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작아지는 군대…나라 지킬 '군인'이 없다

[초저출생: 미래가 없다]

편집자 주

작아지는 대한민국을 피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덜 작아지도록, 더딘 속도로 오도록 대비할 수는 있습니다. 초저출생은 여성의 문제가 아닙니다. 남녀 모두의 일입니다. 국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모든 개인, 모든 세대의 일입니다. CBS는 연중기획 '초저출생: 미래가 없다'를 통해 저출산 대책의 명암을 짚고, 대한민국의 미래와 공존을 모색합니다. ▶birth.nocutnews.co.kr

90년대 48만 명 → 현재 29만 명으로 '급감'

1970년 3월 4일자 경향신문.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캡처1970년 3월 4일자 경향신문.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캡처
과거 우리나라는 군대 갈 사람이 정말 많았습니다. 한국전쟁 직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입대하던 1970~80년대만 해도, 남아도는 병역자원 때문에 국방부가 현역병 입영 숫자를 줄이려고 고육지책을 쏟아낼 정도였죠.
오죽했으면 현역병 징집 상한 연령을 5년이나 낮추고, '방위병' 같은 대체복무 제도까지 마련했을까요. 당시 국방부가 했던 이런 노력과 산아제한 정책이 맞물리면서 1990년 징병검사 인원48만 7천여 명으로 안정화되는 듯했습니다.
 
2021년 현재 상황은 어떨까요? 병무청에 따르면 지난해 병적에 편입된 병역의무자는 33만 3000명이었습니다. 올해29만 명으로 더 쪼그라들었습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요? 답은 세계 최저 수준 출산율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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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
(한 여성이 평생 낳겠다고 예상되는 출생아 수)은 0.84명, 출생아 수27만 2300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이중 남아는 13만 9400명이었죠. 이게 얼마나 심각한 수치냐면요, 지난해 태어난 남아가 만 19세가 되어 병역판정검사를 받게 되는 2039년에는 20세 병역의무자가 겨우 13만 9400명뿐이라는 얘기입니다.
 

'저출생' 기조…2039년엔 병역의무자 15만 명

감사원이 예측한 바에 따르면 병역의무자는 내년에 25만 8000명으로 또 감소합니다. 해마다 꾸준히 내려가다가 2036년엔 21만 명, 2037년엔 18만 6000명으로 뚝 떨어지죠. 저출생 기조가 계속되는 한 현역병 20만 명대 회복은 어려워 보입니다.
감사원이 전망한 2039년 병역의무자는 15만 1000명이었는데요. 우리나라 전체 인구수가 1510만 명으로 급감하는 2117년에는 과연 병역제도 자체가 존속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국방부도 저출산으로 인한 병역자원 감소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알고 나름대로 대응하고는 있습니다. 지난 4월 국회 국방위원회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병역제도 개편에 대한 방향을 묻자 서욱 국방부 장관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병력과 부대 구조 개편이 가까운 미래에 할 수 있는 게 있고, 좀 더 먼 미래의 병력 급감에 따라서 조치해야 되는 사항들 두 가지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하는 두 가지 축으로 하고 있다"고 말이죠.

현재 징병과 모병 6대 4…사실상 '징모혼합제'

병역제도 개편이 점진적으로 이뤄지고 있긴 합니다. '국방개혁 2.0' 계획에 따라 군 당국은 18개월 의무복무를 기반으로 2022년까지 병력50만 명으로 줄인 뒤 당분간 이 규모를 유지한다는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군 간부 비율을 전체 군 규모 가운데 37.9% 정도인 20만 1천여 명까지 확대했죠. 이로써 올해 기준 우리 군 상비병력은 병과 간부를 포함해 약 55만 5천 명입니다. 사실상 지금도 징병과 모병이 6대 4 비율로 이뤄진 혼합제로 운영되고 있는 셈입니다.
국방개혁 2.0 계획. 국방부 제공국방개혁 2.0 계획. 국방부 제공
문제는 앞으로 징병 비율을 어떻게 유지하느냐입니다. 징병 대상인 20대 남성들 가운데 실제로 몇 명이나 현역 판정을 받고 입대하는지를 계산한 비율을 '징집률'이라고 하는데요. 1986년 50%를 웃돌던 징집률은 2010년대 들어서 90% 이상으로 치솟았습니다.
성인 남성 대부분이 현역으로 복무하고 있는 겁니다. 국방부가 제발 군대 좀 오지 말라고 애썼던 70년대와 완전히 대비되는 모습입니다. 총 들고 나라 지킬 사람이 없는 나라, 대한민국. 이대로 괜찮을까요?

모병제? 여성징병제?…병역제도 개편 논의 중

올해 병무청 업무계획 자료를 보면, 군 당국은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절벽 시대에 대비해 병역처분기준을 변경하고 병역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모집병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징병제 혼합 모병제(징모혼합제) 도입 등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병역의무자뿐 아니라 직업군인 자체도 감소하는 추세여서 쉽지만은 않습니다. 특히 젊은 인력들을 끌어오기 위해 민간 부문과 경쟁해야 하는데, 더 높은 임금을 주는 기업과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군 인력을 확대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국방부는 지난 2일 발표한 '2022-26 국방중기계획'에서 여군 비중을 내년에 8.8%까지 늘리겠다고 밝혔습니다.
한 전직 국방부 당국자는 "국방개혁 2.0에서 만들어진 병사 복무기간 18개월 50만 명 시스템대로라면 2030년대 중반에는 병역자원을 충당하기 불가능한 수준이 된다"며 "가장 쉬운 방법은 24개월 50만 명 체제인데 현실적으로 어렵고, 다른 방법은 18개월 50만 명 체제에서 매년 입영 소요를 줄이는 쪽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 방법으로는 "임기제 부사관(이른바 '전문하사', 병사가 복무 기간을 마치고 부사관이 돼 계약 기간만큼 복무하는 제도) 제도와 비슷하게 숙련된 병이 의무복무 기간을 넘어서도 근무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징병제가 주는 장점인 인력 수급 안정성 효과를 볼 수 있다"며 "다른 한 가지 방법은 여성을 병역자원으로 하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때문에 모병제 또는 징모혼합제를 실시하면서 장기복무하는 병 제도를 도입하고, 여성 병 복무를 허용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옵니다. 현행 군 구조에서 단점으로 지적되는 간부(부사관·장교)와 병이 유리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병→부사관' 장기복무 제도가 바람직

미군 같은 경우 병과 부사관을 합쳐 사병(enlisted)이라고 하며, 병을 반드시 거쳐야 부사관이 될 수 있습니다. 부사관이 장교와 병을 잇는 전문가라는 특성상 이러한 형태가 바람직하며 전 세계적으로도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한국군은 민간에서도 곧바로 지원과 양성 과정을 통해 부사관이 될 수 있죠. 이러면 어떤 문제가 생기냐면요, 부사관이 오히려 장교와 함께 '간부'라는 또 다른 계층이 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남군 부사관들조차 병들 고충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때문에, 현재는 하사 이상 간부로만 입대가 가능한 여군도 병으로 장기복무하고 추후 부사관이나 장교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면 보다 바람직한 방향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다만 모병제도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모병제를 실시한다면 먹고살기 힘든 사회적 취약계층만이 군에 입대해 부담을 지는 이른바 '경제적 징병'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습니다. 모병제로 운영되는 일본 자위대 자살률이 한국군보다 높다는 점은 고민해 볼 만한 대목입니다.

군 장비 첨단화도 '명암'…결국엔 '사람' 문제

군 장비 첨단화도 한 가지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미래에 AI(인공지능)가 일부 노동을 대체한다고 전망되듯이 최첨단 장비가 병력을 일부 충당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육군은 과거에 사람이 수행하던 최전방 경계근무를 대부분 과학화경계시스템으로 대체하고 있는데요, 경보가 울리면 기동타격대가 출동해 격멸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기계도 결국엔 사람이 운용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따를 수 있습니다. 기계 자체에도 오류가 생길 수 있죠. 실제로 지난해 말 육군 22보병사단에서 벌어진 '월책 귀순'과 올해 초 '헤엄 귀순'에서 이 같은 문제가 지적됐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국방개혁 2.0 홈페이지 캡처문재인 대통령. 국방개혁 2.0 홈페이지 캡처
월책 귀순 당시엔 감지기가 울리지 않았는데, 알고 보니 노후화된 장치 안에서 기계 나사가 풀려 있었습니다. 헤엄 귀순 때는 화면에 몇 차례 조그맣게 포착되고 경보도 울렸는데, 다른 조작을 하던 감시병이 이를 꺼 버렸습니다.
 
최전방 근무자들은 동물만 포착해도 경보가 울릴 정도로 장비 자체가 너무 민감하다며, 하룻밤 사이에 수십 번 이상은 경보가 울린다고 고충을 토로합니다. 운용 자체가 엄청난 스트레스라는 얘기죠. 첨단화의 이면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현재까지 거론된 대책들은 겉으로만 보면 그럴듯하지만 속속들이 들여다보면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정부가 각 제도별로 더욱 섬세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방개혁 2.0의 비전과 목표는 명확합니다. 전방위적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강한 군대, 국민에게 신뢰받는 국민의 군대로 거듭나는 것입니다." (2018년 7월 27일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 문재인 대통령 발언)
강한 군대, 국민의 군대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끊임없는 숙의를 거쳐 신속하고 튼튼한 안보 대책이 나오길 국민들은 바라고 있습니다. 이미, 대한민국 군대는 작아지고 있습니다.
※ 참고문헌
- 국방인력 확보의 어려움, 영국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한국국방연구원 이현지·박민섭, 2020)
- 저출산·고령화 대책 성과분석 감사 보고서 (감사원,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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