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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朴 귀국날 자살한 김 일병, 서울공항선 무슨일이?



사건/사고

    [단독]朴 귀국날 자살한 김 일병, 서울공항선 무슨일이?

    공군 '순직' 뒤집고 '일반 사망' 결정, 책임자 누구도 처벌 받지 않아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6월 30일 오후 중국 국빈방문을 마치고 서울공항에 도착해 전용기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박근혜 대통령이 첫 중국 국빈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지난해 6월 30일 오후 서울공항. 국민들은 TV 생중계를 통해 전용 비행기에서 내리는 박 대통령의 모습을 지켜봤다.

    성공적인 국빈방문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도착한 박 대통령이 서울공항을 떠난 그날 밤. 서울공항을 관리·운영하는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 소속 김지훈(당시 22살) 일병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김 일병은 이날 저녁 9시 20분부터 10시까지 완전군장을 한채 비행단 연병장을 도는 얼차려를 받았고 이로부터 6시간 뒤인 다음날 새벽 4시에 생활관 계단 한켠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

    ◈ A 준장 대통령 행사에 지각, 김 일병에게 불똥

    김 일병이 사망한 뒤 비행단 헌병대는 수사에 착수했다. 김 일병의 사체를 부검하는 등 조사를 벌인 결과 별다는 타살 흔적이 발견되지 않아 자살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 때부터 헌병대는 왜 김 일병이 자살을 했는지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다. 김 일병은 지난해 2월 25일 공군에 입대해 두달여 뒤인 4월 22일에 비행단 보급대대로 전입했다.

    한달여간 보급대대 운영통제실에서 근무하던 김 일병은 다시 한달여 뒤인 5월 20일 비행단 본부 단장실 행정병으로 보직이 변경돼 40일간 근무하다 자살했다

    휴일이었던 사망 당일 김 일병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부대 면회실에서 부모님을 면회했고 3시 30분쯤에 대통령 귀국 행사를 위해 단장실로 출근했다.

    문제는 이 때부터 발생했다. 비행단 단장인 A 준장이 대통령을 영접해야 하는데 정복 단추가 느슨해 부관인 B 중위가 이를 꿰매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이 예정보다 일찍 도착한다는 전화를 B 중위가 받지 못해 서울공항을 책임지고 있는 A 준장이 대통령 영접행사에 지각했다. 한마디로 의전에 실패한 것이다.

    그런데 의전 실패의 불똥은 엉뚱하게 김 일병에게 튀었다. B 중위는 이후 단장 정복 준비가 미비한 점, 그리고 거짓말을 한다는 점 등을 들어 김 일병을 질책했다.

    이어 이날 저녁 B 중위는 김 일병과 김모 상병, 정모 상병에게 완전군장을 하도록 한 뒤 연병장 단체구보를 지시했다.

    김 일병은 단체구보 뒤 혼자 화장실에 있다가 자신을 위로하러 온 김 상병에게 "모두 제 잘못 때문입니다"라고 재차 말하며 심하게 자책했고 결국 자살을 결심했다.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사진=유튜브 영상 화면 캡처)

     

    ◈ 권한 없는 상관이 얼차려, 잦은 질책

    김 일병은 평소 B 중위의 질책 때문에 힘들어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헌병대 조사기록에 따르면 김 일병은 부관실로 전입온 뒤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헌병대 조사에서 김 상병은 "(김 일병이) 매일 혼나다시피 했다"고 진술하고 있으며 그 이유는 지휘관 등의 계급과 성명을 잘 외우지 못하고 전화받는 방법을 잘 숙지하지 못하는 등 업무미숙 때문이었다.

    조사결과 김 일병은 자살하기 일주일여 전인 6월 22일에도 부관실에 30분 늦게 출근했다는 이유로 완전군장을 한채 단체구보를 하는 얼차려를 받았다.

    국방부의 '명량한 병영생활 활성화 추진계획'에 따르면 B 중위는 규정에 명시된 사랑의 벌 결정권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결정권자에게 보고 없이 사랑의 벌을 실시했다고 헌병대는 밝히고 있다.

    김 상병은 B 중위에 대해 "욕설이나 언성을 높여 질책을 하지는 않았으나 지적하는 과정에서 어투가 상대방을 질책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자신의 고집이 강하고 타인의 잘못을 반드시 지적하고 넘어가는 스타일"이라고 평소 태도를 지적했다.

    이같은 헌병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해당 비행단은 사건발생 2개월여 뒤인 지난해 9월 '부대 전공사망 심사'를 통해 '순직'을 의결했다.

    ◈ 순직 결정 뒤집은 군 "김 일병에게 자살 책임"

    그런데 김 일병의 사망 뒤 7개월여 동안 순직 결정만을 기다리고 있던 김 일병의 아버지 김모(54) 씨는 지난 1월 공군으로부터 순직이 아닌 '일반 사망' 결정이 내려졌고 보상금 600만원을 받아가라는 통지를 받았다.

    여기다 '일반 사망' 결정을 내린 공군 본부는 김 일병이 업무 스트레스 보다는 이전부터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자살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공군본부의 심의결정서에는 "입대 이전부터 있었던 병리적인 성격(심한 자기비난, 죄책감, 학습된 무기력감, 자살에 대한 오랜 생각 등)이 자살에 이르도록 한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였다는 정신과 군의관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일반사망으로 결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김 일병은 입대 전과 후 한번도 정신과 진료를 받은 기록이 없다. 다만, 자살 전 김 일병은 자신의 수첩에 "언제부턴가 생각이 잘 나지가 않는다...중략...내가 들어도 말이 안되니 남이 들으면 변명 같을 수 밖에 없다...중략...뭐가 문제인지는 몰라도 몇 년 이랬으면 충분하다"고 자살 결심 이유를 밝혔다.

    공군본부는 또 "구타·폭언 또는 가혹행위 등의 억압적 행위가 없었으며, 업무처리 미숙에 대한 동기부여로 상관 및 부서원 전원과 함께 무장구보(2회)를 실시하였는바 이는 군인으로써 통상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정도로 판단"이라고 밝혔다.

    ◈ 군생활 적응 잘하던 김 일병, 왜 자살을 결심했나?

    이와 관련해 김 일병은 사망 5일 전인 26일 항공의무대대를 방문해 국군수도병원 신경정신과 진료를 받기 위해 예약했고 진료 이틀 전 자살했다.

    이같은 사실은 A 단장과 B 중위에게도 보고가 됐지만 김 일병은 평소와 다름 없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대통령 의전 행사 관련 업무에 투입됐고 이후 완전군장 구보 얼차려를 받았다.

    그런데 김 일병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단장 부관실에 배속되기 전까지는 군생활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증거들이 헌병대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부관실 배속 전 두달간 생활했던 보급대대 주임원사는 면담결과 보고서에 "면담결과 붙임성이 있고, 활달한 성격으로 상하 동료간 부대 생활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고 판단되며 부대 적응에 큰 문제점 없음으로 사료됨"이라고 기록했다.

    "항상 밝고 긍정적이며 농담도 자주하고 빠르게 적응을 하였다"(권모 상병), "선임에 대한 예의도 잘 지키고 빠르게 잘 적응하여 늘 밝고 즐거워 보였다"(김모 일병) 등의 진술도 있다.

    그런데 부관실로 옮긴 뒤 동료들의 진술은 확연히 달라진다. 최 모 일병은 "사무실 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다. '부관이 까탈스러운 성격이지만 내가 잘못한 것이기 때문에 내가 잘하면 나아질 것이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이를 종합해 보면 김 일병이 정식 진료를 거치지는 않았지만 수첩의 메모를 통해 분석해 봤을때 뇌의 이상은 없지만 심리적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해리성 기억상실 증상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군에서는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욱 극심한 스트레스를 준 것으로 보인다.

    당시 공군에 심리분석 의견서를 제출한 두원공과대학 아동복지학과 이상희 교수(더하트심리연구소 소장)는 "즉각적인 심리적 위기개입이 있었어야 했으나 즉각적인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위기 개입의 부재 등 전반적인 자살예방시스템의 부재로 고인은 자살행동을 결행하여 죽음에 이르게 된 것으로 사료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 A 준장은 소장 진급, 靑 진상규명 지시

    이같은 숱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왜 공군본부는 해당 부대의 '순직' 결정을 뒤집고 김 일병에게 모든 책임을 돌렸는지가 의문이다.

    국가권익위에서 군내 자살사건을 담당하는 한 조사관은 "수 백여건의 사건을 담당했지만 김 일병 사건 처리는 굉장히 이례적이고 나 스스로도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조사관은 "김 일병 사건은 순직 결정을 받을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췄다"면서 "관련 기록을 분석해 보면 군의 병사 관리가 부적절했고 상관의 행동은 정신질환이 의심되는 김 일병을 자살로 몰 수 있는 트리거(방아쇠)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조사관은 특히 "권한이 없으면서 야간에 완전군장 구보를 시키는 얼차려를 준 것은 명백한 가혹행위"라며 "이를 군인으로서 통상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본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김 일병 자살 뒤 직속 상관이었던 B 중위는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았다. B 중위의 아버지는 공군 예비역 중령 출신이며 그의 누나는 공군 홍보대사를 맡은 바 있는 유명 연예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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