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가장 넓게 우주를 담아내는 유클리드의 첫 이미지 공개[코스모스토리]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의 관측 모습 상상도. ESA, CC BY-SA 3.0 IGO유클리드 우주망원경의 관측 모습 상상도. ESA, CC BY-SA 3.0 IGO
2023년 7월 미국 케이프 커네버럴 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팔컨9 로켓에 실려 우주로 날아간 유클리드 우주망원경.
가시광선과 근적외선을 통해 약 100억 광년까지의 우주를 관측한다는 고난이도의 정밀한 임무를 가진만큼 관측 준비와 사전 성능 테스트에 수개월이 걸렸습니다. 한 때 관측 대상을 따라 기체의 궤도운동을 제어하는 정밀 유도센서(Fine Guidance Sensor, FGS)'가 오작동을 일으켜 미션에 제동이 걸리나 싶었지만 유럽우주국(ESA)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문제를 해결해 미션 준비에 박차를 가했죠. 이때 ESA는 미션 사전 테스트를 거쳐 11월 첫번째 관측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전한 바 있습니다.
우리가 인식하는 우주 약 5%를 제외한 약 95%의 암흑 우주의 실체를 발견하고 이해하기 위해 유클리드는 라그랑주 2점(L2)에서 6년동안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은하의 모양과 거리, 움직임을 관측하고 분석할 것입니다. 바로 우주의 3D 지도를 만들기 위해서죠.
유클리드가 다른 우주망원경 대비 특별한 점은 우주를 한 자리에서 바라보며 매우 선명한 가시광선과 적외선 이미지를 넓게 담아낼 수 있다는 점 입니다. 이 선명한 이미지들을 모으고 분석해 진정한 우주의 지도를 만드는 것, 인류가 우주 탐사를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중요한 프로젝트의 첫 발을 내딛은 결과가 눈앞에 다가옵니다.
ESA는 지난 8일 유클리드의 첫번째 풀컬러 이미지 5장을 공개했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이미지에는 유클리드의 광학 관측 능력과 기체가 지닌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공개된 이미지에는 가까운 곳에 위치한 밝은 별부터 먼 곳에 위치한 희미한 은하의 모습까지 선명하게 담아냈습니다.
이번 이미지 공개의 구성과 순서는 지난 2022년 9월 제임스웹의 첫번째 풀컬러 이미지 공개 행사 당시의 공개 방식과 비슷한데요. 각 이미지마다 망원경의 어떠한 기능으로 어떠한 관측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떠한 성능을 기대해볼 수 있을지를 알려줍니다.

10만개 은하가 담겼다…가깝고 먼 은하를 한 번에 보여주는 유클리드

유클리드가 관측한 페르세우스 은하단과 배경우주. 이미지 가운데 밝게 빛나는 천체가 페르세우스 은하단이다. ESA/Euclid/Euclid Consortium/NASA, image processing by J.-C. Cuillandre (CEA Paris-Saclay), G. Anselmi, CC BY-SA 3.0 IGO유클리드가 관측한 페르세우스 은하단과 배경우주. 이미지 가운데 밝게 빛나는 천체가 페르세우스 은하단이다. ESA/Euclid/Euclid Consortium/NASA, image processing by J.-C. Cuillandre (CEA Paris-Saclay), G. Anselmi, CC BY-SA 3.0 IGO
가장 먼저 공개된 이미지는 지구에서 약 2억 4000만 광년 거리에 떨어져 있는 '페르세우스 은하단(Perseus cluster of galaxies)' 입니다.
이미지의 구석구석 빼곡히 담긴 은하의 숫자는 무려 10만 개에 달합니다. 이들 중 상당수의 희미한 은하들은 지금까지 볼 수 없었지만 유클리드의 적외선 관측으로 포착할 수 있었습니다.
ESA는 "지금까지 페르세우스 은하단을 관측한 사례는 많지만 이렇게 광범위한 부분을 세밀하게 관측한 것은 유클리드가 처음"이라고 밝혔습니다. 유클리드가 5시간 동안 관측한 이 이미지 내 가장 먼 거리에 있는 은하는 100억 년에 달합니다.
유클리드의 페르세우스 은하단 관측 이미지를 부분 확대한 모습. ESA/Euclid/Euclid Consortium/NASA, image processing by J.-C. Cuillandre (CEA Paris-Saclay), G. Anselmi, CC BY-SA 3.0 IGO유클리드의 페르세우스 은하단 관측 이미지를 부분 확대한 모습. ESA/Euclid/Euclid Consortium/NASA, image processing by J.-C. Cuillandre (CEA Paris-Saclay), G. Anselmi, CC BY-SA 3.0 IGO
희미한 배경은하와는 다르게 페르세우스 은하단에 속해있거나 주변에 있는 1천여 개의 은하는 상대적으로 밝은 빛을 내고 있습니다. 은하단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은하들은 이미지 중앙에서 볼 수 있으며 마치 안개 속 가로등의 빛처럼 노란색과 흰색으로 후광을 나타내듯 산란돼 보입니다.
특히 이미지 중하단에 위치한 페르세우스 자리 은하단 중 가운데 가장 밝게 빛나는 알파 성단(Mirfak, 미르팍)은 1.79 등급(밤하늘에서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등급으로 약 6등급까지 볼 수 있습니다.)의 밝기로 밤하늘에서 맨눈으로 관측이 가능할 정도입니다.
유클리드의 페르세우스 은하단 관측 이미지를 부분 확대한 모습. 여러 은하에서 안개가 낀 것처럼 뿌옇게 보이는 약렌즈 효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ESA/Euclid/Euclid Consortium/NASA, image processing by J.-C. Cuillandre (CEA Paris-Saclay), G. Anselmi, CC BY-SA 3.0 IGO유클리드의 페르세우스 은하단 관측 이미지를 부분 확대한 모습. 여러 은하에서 안개가 낀 것처럼 뿌옇게 보이는 약렌즈 효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ESA/Euclid/Euclid Consortium/NASA, image processing by J.-C. Cuillandre (CEA Paris-Saclay), G. Anselmi, CC BY-SA 3.0 IGO
유클리드의 관측 목적에는 암흑물질의 분포를 파악한다는 것이 주된 포인트 입니다. 우리는 이 이미지를 통해 암흑물질의 중력 영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밝게 빛나는 부분인 페르세우스 은하단 내부와 주변에서 빛나는 은하들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마치 안개가 낀것처럼 뿌옇게 보이는 듯한 현상을 '약렌즈 효과(Weak lensing)'라고 합니다. 중력렌즈처럼 휘어지는 드라마틱한 왜곡은 아니지만 실제 존재하는 은하가 뿌옇게 보인다는 것은 해당 위치 주변 또는 지구와의 사이에 존재하는 암흑물질의 중력으로 빛이 영향을 받아 왜곡됐다는 의미가 됩니다. 따라서 천문학자들은 이러한 희미한 은하들을 연구해 암흑물질의 분포를 연구할 수 있습니다.
ESA는 "페르세우스 은하단 이미지에 담긴 10만개의 은하 중 약 5만개의 은하가 약렌즈 효과를 보이고 있다"며 "유클리드의 전체 우주 관측은 이 이미지보다 3만배 넓어 수십억 개의 은하가 이미지화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유클리드의 페르세우스 은하단 관측 이미지를 부분 확대한 모습. ESA/Euclid/Euclid Consortium/NASA, image processing by J.-C. Cuillandre (CEA Paris-Saclay), G. Anselmi, CC BY-SA 3.0 IGO유클리드의 페르세우스 은하단 관측 이미지를 부분 확대한 모습. ESA/Euclid/Euclid Consortium/NASA, image processing by J.-C. Cuillandre (CEA Paris-Saclay), G. Anselmi, CC BY-SA 3.0 IGO
페르세우스 은하단에 대한 고해상도 이미지로 우리는 지극히 선명한 사진을 얻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실제 얼마만큼의 해상도인지를 체감하기 막연한데요. ESA는 고해상도 줌 이미지도 함께 공개했습니다.
해당 이미지는 유클리드에 내장된 VIS(The VISible instrument, 가시광선 관측기)의 고해상도 이미지로 NISP(The Near-Infrared Spectrometer and Phorometer, 근적외선 분광계 광도계)의 이미지보다 9배 선명하다고 밝혔습니다. 비록 이 이미지는 모든 색상에서 일부분만 나타내 주지만 유클리드의 모든 관측에서 이와 동일한 품질의 관측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가려진 은하도 '찰칵'…은하수에 숨어있는 은하를 관측한 유클리드

나선 은하 IC 382 전경. ESA/Euclid/Euclid Consortium/NASA, image processing by J.-C. Cuillandre (CEA Paris-Saclay), G. Anselmi, CC BY-SA 3.0 IGO나선 은하 IC 382 전경. ESA/Euclid/Euclid Consortium/NASA, image processing by J.-C. Cuillandre (CEA Paris-Saclay), G. Anselmi, CC BY-SA 3.0 IGO
두번째로 공개된 이미지는 '숨겨진 은하(Hidden Galaxy)'라는 별명을 가진 '나선은하 IC 342(Spiral galaxy IC 342)' 입니다.
기린자리로 지구에서 700만~1100만광년 거리에 위치한 이 은하는 우리은하와 닮음꼴인 나선은하입니다. 거리상으로도 천문학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상당히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죠. 하지만 관측하기가 매우 까다롭습니다. 우리은하의 원반 뒤에 숨어 있기 때문이죠. 특히 은하의 적도에 가까이 위치해 있어 은하수의 먼지와 가스, 별빛의 영향으로 정확한 거리를 측정하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넓은 오차범위를 가진 거리로 위치를 유추하고 있죠. 따라서 산란된 빛과 가스 그리고 먼지를 꿰뚫어 관측할 수 있는 조건이 요구됩니다.
다행이도 유클리드에는 NISP가 탑재되어 있죠. 근적외선 관측을 통해 유클리드는 은하의 먼지와 은하의 질량을 결정하는 차갑고 작은 질량의 별빛을 포착했습니다. 이어 VIS의 고해상도 가시광선 관측을 통해 나선은하가 가진 본래의 모습을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었습니다.
유클리드는 밤하늘의 1/3을 관측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 만큼 우주에는 빛이든 장애물이든 여러가지 요소가 겹친 관측 대상이 존재할 것입니다. 왜곡돼 보여질수도 있겠죠. 이들의 희미하고 가려진 빛들을 근적외선을 통해 빠짐없이 포착해 분석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가까운 천체와 멀리 떨어진 천체를 식별해 그 위치를 분석해내면 비로소 거대 우주의 구조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같지만 이를 구현하는 기술은 결코 당연하지 않습니다. 빛의 다양한 파장을 관측하는 기술과 빛의 미세한 변화도 포착할 수 있는 분광능력이 수반되어야 하죠. 우리는 유클리드의 이러한 관측능력으로 숨겨진 은하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나선은하 IC 342의 부분 확대 이미지. ESA/Euclid/Euclid Consortium/NASA, image processing by J.-C. Cuillandre (CEA Paris-Saclay), G. Anselmi, CC BY-SA 3.0 IGO나선은하 IC 342의 부분 확대 이미지. ESA/Euclid/Euclid Consortium/NASA, image processing by J.-C. Cuillandre (CEA Paris-Saclay), G. Anselmi, CC BY-SA 3.0 IGO
이탈리아 국립 천체물리학 연구소의 레슬리 헌트는 공식 발표에서 "이것이 유클리드 이미지의 매우 뛰어난 점입니다. 단 한 번의 촬영에, 은하 전체의 아름다운 세부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헌트의 말처럼 공개된 이미지의 해상도는 매우 높아서 확대하면 은하의 세부적인 모습을 볼 수 있고 축소하면 은하의 전체 모습과 그 뒤의 배경 은하들까지 볼 수 있습니다. 마치 넓은 화각을 가진 광각렌즈로 모든 부분을 선명하게 담아낸 것과 비슷한 이야기인데요. 실제로 공개된 이미지를 살펴보면 셀 수 없이 많은 은하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허블우주망원경이 관측한 나선은하 IC 342. ESA/Hubble & NASA허블우주망원경이 관측한 나선은하 IC 342. ESA/Hubble & NASA
숨겨진 은하를 관측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건 아닙니다. 지난 2017년 허블 우주망원경은 중심 핵 'HII 핵'이라고 불리는 이온화된 원자수소 영역을 관측했습니다. 이때 당시 관측 이미지를 살펴보면 중심핵을 중심으로 주변부의 구상성단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선의 모습과 주변부 왜소은하, 가스의 흐름과 별의 생성 과정 등 여러 요소에서 놓치고 있는 것이 많았습니다. 천문학자들은 유클리드의 관측을 통해 우리가 지금까지 놓친 여러 요소들을 한번에 밝혀 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초기우주 진화의 '실마리' 품은 불규칙 은하를 관측한 유클리드

불규칙 은하 NGC 6822 전경. ESA/Euclid/Euclid Consortium/NASA, image processing by J.-C. Cuillandre (CEA Paris-Saclay), G. Anselmi, CC BY-SA 3.0 IGO불규칙 은하 NGC 6822 전경. ESA/Euclid/Euclid Consortium/NASA, image processing by J.-C. Cuillandre (CEA Paris-Saclay), G. Anselmi, CC BY-SA 3.0 IGO
세번째로 공개된 이미지는 지구에서 궁수자리 방향으로 160만 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불규칙 은하 NGC 6822(Irregular galaxy NGC 6822)' 입니다.
유클리드는 한 시간 동안 이 은하를 관측해 은하의 전체 모습과 그 뒤의 배경 우주까지 모두 담아냈습니다. 이 은하는 가운데 핵을 중심으로 도는 형태가 아닌 불규칙한 둥근형태를 띄고 있으며 중심으로 갈수록 더 많은 별이 군집한 형태를 이루고 있습니다.
별빛이 모이는 중심부는 더 하얗게 보이고 주변부로 갈수록 노란색을 띄고 있습니다. 이 은하 군데군데에는 보라색 거품과 같은 모양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이곳은 별들이 생성되는 공간입니다.
또한 은하에 곳곳에 모여있는 별들이 다양한 색을 띄고 있는데요. 파란색 별들은 생성된지 얼마 안된 어린 별들이 내뿜는 빛이고 빨간색 빛은 오래된 별의 빛입니다. 일부 밝고 커다란 별들은 여섯 갈래의 회절 스파이크를 띄기도 합니다.
이 은하는 1844년 에드워드 에머슨 바너드가 처음으로 발견했는데요. 그의 이름을 따 바너드 은하(Barnard Galaxy)라고도 불립니다. 이 불규칙 은하는 우리은하와 같은 은하단에 편입되어 있는 '로컬그룹'의 일원입니다. 바너드 은하는 천문학 역사에 여러번 언급되는데요. 1925년 에드윈 허블은 이 은하를 우리은하 넘어의 '원격 항성계'로 확인한 바 있습니다.
불규칙 은하 NGC 6822의 부분 확대 이미지. ESA/Euclid/Euclid Consortium/NASA, image processing by J.-C. Cuillandre (CEA Paris-Saclay), G. Anselmi, CC BY-SA 3.0 IGO불규칙 은하 NGC 6822의 부분 확대 이미지. ESA/Euclid/Euclid Consortium/NASA, image processing by J.-C. Cuillandre (CEA Paris-Saclay), G. Anselmi, CC BY-SA 3.0 IGO
이 불규칙 은하는 왜 첫 관측물에 선정된 것일까요? 우리가 우주를 관측하고 연구하는 것은 우주의 기원과 변화 별과 은하의 역사, 즉 진화과정을 알기 위해서기도 합니다. 우리는 아직 우리은하의 처음과 지금까지의 변화과정을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멀리 떨어진 다양한 은하와 별의 빛에서 탄생부터 성장, 소멸까지 그들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초기 은하들의 모습은 현재의 거대 은하들처럼 나선팔이 존재하거나 규칙적인 원반형태를 띄는 것이 아닌 불규칙하고 규모가 작습니다. 이러한 형태는 더 큰 은하로 거듭나기 위한 초기 단계에 해당됩니다.
또한 이 은하는 수소와 헬륨이 아닌 무거운 '금속' 원소들을 적게 포함하고 있는데요. 별의 라이프사이클 속에서 생성되는 금속 원소들은 초기 우주에는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그런 은하가 우리 은하단에 속해 있는 것이지요. 유클리드의 저금속성 은하 관측으로 초기우주가 어떻게 진화했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낼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이 불규칙 은하는 이번에 처음으로 관측된 것일까요? 아쉽지만 과거에도 여러번 관측된 바 있습니다. 최근에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관측을 진행했고 그 결과가 지난 7월 31일 공개된 바 있습니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관측한 불규칙 은하 NGC 6822. ESA/Webb, NASA & CSA, M. Meixner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관측한 불규칙 은하 NGC 6822. ESA/Webb, NASA & CSA, M. Meixner
적외선 관측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제임스웹의 관측방법과 유사하지만 제임스웹은 좁은 화각을 근적외선과 중적외선으로 관측해 은하의 먼지와 천체들의 형태를 보다 구체적으로 관측했고 유클리드는 훨씬 넓은 화각을 가시광선과 근적외선으로 관측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한 시간만에 은하 전체 모습과 그 주변을 고해상도로 촬영한 것은 유클리드가 처음입니다.

별들의 집합, 그 중심과 외곽을 모두 담아낸 유클리드

구상성단 NGC 6397 전경. ESA/Euclid/Euclid Consortium/NASA, image processing by J.-C. Cuillandre (CEA Paris-Saclay), G. Anselmi, CC BY-SA 3.0 IGO구상성단 NGC 6397 전경. ESA/Euclid/Euclid Consortium/NASA, image processing by J.-C. Cuillandre (CEA Paris-Saclay), G. Anselmi, CC BY-SA 3.0 IGO
네번째로 공개된 이미지는 제단자리 방향으로 지구에서 약 7800광년 거리에 있는 '구상성단 NGC 6397(Globular Cluster NGC 6397)' 입니다. 구상성단(球狀星團)은 중력으로 뭉쳐진 수십만 개 별들의 구형 집합체를 말합니다. 이들 별의 집합체는 중력에 의해 그 형태를 단단히 유지하고 있으며, 가운데 중력을 따라 전방위 구형의 모양을 유지하고 있으며 중심에 다다를수록 별의 집합 밀도가 높아집니다.
은하 주변에는 은하전체를 감싸듯 성간물질과 구상성단들이 구형모양으로 분포하는데요. 이를 '은하헤일로'라고 부릅니다. 우리은하에도 이러한 은하헤일로가 존재하는데요. NGC 6397도 우리 은하 주변에 위치한 구상성단입니다. 은하를 구성하는 별들 중 오래된 별들이 이들 구상성단에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은하 진화에 있어서 인과관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주변의 구상성단을 관측하면서 은하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는데요. 관측 단골손님이 바로 NGC 6397 구상성단입니다. 우리은하에 속해 있는 천체이면서 우주에서 두번째로 가까운 구상성단이기 때문입니다.
구상성단 NGC 6397의 중심부 확대 이미지. ESA/Euclid/Euclid Consortium/NASA, image processing by J.-C. Cuillandre (CEA Paris-Saclay), G. Anselmi, CC BY-SA 3.0 IGO구상성단 NGC 6397의 중심부 확대 이미지. ESA/Euclid/Euclid Consortium/NASA, image processing by J.-C. Cuillandre (CEA Paris-Saclay), G. Anselmi, CC BY-SA 3.0 IGO
이 성단의 특징으로는 중심에 별이 모여있는 비중이 타 구상성단에 비해 적은편입니다. 구상성단의 중심 집중도를 분류한 '섀플리-소여 집중도 분류(Shapley–Sawyer Concentration Class)'에 따르면 가장 높은 집중도를 'I등급'에서 제일 낮은 집중도를 보이는 'XII등급'까지 총 12단계로 나누는데 NGC 6397은 9단계인 'IX등급'에 해당 됩니다.
집중도가 약한 집합체라고 볼 수 있지만 유클리드에게 있어서 이 천체는 하나의 관측기회가 됩니다. 지금까지 구상성단은 중심으로 너무 많은 별이 밀집되면서 어떤 망원경이든 한 자리에서 이 천체를 관측하기 어려웠습니다. 중심에 모인 별들의 밝기는 제각각이지만 밝은 별이 주변 희미한 별의 별빛을 잠식하기 때문에 관측 노이즈가 발생합니다. 하지만 이들 구상성단이 은하와 상호작용하는 것을 잘 보여주는 천체는 별빛을 잠식당한 작은 질량의 별들이죠. 따라서 중심 밀집도가 상대적으로 약한편인 NGC 6397은 은하와 구상성단의 상호작용을 연구하기 좋은 천체인 셈입니다.
유클리드는 한 시간의 관측으로 이 구상성단 내부 집중된 별들과 외부의 오래된 별들 주변과 배경 은하들까지 세밀하게 포착해냈습니다. 이미지의 중심부를 확대하면 크고 작은 별들이 저마다 빛을 내뿜으며 모여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고 성단의 외부에는 오래된 별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구상성단 NGC 6397 부분 확대 이미지. 별들의 조석 가지 모양이 형성돼있다. ESA/Euclid/Euclid Consortium/NASA, image processing by J.-C. Cuillandre (CEA Paris-Saclay), G. Anselmi, CC BY-SA 3.0 IGO구상성단 NGC 6397 부분 확대 이미지. 별들의 조석 가지 모양이 형성돼있다. ESA/Euclid/Euclid Consortium/NASA, image processing by J.-C. Cuillandre (CEA Paris-Saclay), G. Anselmi, CC BY-SA 3.0 IGO
구상성단에는 주변 은하와 중력 상호작용을 하면서 발생하는 '조석 꼬리(Tidal tails)'가 존재하는데요. 서해안 해변에서 썰물 당시 물이 빠져나갈때 일부분 늦게 쓸려내려가는 부분이 발생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구상성단의 주변부 항성은 중력 상호작용으로 이리저리 끌려다니면서 성단 너머로 길게 꼬리를 문 형태를 이루게 되는데 이부분을 '조석 꼬리'라고 부릅니다.
이탈리아 국립 천체물리학 연구소의 유클리드 컨소시엄 과학자 다비데 마사리는 이미지 공개 당시 "우리 은하계의 모든 구상 성단들이 그것(조석 꼬리)들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겨우 몇 개밖에 보지 못했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조석 꼬리는 구상성단이 은하를 어떻게 공전하는지를 계산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자료입니다. 다비데는 "이것(조석 꼬리)은 우리에게 암흑 물질이 은하수에 어떻게 분포되어 있는지를 알려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별들의 요람' 말머리 성운과 그 주변을 파노라마로 관측한 유클리드

말머리 성운 파노라마 이미지. ESA/Euclid/Euclid Consortium/NASA, image processing by J.-C. Cuillandre (CEA Paris-Saclay), G. Anselmi, CC BY-SA 3.0 IGO말머리 성운 파노라마 이미지. ESA/Euclid/Euclid Consortium/NASA, image processing by J.-C. Cuillandre (CEA Paris-Saclay), G. Anselmi, CC BY-SA 3.0 IGO
마지막 다섯번째로 공개된 이미지는 '말머리 성운(Horsehead Nebula)'을 파노라마로 관측한 이미지 입니다.
지구에서 약 1375광년 떨어진 오리온 성운 중 가운데 위치한 세개의 밝은 별 삼태성 중 제일 동쪽에 위치한 별 '알니탁(Alnitak)'의 바로 아래부분에 위치한 말머리 성운은 마치 말을 연상시키는 가스구름의 특이한 모습 때문에 천체관측 대상으로 자주 거론되어 왔습니다.
이 성운은 별에서 나오는 빛을 가리는 불투명한 구름의 형태로 이뤄져있어 암흑성운으로 분류된 바 있습니다. 이 유명한 천체를 유클리드는 왜 다시 관측했을까요.
지금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말머리 성운이 관측됐지만 유클리드처럼 한 시간의 짧은 관측으로 말머리 성운 구름을 포함해 주변의 먼지구름 층을 선명하게 파노라마로 담아내지는 못했다고 ESA는 설명했습니다.
용골자리 성운(Carina Nebula)의 북서쪽에 위치한 NGC3324 산개성단. NASA, ESA, CSA, and STScI용골자리 성운(Carina Nebula)의 북서쪽에 위치한 NGC3324 산개성단. NASA, ESA, CSA, and STScI
이 천체는 지난해 9월 제임스웹이 관측한 용골자리 성운처럼 항성들이 태어나는 '별들의 요람'으로 별의 생애주기를 연구하는 천문학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어떠한 조건에서 항성이 태어나고 성장하며 상호작용하는지를 모두 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죠. 천문학자들은 이 곳에서 막 태어난 아기별 뿐만 아니라 갈색왜성 또는 초기 목성질량 급 이를 통해 태양의 생성과 성장 과정을 추론하며 연구할 수 있습니다.
말머리 성운의 북쪽에 보이는 구름, 항성풍의 영향으로 밝게 빛나고 있다. ESA/Euclid/Euclid Consortium/NASA, image processing by J.-C. Cuillandre (CEA Paris-Saclay), G. Anselmi, CC BY-SA 3.0 IGO말머리 성운의 북쪽에 보이는 구름, 항성풍의 영향으로 밝게 빛나고 있다. ESA/Euclid/Euclid Consortium/NASA, image processing by J.-C. Cuillandre (CEA Paris-Saclay), G. Anselmi, CC BY-SA 3.0 IGO
말머리 성운 확대 이미지. ESA/Euclid/Euclid Consortium/NASA, image processing by J.-C. Cuillandre (CEA Paris-Saclay), G. Anselmi, CC BY-SA 3.0 IGO말머리 성운 확대 이미지. ESA/Euclid/Euclid Consortium/NASA, image processing by J.-C. Cuillandre (CEA Paris-Saclay), G. Anselmi, CC BY-SA 3.0 IGO
또한 말머리 성운에는 한가지 특별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바로 오리온 자리의 다중성계 시그마에서 발생하는 복사 영향인데요. 다중성계는 세 개 이상의 항성이 중력으로 묶여 있는 항성계를 말합니다. 시그마에는 100개 이상의 항성들로 이뤄져 있죠. 여러 항성들의 내부에서 핵융합으로 발생한 복사에너지가 항성풍의 형태로 주변에 분출됩니다. 이때 방출된 자외선은 말머리 성운의 위에 위치한 구름을 빛나게 합니다. 이와 동시에 말머리 성운의 두꺼운 구름은 반대로 빛을 차단해 머리 부분을 어둡게 보이도록 합니다.
ESA는 말머리 성운의 구름이 차가운 분자 수소로 구성돼 있고 빛을 거의 방출하지 않는다며 어두운 구름과 밝은 구름 사이에서 별 형성의 조건을 찾는 것이 천문학자들의 연구 대상이라고 전했습니다.

암흑 우주의 장막을 걷어내는 작업은 이제부터 시작

유클리드의 우주탐사 미션 상상도. ESA 유튜브 캡처유클리드의 우주탐사 미션 상상도. ESA 유튜브 캡처
유클리드가 우주관측의 첫발을 내딛는 5가지의 풀컬러 이미지는 우리에게 보이지 않았고 알 수 없었던 암흑 우주의 실체를 어떻게 관측하고 분석해낼지를 알려줬습니다..
페르세우스 자리와 그 배경 우주를 보여주며 유클리드가 얼마만큼 넓은 범위의 하늘을 얼마만큼 디테일하게 담아낼 수 있을지 보였줬고 은하수 원반 뒤에 있는 숨은 은하를 관측함으로서 별과 먼지 등 장애물을 너머에 있는 천체를 얼마만큼 잘 관측해낼 수 있는지를 보여줬습니다.
유클리드는 특유의 넓은 화각과 고해상도 관측으로 다양한 우주관측은 물론 그 결과물이 어떤 분야의 우주 연구를 할 수 있는지 방향성을 제시했습니다. 불규칙은하 관측에서 초기 은하의 진화와 은하의 구성에 대한 연구 방향성을 제시했고 우리은하 주변에 있는 구상성단을 관측함으로써 은하와 구상성단의 상호작용을 통한 암흑물질 분포 연구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말머리 성운의 이미지로 성운에 드넓게 펼쳐진 먼지구름의 구성성분에 따른 항성과 행성의 생성 등 천체의 형성조건에 따른 차이를 연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유클리드는 이러한 관측을 각각 수시간 안에 이뤄낸다는 점에서 기존 망원경들이 가지지 못했던 화각의 넓이 또는 관측 결과물의 디테일 두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유클리드의 우주 관측 상상도. ESA유클리드의 우주 관측 상상도. ESA
현대 천체관측을 위해 강력한 우주망원경들이 활약하고 있지만 우주는 너무나 넓죠. 너무나 넓은 만큼 모두 관측하려면 그만큼 시간도 너무나 많이 걸립니다. 유클리드가 고해상도로 넓은 우주를 빠르게 담아내는 서베이 관측은 우리가 알지 못한 우주의 어두운 부분을 인식시켜줄 훌륭한 대안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 유클리드는 6년간의 우주 서베이 관측 미션을 수행합니다. ESA는 매년 스페인의 ESA 유럽 우주 천문 센터에서 주최하는 천문학 과학 아카이브를 통해 유클리드가 관측한 데이터뱅크를 전 세계 과학계에 공개할 예정입니다. 1년 뒤 유클리드의 광활한 관측결과물을 확인할 그날이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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