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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마다 순천만 흑두루미를 훔쳐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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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마다 순천만 흑두루미를 훔쳐보는 사람들

    올해부터 흑두루미 세는 '겨울철새 모니터단' 운영

     

    오전 6시 48분 순천만탐조대 앞. 짙은 어둠이 서서히 걷힐 때쯤, 흑두루미 한 마리가 무리 속에서 날개 짓을 하자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동트기 한 시간 전부터 이곳에 모여 망원경의 초점을 맞추고 임무를 나눈 뒤 기다리기를 20여 분.

    "어어. 뜬다, 뜬다"

    순천만 갈대와 칠면초 군락지에서 날개 안에 다리 한쪽을 감춘 채 서서 잠을 자던 흑두루미들이 하나둘 깨어나기 시작했다. 흑두루미는 서넛씩 혹은 예닐곱씩 무리지어 하늘로 박차 올랐고, 순천만탐조대 뒤편 논으로 날아들었다.

    전남 순천시 겨울철새 모니터링단은 이렇게 차가운 새벽바람을 맞으며 순천만 갯벌에서 제방을 넘어 논으로 이동하는 흑두루미의 개체수를 육안으로 직접 헤아린다.

    마지막 한 마리까지 모두 날아간 시간은 7시 13분. 25분 만에 모든 흑두루미가 갯벌을 떠났다. 691마리. 지난 23일 측정한 개체수와 동일했다.

    새벽에 흑두루미 개체수를 파악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낮에는 흑두루미가 사방으로 흩어지고 계속해서 움직이기 때문에 개체수 파악이 어렵기 때문.

    순천만운영과 황선미 주무관은 "철새들이 잠에서 깨어 먹이터로 날아드는 것은 인위적인 교란요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행동"이라며 "이때 철새들을 자극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개체수를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흑두루미 개체수 파악은 온전히 공무원들의 몫이었다. 그러나 올해부터 순천만자연생태해설사 20여 명이 모여 겨울철새 모니터링단을 만들었다.

    자발적으로 모인 모니터링단은 일주일에 두 차례 개체수를 파악해 생태일지를 기록하고 있다.

    모니터링은 순천만이 한 눈에 들어오는 용산전망대와 흑두루미를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는 순천만탐조대 두 곳에서 이뤄진다. 수평과 수직에서 개체수를 파악한 후 비교하기 때문에 정확성이 높다.

    강창희(54) 모니터링 단장은 "오리는 백마리 단위로 세기 때문에 근사값이지만 흑두루미는 잠자리에서 날아오를 때 하나하나 정확한 개체수를 센다"며 "탐조대를 기준으로 둘로 나뉘어 양쪽으로 날아드는 마릿수를 헤아려 합산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흑두루미 개체수 파악은 10월 중순부터 4월 초순까지 이뤄진다. 올해 흑두루미가 첫 번째로 관찰된 시기는 지난해보다 일주일 빠른 10월 17일. 통상 12월 말에 가장 많은 흑두루미를 관찰할 수 있다.

    순천시는 흑두루미가 머무는 농경지 59헥타르를 경관농업단지로 지정해 차량과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또 하루에 250~300kg의 볍씨를 뿌려 먹이를 제공하면 흑두루미가 안전하게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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