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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제주

    제주의 풀꽃나무이야기-한라부추

    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

    제주CBS '브라보 마이 제주'<월-금 오후 5시 5분부터 6시,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에서는 매주 목요일 제주의 식물을 소개한다. 이번에는 '한라부추'에 대해 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를 통해 알아본다.

    한라부추(촬영: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

    10월 중순이면 들꽃들도 대부분 자취를 감추고 있는 시기로 앞으로 볼 수 있는 꽃들이 몇 종류가 남지 않았습니다. 열심히 들꽃을 따라 다닌다고는 했지만 생각만큼 많이 만나지 못하는 것이 늘 아쉽습니다. 그러나 바닷가에는 아직 갯쑥부쟁이가 한창이고 해국과 이고들빼기도 꽃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오름에는 꽃향유가 절정이고 물매화도 피기 시작했습니다. 선이질풀도 가는 가을이 아쉬운지 지금도 풀 섶 위로 머리를 내밀고 있습니다. 파란 가을하늘을 향해 꽃을 피운 산부추의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한라산에는 산부추와 비슷한 한라부추가 있는데 꽃망울만 보고 꽃이 필 때 다시 와야지 하고는 다른 일 때문에 잊고 있었습니다. 

     
    한라부추는 해발 1000m 이상 되는 한라산을 비롯해서 백운산, 지리산, 가야산에서 자랍니다. 백합과의 여러해살이 풀꽃으로 햇볕이 잘 들어오는 습지를 좋아하고 키가 큰 것은 30cm 정도 됩니다. 잎은 가늘고 반원형으로 3-4개가 달리는데 꽃자루보다 짧습니다. 8월이 되면 긴 꽃대에 20~30개의 작은 꽃들이 우산 모양으로 모여 피어 장관을 연출합니다. 꽃 색깔은 간간이 흰 꽃이 나오기도 하지만 붉은 빛이 도는 보라색이 대부분입니다. 9월까지도 이 광경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이 시기가 되면 들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한라산 1100습지를 한번은 찾게 됩니다. 

     
    한라부추라는 이름은 부추의 꽃과 잎을 닮았고 한라산에서 처음 발견되어 붙여졌습니다. 물론한라산에서 처음 발견되었으니까 우리나라 특산식물입니다. 발견한 사람은 프랑스의 타케신부입니다. 학명도 타케신부를 기리기 위해 Allium taquetii로 명명됐습니다. 타케신부가 제주에서 생활하는 동안 수만 점의 식물을 채집하여 유렵의 유명 대학, 연구실로 보내지면서 제주의 식물을 세계로 알렸던 일화는 유명합니다. 타케신부의 이름이 학명에 붙여진 식물이 한라부추 외에도 섬잔대, 갯취, 해변취 등 제주에서 자라는 것만 13종에 이르고 있는 사실에서도 그의 활동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한라부추(촬영: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

    산부추, 갯부추, 두메부추, 좀부추 등 부추라는 이름이 붙은 식물만 20종이 넘습니다. 그 가운데 제주에서 자라면서 한라부추와 비슷한 것으로 갯부추와 산부추가 있습니다. 갯부추는 보다 전체적으로 두툼한 느낌을 주는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주로 바닷가에 자랍니다. 잎은 꽃자루보다 길고 다소 육질이면서 꽃도 한라부추나 산부추 보다 엷은 색인 홍자색을 띠고 있습니다. 산부추는 한라부추와 너무 닮아 잘 구별이 안 됩니다. 습한 곳을 좋아하는 한라부추와 달리 산부추는 건조한 오름 능선이나 풀밭에서 보입니다. 한라부추의 잎이 둥근 느낌의 반원형인데 비해 산부추는 둔한 능선이 있는 삼각형인 것이 가장 큰 차이입니다. 그리고 한라부추가 작은 꽃자루가 길어 꽃차례가 비교적 헐거운 느낌이 있는 반면 산부추는 작은 꽃자루가 짧기 때문에 꽃이 빽빽이 달린 느낌을 줍니다.


    부추를 지방에 따라 달리 부릅니다. 제주에서는 세우리라고 하고 경상도 지방에서는 정구지(精久持)라 부르기도 합니다. 정구지라는 이름은 '기력을 오래 지속시켜주는 풀' 정도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예전부터 몸이 허할 때 강장식품으로 이용해왔으니까 효능에 맞춰 이름이 잘 붙였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절에서는 파나 달래와 함께 부추를 심지 않았습니다. 자극이 강하고 냄새가 많이 나기 때문에 스님들이 피해야 되는 식물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라부추도 부추의 한 종류로 부추처럼 식용할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한라부추의 알뿌리를 해백(薤白)이라 하여 한방에서는 약재로 이용했습니다. 민간에서도 전초를 말려서 잘게 썰어 보관했다가 이용하거나 분말로 만들어 먹기도 했습니다.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주기 때문에 소화가 잘되지 않을 때 좋다고 합니다. 통증을 누그러뜨리는데도 효능이 있고 가래를 없애주는데도 그만이라고 합니다. 최근에는 약재로 이용하는 것 말고도 꽃이 화려하고 아름다워 관상용으로도 쓰여 공원이나 수목원에 심어 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키워보고 싶은 사람은 10월 중순이 넘어 열매가 익으면 바로 파종하거나 냉장 보관했다가 이듬해 봄에 뿌리면 됩니다. 발아율이 높기 때문에 물 빠짐이 좋은 토양이면 잘 자란다고 합니다.
     

    서서히 들꽃들도 겨울을 나기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한라부추도 졌지만 장관을 연출했던 습지의 풍광이 그립습니다. 10여 년 전 화려한 꽃과 알싸한 향기로 습지 전체를 물들였던 한라부추와의 첫 만남을 지금까지 잊을 수가 없습니다. 한라부추의 꽃말이 '영원한 사랑'입니다. 그런 느낌 때문에 사람들은 한라부추가 필 때가 되면 이미 보지 않았던 것도 아닌데 한라산으로 내닫는가봅니다. 올해 만나지 못한 아쉬움 때문에 내년에는 꼭 봐야할 들꽃 목록에 올려 놓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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