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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풀꽃나무이야기-제주상사화



제주

    제주의 풀꽃나무이야기-제주상사화

    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

    제주CBS '브라보 마이 제주'<월-금 오후="" 5시="" 5분부터="" 6시,=""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에서는 매주 목요일 제주의 식물을 소개한다. 이번에는 '제주상사화'에 대해 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를 통해 알아본다.

    제주상사화 (촬영: 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

     


    8월도 거의 끝나가고 있습니다. 두 달 가까이 가뭄으로 타들어가던 제주는 지난주부터 내린 비로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바닥을 드러냈던 백록담에도 물이 조금 찼다는 소식이 있고 생태숲 연못의 수생식물들도 줄기를 꼿꼿이 세웠습니다. 비가 내린 뒤로 무더위도 한풀 꺾여 아침에는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생태숲에는 제주에만 자라는 방울꽃이 아직도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고 물봉선도 꽃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숲 밖 탐방로의 보라색 소황금도 멋을 더해가고 있고 연못의 물질경이도 잎을 내고 있으니 조금 있으면 꽃을 피울 듯합니다. 그리고 벚나무숲 풀밭에는 제주상사화가 가뭄이 끝나자마자 꽃대를 힘차게 올렸습니다.
     

    상사화라는 이름은 잎이 돋아날 때 꽃이 없고 꽃이 필 때는 잎이 져버려 서로를 그리워한다하여 붙여졌다고 합니다. 이런 애틋한 그리움의 정서가 상사화를 소재로 하는 많은 시를 등장시켰고 그림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상사화를 다른 이름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잎이 난초처럼 생겼다하여 개난초라 부르기도 하고 남녀 간의 이별을 상징한다하여 이별초라 하기도 합니다. 이 밖에도 꽃에서 느껴지는 이미지가 깊은 산속의 절에서 혼자 살아가는 스님들과 비슷하다 하여 중무릇이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절 주변에 상사화가 많이 심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제주상사화의 학명은 Lycoris chejuensis입니다. 여기서 속명 라이코리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여신 라이코리스에서 유래했고 종소명 chejuensis는 제주에서만 자라는 식물이라는 뜻이 담겨있습니다.
     

    학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제주상사화는 제주특산식물입니다. 수선화과의 여러해살이풀꽃으로 햇볕이 잘 드는 풀밭에서 볼 수 있습니다. 3월이 되면 30cm 정도 되는 길쭉하고 날씬한 여러 장의 잎이 돋아납니다. 그리고 잎은 광합성을 통해 몇 달 동안 열심히 양분을 모아 뿌리에 저장하고 6월쯤이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집니다. 한 달쯤 지난 8월이 되면 그 자리에서 60cm 높이의 갈색 꽃대가 올라오고 얼마 없어 꽃대 끝에는 5~10 송이의 꽃송이가 우산모양으로 화려하게 달립니다. 꽃잎처럼 보이는 화피편은 6장으로 가운데에는 붉은 선을 그려놓은 것 같은 주맥이 있고 가장자리는 약간 물결모양을 이루고 있습니다.
     
    제주상사화 (촬영: 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

     


    꽃은 엷은 주황색이 대부분이지만 조금 더 연한 색을 띠는 것도 있고 진한 것도 있어 환경에서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는 듯합니다. 꽃잎처럼 보이는 화피편은 통으로 되어 있는데 길게 갈라져 있습니다. 그리고 늘씬한 암술대와 수술대는 모두 주황색으로 조금 더 벌어진 화피편 아래쪽에서 길게 뻗어 있습니다. 꽃이 필 때면 많은 호랑나비가 드나들어 매개체에 의한 꽃가루받이가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제주상사화는 꽃은 피워도 정작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신해서 땅속 비늘줄기로 세력을 확장합니다. 이러다 보니까 번식이 어렵고 고유종이지만 자생지 확인이 쉽지 않아 멸종위기식물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주상사화 말고도 몇 종류의 상사화가 더 있습니다. 상사화의 대표 격으로 연분홍빛 꽃을 피우는 상사화를 비롯해서 꽃 색이 제주상화 보다 더 노란 진노랑상사화, 꽃잎은 노란색이지만 암수술이 검붉은 붉노랑상사화, 전남 백양사에서 발견된 백양꽃, 전남의 위도에만 자라는 위도상사화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초가을 무리지어 붉게 피어나는 꽃무릇이라는 꽃도 있습니다. 이 꽃무릇은 중국 원산으로 석산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잎이 다른 상사화처럼 통꽃처럼 보이지 않고 화피편이 완전히 갈라져 상사화의 한 종류가 아니라고 하는 분들도 있지만 잎과 꽃이 동시에 나오지 않는 특징이 있는 상사화의 한 종류입니다.
     

    제주상사화도 그렇지만 상사화류는 예전부터 꽃모습이 화려하여 관상용으로 많이 이용해왔습니다. 최근에는 공원이나 길가에 제주상사화가 심어져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땅속 비늘줄기를 햇볕이 조금 들고 물 빠짐이 좋은 땅에 나누어 심으면 잘 자라기 때문에 키우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그리고 땅속 비늘줄기는 약으로 쓰기도 합니다. 독을 풀어주거나 가래를 제거하는데 이용하고 마비로 인한 통증에도 처방합니다. 그러나 비늘줄기에는 독성으로 알려진 알칼로이드가 많이 들어 있어 잘못 쓰면 위험하다고 하니까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겠습니다.{RELNEWS:right}
     

    상사화의 꽃말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입니다. 꽃말이 너무나 애틋합니다. 꽃말을 차치하고서라도 꽃을 보면 누구나 한번쯤 제대로 눈 맞춤을 하고 싶어집니다. 이런 정서를 반영하듯 최근에는 '선운사 꽃무릇축제' '불갑사 상사화축제' 등 상사화와 관련된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축제도 열리고 있습니다. 비록 따라하는 느낌은 있지만 제주에서만 자라는 꽃이라는 장점을 살려 '제주상사화축제'도 고려해봄직 합니다. 아름다운 제주상사화 길을 걷고 있는 흐뭇한 상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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