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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풀꽃나무 이야기 - 칡꽃



날씨/환경

    제주의 풀꽃나무 이야기 - 칡꽃

    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

    제주CBS '브라보 마이 제주'<월-금 오후="" 5시="" 5분부터="" 6시,=""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에서는 매주 목요일 제주의 식물을 소개한다. 이번에는 '칡꽃'에 대해 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를 통해 알아본다. [편집자 주]

    칡꽃 (촬영: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

     


    긴 가뭄과 불볕더위로 제주의 여름은 끝날 것 같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며칠 사이 햇볕의 강도도 많이 약해졌고 제법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이 가을의 문턱에 선 느낌입니다. 작년 9월은 꽤 더웠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올해는 가을이 빨리 오는 듯싶습니다.

    이맘때 들꽃들은 보라색, 파란색, 붉은색으로 피어 서서히 짙은 색을 띠기 시작합니다. 특히 보라색 꽃들은 가을이라는 느낌과 잘 맞아 떨어지는 듯합니다. 오름에는 연보랏빛 쑥부쟁이가 꽃을 피우고 있고 한라산에는 진한 보라색의 한라돌쩌귀가  피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서 가을이 깊어지면 꽃향유가 온 산을 덮을 것입니다. 더욱이 무리지어 피기 때문에 가을은 온통 보라색 꽃들의 향연입니다.
     

    보라색 꽃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칡꽃입니다. 진한 보라색 색감이 주는 관능적인 아름다움과 꽃에서 풍기는 향기는 중년 여인의 느낌입니다. 그러나 칡꽃의 매력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은 꽃보다는 차나 약재로 더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 밭일 하러 갔다가 아버지가 캐 주는 칡뿌리의 달콤한 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군것질할 것이 많은 요즘 아이들에게는 생각지도 못할 일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커피 전문점만 따로 생길 만큼 서양의 차 문화에 길들여져 있지만 예전 찻집에서 칡차는 꼭 갖춰 놓아야할 메뉴였습니다.

     
    칡은 콩과 식물로 전국에서 자라는 낙엽이 지는 덩굴성 나무입니다. 줄기는 흑갈색으로 길게 자라지만 끝부분은 겨울 동안에 말라버리며 아랫부분에서 가지가 많이 갈라집니다. 오래된 것은 줄기의 직경이 10㎝나 되는 것도 있으며 지면을 뻗어가거나 다른 나무를 감아 오르며 자랍니다. 잎은 세 갈래로 나오는데 작은 잎은 넙데데한 모습입니다.

    칡꽃 (촬영: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

     

    8월이 되면 꽃이 피기 시작하는데 제주에서는 9월까지도 볼 수 있습니다. 꽃잎 가운데에는 매개체를 불러들이기 위해 노란 무늬를 만들어 놓고 있고 진한 향기도 내보냅니다. 꽃의 색깔은 보라색을 띠는데 연보랏빛 꽃잎인가 하면 붉은 색도 섞여 있어 다소 화려한 느낌을 줍니다.

     
    칡을 뜻하는 한자 '갈(葛)'은 풀을 뜻하는 '초(草)'와 마르다는 뜻을 가진 '갈(渴)'이 합쳐져서 이루어진 글자입니다. 곧 '메마른 곳에서도 잘 자라는 풀'이라는 뜻이 됩니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집 주변의 언덕에서부터 오름까지 온 들판을 뒤덮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흙을 고정시켜 제방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일본에서 들여왔지만 얼마나 번식력이 강했던지 생태계를 위협하는 유해식물로 지정하기도 했습니다. 칡의 잎이 넓기 때문에 다른 식물들이 잘 자라지 못하는 것은 당연해보입니다. 그래서 꽃도 곱고 사람에게 유용하기는 하지만 번지는 것을 잘 막지 못하는 어려움을 표현한 듯 칡꽃의 꽃말은 '사랑의 한숨'입니다.

     
    칡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만큼 생활에도 유용한 식물이었습니다. 칡꽃은 말려두었다가 차로 마시기도 하는데 술독을 풀어주는 효능이 있다고 합니다. 또한 여성에게 중요한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콩보다 많이 들어있기 때문에 갱년기를 늦추는데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칡꽃을 가지고 갈화주라 하여 술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발효액을 만들기도 합니다. 한방에서는 뿌리를 갈근이라 하여 탕을 만들기도 하는데 열을 다스리데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뿌리에는 녹말이 많아 예전에는 구황식물로 이용하기도 했고 줄기는 잘 끊어지지 않아 밧줄을 만들거나 삼태기 바구니를 만드는 재료로 쓰기도 하여 칡은 이래저래 생활에 유용한 식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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