑 높이기 사업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박 교수는 “농업용 저수지가 하천유지용수 목적으로 증보가 됐지만 실제로는 체계적인 용수 공급 시스템이 아예 없다”며 “하천유지용수뿐 아니라 농업용수를 적기에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부터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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