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저도 선생님 XX까요" 교권 추락…학생인권 때문이라고?

핵심요약

교사 10명 중 6명 "매일 문제 행동 겪는다"
심해지는 담임 기피 현상…교육력 저하로 이어진다
교권침해 주범은 학생인권?…"아이들 존중 배우도록 기다려줘야"
의도적 수업 방해 불응도 '교육활동 침해' 처벌…실효성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1. "선생님, 도덕책 안 가져온 아이를 수업 시간 내내 서있게 하셨다고요? 저도 선생님을 조질 수 있다는 것 기억해 주시겠어요?" 
지난해 10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한 장의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해당 사진은 학교 전용 상담 앱을 캡처한 것으로, 한 교사가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올린 것입니다. 새벽 2시 이 무례한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은 다름 아닌 학부모. 학부모는 아이의 말만 들은 채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고 교사에게 협박성 발언을 서슴지 않습니다.
#2. "유관순 열사의 이야기와 윤동주의 시를 가르쳤다고 '반일 가스라이팅'이라는 학부모 민원을 받았습니다. 일제강점기의 고통과 독도 영유권 문제를 가르친 게 어째서 반일교육인가요?"
지난달 25년차 교사는 자신의 SNS에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교과서에 있는 내용을 가르쳤다고 민원을 받는 황당한 일이 발생한 것입니다. 학부모는 적반하장으로 교사의 글을 캡처해 국민신문고 민원을 넣었습니다.
    
최근, 앞선 사례와 같이 교권 침해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전국 교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1%가 주 5회 이상 학생들의 문제행동을 접했다고 답했습니다. 교사 10명 중 6명이 하루 한 번 수업 방해 등의 문제 행동을 겪는 것입니다. 이 집계는 학교교권보호위원회 심의 건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데요. 교사가 이의 제기하지 않아 숨겨진 피해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반면, 2019년 교원지위법 개정 후 재작년까지 학생 또는 학부모를 고발한 경우는 단 14건입니다. 같은 기간 교권침해 건수가 2019년 2662건, 2020년 1197건, 2021년 2269건(교육부 집계)인 것에 반해 고발 건수는 약 0.2%에 불과한 것입니다. 개정안은 교권 침해행위가 형사처벌 규정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면 교육청이나 관할 수사기관에 학생이나 학부모를 고발할 수 있도록 명시돼있는데요. 명백히 형법을 위반했을 때만 조치할 수 있기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입니다.

심해지는 담임 기피 현상…교육력 저하로 이어진다

    
이에 교사들의 담임 기피 현상이 심해져 학교는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교권이 약화돼 생활지도의 어려움이 커지고 학생과 학부모를 상대로 하는 감정노동의 강도가 높아진 것을 원인으로 교육계는 분석합니다. 실제로 지난해 5월 한국교총의 발표에 따르면 교사들은 교직 생활 중 느끼는 어려움으로 '문제 행동, 부적응 학생 등 생활 지도'(24.6%), '학부모 민원 및 관계 유지'(22.1%), '교육과 무관하고 과중한 업무'(18.8%)를 꼽았습니다.
더불어 책임에 비해 낮은 '담임 수당'도 문제로 꼽힙니다. 현재 담임 수당은 13만 원으로 2016년부터 8년째 멈춰있는 상태입니다. 이마저도 11만 원(2003년)에서 2만 원 오른 금액입니다.
담임 기피에 따른 빈자리는 기간제 교사가 채우고 있는 실정인데요. 한국교육개발원 '2022 교육통계'에 따르면 담임 4명 중 1명은 기간제 교사입니다. 10년 전 15.1%에 불과했던 비중이 점점 늘어 지난해 27.4%에 달했고 올해는 30%에 육박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이를 두고 지난 2월 교총은 "담임 기피는 교육력 저하로 이어지는 중차대한 문제"라며 "교권 보호, 업무 경감, 처우 개선 등 근본 대책 마련과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선망의 직업으로 꼽혔던 교사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습니다. 2023학년도 수능에서 9등급을 받은 수험생이 교대 1차 정시 모집에 합격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1차에서 1.5배수를 뽑는데 1.37배수만 지원해 전원 합격했기에 이런 해프닝이 일어난 것인데요. 올해 정시 모집에서 13개 교대·교육학과 중 11개가 사실상 미달됐습니다. 교육계는 이를 학령인구 감소, 신규 임용 축소와 함께 교권추락으로 인해 낮아진 직업 선호도로 보고 있습니다.

교권침해 주범은 학생인권?…"아이들 존중 배우도록 기다려줘야"

    
교육활동 침해행위가 심각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발표한 '교육여론조사'에 따르면 성인남녀 54.7%는 교육활동 침해행위가 심각해지는 이유에 대해 '학생 인권의 지나친 강조 때문'이라고 응답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44.5%보다 10.2%p 늘어난 수치입니다.
정부도 교권추락의 원인을 학생 인권에 돌리는 모양새입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2일 학교폭력 근절 종합 대책 브리핑에서 "학생 인권만 지나치게 강조되며, 학교폭력을 제어해야 하는 교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났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일선의 목소리는 조금 달랐는데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김민석 교권상담국장은 19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학생 인권 상승 때문에 교권침해가 일어난다는 것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며 "70-80년대 교사가 폭력, 폭언 등으로 학생을 통제하던 시절의 시각이 반영된 듯 하다"라고 밝혔습니다.
김 국장은 "인권이라는 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당연한 권리"라며 "학생이라서 특별히 더 보장돼야 하는 것이 있다면 '교육받을 권리'일 것이고, 교사의 권위는 그 자체를 위해서가 아니라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종속적으로 존재한다. 마치 국민의 안녕을 위해 대통령에게 권위를 부여한 것처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해 12월 교사에게 학생 생활지도의 법적 권한이 처음 생겼다. 이전까지는 교장의 명 혹은 법령을 따라야 했다. 아이들을 지도할 권한 자체가 없었던 것"이라며 "하지만 아직까지도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즉각 분리 조치할 방법이 없다. 타인의 교육권을 침해한 것을 인지시킬 수 있는 교육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교원지위법에 따라 △학교 자체적인 교육활동 침해 기준 마련 △예방 교육 및 대책 수립 △침해 학생에 대한 조치 심의 △교육활동 관련 분쟁 조정 심의 등이 보장되나 현장에서는 기준조차 마련하지 못한 채 학생 징계만 하고 있다"며 "교육부와 교육청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류영주 기자류영주 기자
한편, 35년의 교사생활 후 올해 퇴직한 A씨는 이날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교권과 학생 인권이 어떻게 대립하나. 문제가 생겼을 때 학생과 상호작용하며 바른길로 인도하는 것도 교사의 역할"이라고 말했습니다.
A씨 "아이들의 무례한 행동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일부 극단적인 사례들만 부각되는 것 같다"며 "문제 학생과 대화를 해보면 교사가 인지하지 못했던 불쾌함 등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교실에서의 발언권이 교사에게 치우쳐있기 때문에 교사는 별문제가 아니라고 여기는 것을 학생들은 크게 느끼기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성적에만 목매는 분위기와 교사를 존중하지 않는 학부모의 태도가 오히려 교권 추락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며 "아이들이 존중을 배울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의도적 수업 방해·생활지도 불응도 '교육활동 침해' 처벌

    
교육활동 침해 사례가 이어지자 교육부는 지난달 23일 '교육활동 침해 행위 및 조치기준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공포·시행했습니다. 개정된 고시에는 교육활동 침해 행위 유형(제2조)에 '의도적인 수업 방해 행위'가 포함됐는데요. 교사의 지도에도 불구하고 책상 위에 드러눕거나 자리를 벗어나 수업을 방해한 학생은 경중에 따라 교내 봉사와 사회봉사를 비롯해 특별교육 이수, 심리치료, 학급교체, 출석정지, 전학, 퇴학 등의 조치를 받게 되는 것입니다.
교총은 관련 논평을 통해 "그동안 학생이 학칙을 어기고 수업을 방해해도 마땅히 제지할 방법이 없어 교실 붕괴와 교권 침해에 노출돼 있었다"며 "이번 개정은 교사에게 교실 질서 유지권을 부여하는 큰 의미가 있다"고 반겼습니다.
반면, 전교조는 "아동학대 관련 법안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며 "관련 법, 교육부 고시 등 생활지도 범위에 대한 구체적 명시가 없어 정당하게 학생을 지도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습니다. 아동학대 주장만으로도 처분이 내려지는 상황에서는 침해 행위와 조치기준을 아무리 개정한다고 해도 '정당성'을 문제로 시비에 휘말려 현장의 혼란이 예상된다는 것입니다.
지식과 기술 따위를 가르치며 인격을 길러줌, 교육의 사전적 정의입니다. 교사에게는 교과 수업 외에도 학생들의 사회성, 자기효능감을 길러주고 도덕적 가치와 규범을 가르칠 의무와 자격이 있습니다. 지금 교실에 필요한 것은 편가르기와 사후 처벌할 근거가 아니라 더 많은 소통, 학생 모두의 교육권을 위한 교사의 권한 확대로 보입니다.
교권과 학생 인권은 서로를 존중할 때 비로소 함께 높아질 수 있는데요. 두 집단이 상생하고 존중받을 수 있도록 교육당국의 현실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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