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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시험 하나면 건강기능식품 인정, 참 쉽죠?



생활경제

    임상 시험 하나면 건강기능식품 인정, 참 쉽죠?

    • 2015-05-29 06:00

    [가짜 백수오가 들춘 식약처의 민낯… '식피아' ④]

    '가짜 백수오' 파문에서 유통 제품 대부분이 가짜였던 것만큼 충격적이었던 것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 과정에서 보여준 무능과 무책임이었다. 건강기능식품 인증부터 관리·감독까지 식약처가 가짜 백수오 사태에 이르는 데에는 몇 가지 결정적 장면들이 있었다. CBS는 5차례에 걸쳐 식약처가 식피아로 불리며 '작은 왕국'을 이룬 과정을 거슬러 추적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독성시험 안한다 '버티는' 식약처, 진짜 이유는?
    ②식약처와 업계의 관계는?…과장광고 문제 없었던 이유
    ③건강기능식 '깜깜이 인증'으로, 식약처가 직접 바꿨다
    ④임상 시험 하나면 건강기능식품 인정, 참 쉽죠?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가짜 백수오 파문은 사후 관리에 무능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민낯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에 앞서 논문 한 편이면 기능성을 인정받는 건강기능식품 '지정 단계'에서부터 시작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식약처가 내린 건강기능식품의 정의와 기능성 등급은, 소비자들이 제품에 기대하는 수준에 비해 '턱없이' 허술하다. 심지어 부작용 사례가 속출해도 제품은 꾸준히 유통되고 있다.

    ◇ 내츄럴엔도텍 '셀프 논문' 한 편으로 기능성 2등급 인정

    가짜 백수오 파문의 진원지인 내츄럴엔도텍이 백수오 등 복합추출물의 건강기능식품 인증을 위해 식약처에 제출한 논문은 단 한 편에 불과하다.

    임상시험 대상도 동양인이 아닌 미국 여성 29명이다. 시험방법은 이들에게 석 달 동안 백수오 추출물을 주고 안면 홍조 등 갱년기 증상이 개선됐는지 '물어본' 것이 전부다.

    논문의 공동 저자는 내츄럴엔도텍 김재수 대표와 내츄럴엔도텍 직원이다. 이들의 백수오 추출물은 논문 제출 한 달 뒤 건강기능식품 '생리활성화기능 2등급'을 받는다.

    식품생명공학과의 한 교수는 "연구 대상의 특징, 범위부터 연구 방식, 논문의 공동저자로 시험 결과에 절대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업체 대표가 올라있는 것까지, 이런 논문이 기능성을 증명하는데 자료로 쓰였다는 게 전문가 입장에서는 웃기는 일"이라고 말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 식탁 점령한 홍삼·오메가 3·유산균 알고보니…건강에 도움줄 수도, 안 줄 수도 있다?

    이같은 문제는 백수오 원료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식약처의 기능성 인정 자체가 '증명'이 아닌 '추측'에서부터 가능하기 때문이다.

    식약처 '건강기능식품 기능성원료 및 기준규격 인정에 관한 규정'은 "기반연구자료를 통한 가능성 있는 생리학적인 효과나 기전을 추측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문제는 해당 원료가 어떤 건강상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달리 말해,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식약처에 고시된 건강기능성식품 230여개 중 86%에 해당하는 200여개 제품은 생리활성화기능 2등급이다. 홍삼, 오메가 3, 유산균, 지방산 등 소비자들이 즐겨먹는 것들 대부분이 여기 2등급 기능성 식품이다.

    가능성 수준에서 더 멀어진 3등급은 "인체 인체적용시험에서 기능성을 확보할 수 없"는 원료가 받는 인증이다. 어떤 효과든 "사람에게는 확인이 안 됐다"는 설명이다. 2·3등급 제품은 건강기능식품 95%를 차지하고 있다.

    ◇ 식약처 '재평가' 미봉책…"건강기능식품도 의약품처럼 철저히 관리해야"

    지나치게 '관대한' 기능성 인정 제도에 대해 식약처는 건강기능식품의 목적이 '건강 개선'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질병 예방과 치료' 를 위한 의약품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건강기능식품제도에서 정하고 있는 31가지의 생리활성 기능은 혈당조절, 콜레스테롤 개선, 혈압조절 등 특정 질병 상태에 대한 개선이다.

    의약품의 기능은 그대로 가져오고, 의약품과는 달리 허술한 잣대를 건강기능식품에 들이댄 것이다. 이는 소비자들의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기대 수준과 식약처의 실제 업무 사이에 엄청난 간극이 생기게 했다.

    주부 김주영(52) 씨는 "솔직히 건강기능식품 꾸준히 먹으면 몸에 굉장한 변화가 오는 것처럼 광고를 하지 않냐"면서 "식약처 인정 받았다고 하면 효능을 더 믿게 되고 먹으면 정말 건강해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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