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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베스트 말말말>… "내 영혼아 쫄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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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베스트 말말말>… "내 영혼아 쫄지마!"

    [변상욱의 기자수첩]

    ㄴㄴ

     

    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 2012년에 주목한 우리 사회의 말말말

    1) 쫄지마, 닥치고 OO


    왠지 힘과 용기를 주는 말들이다. 우리의 야성을 일깨우는 듯해 좋았다. 한편으로는 다른 이에게는 ''쫄지마!'' 라며 용기를 북돋아 주고, 스스로에게는 ''닥쳐!'' 라고 훈계하며 자신이 삿된 욕심이나 아집을 경계해 나갔으면 좋겠다. 이 두 단어는 한자의 의지(意志)와 뜻이 통해 있다. 意도 뜻 ''의'', 志도 뜻 ''지''인데 왜 같은 훈을 가진 말을 반복해 썼을까? 두

    한자는 서로 다른 의미를 내포한다. 意는 ''뜻을 일으켜 세운다''는 것이고 志는 ''뜻을 행하여 나아간다''는 뜻으로 서로를 보완하고 있다. ''쫄지마''는 세운 뜻이 쪼그라들지 않게 하라는 것이고 ''닥치고 OO''는 궁리만 하며 생각에 머물지 말고 일어나 행동하라는 촉구이니 일맥상통.

    2) ''넷셔널리즘''(netionalism)

    인터넷 상에서 번진 상대방 국가를 비하하거나 자국 우월주의를 내세우는 집단적 움직임을 ''넷셔널리즘''이라고 부른다. 인터넷의 ''net''과 민족주의를 뜻하는 ''nationalism''의 합성어이다.

    넷셔널리즘이란 말을 처음 접한 것은 2009년 말쯤인데 2011년 들어서는 한국과 중국, 일본 세 나라 네티즌들 사이에서 상당히 번져 일반적인 현상이 되어 버렸다. 한중일 세 나라는 역사적으로 가해와 피해의 입장에 놓이기도 했고, 오늘 날에는 경쟁의 관계여서 가깝고도 먼 이웃이다. 그래서 원망과 심리적 견제가 익명성이 보장되는 인터넷 공간에서 공격적으로 나타난다. 특히 혼자가 아니고 집단일 경우 더 과격한 언사들이 오고가고 배타적 민족주의로 번져 나가는 현상을 보였다.

    일본의 반성 없는 오만함, 한국의 한류, 중국의 마구잡이식 외교나 경제 침범 등이 다른 나라의 민족주의를 촉발시키는 주제들이었다. 쪽바리, 가오리방쯔, 장꼴라 등의 비속어는 앞으로 자제하기로 하자.

    3) OO셔틀

    빵셔틀, 돈셔틀, 담배셔틀, 신발셔틀 등의 용어가 아이들 사이에서 쓰이고 있음이 사회에 알려졌다. 집단괴롭힘의 일종이라 봐야 할까? 어른들이 보기엔 황당하나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 정도면 귀찮은 정도지 그나마 괜찮은 걸로 여겨지면서 인식의 격차가 있다. 폭행이나 모욕 등으로 가지 않고 셔틀 선에서 심부름 정도로 끝나면 차라리 받아 들일만 하다는 것일까? 아이들이 소시민적 복종과 굴욕을 체득하는 듯해 안타깝다.

    4) 개독교

    늘 마음 아픈 단어, 올해는 이 단어가 좀 잦아들지 않을까했는데 횡령 비리, 호화대형 교회, 정치꾼 목사, 교계의 권력 다툼 등이 사회문제로 계속 지적되면서 많이 쓰였다. 요즘 누구나 쓰고 누구나 알아듣는 단어가 개독교, 창피하고 부끄럽고 분하다. 위키백과에서 ''개독교''라는 단어를 검색해 봤다.

    ''"개독교""는 잘못된 문서 제목이거나 당신이 생성할 수 없는 문서이다.'' 라고 안내문이 뜬다. 아직은 ''개독교''가 사회 일반에 통용되는 명칭은 아닌가보다. 되돌릴 희망이 있다. 힘을 내자.

    안내문이 하나 더 뜬다. ''개신교라는 문서를 찾고 계신건가요?'' 그러고 보니 개독교는 기독교를 비하하는 의미로 개독교라 부르는 건지 개신교를 욕하고 꾸짖느라 개독교라 부르는 건지 명확치 않다. 우리 사회의 분위기로는 주로 개신교를 향한 질책임이 분명하다. 또한 시류에 휩쓸려 보수적이고 수구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걱정을 듣는 가톨릭도 한 발 걸쳐 놓은 단어가 아닐까.

    5) 희망 = ''함께하는''

    2011년 새롭게 태어난 말. 희망하면 이제는 사회적 연대와 동참을 먼저 떠올릴 만큼 변화를 보인 어휘이다.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쌍용자동차 희망텐트, 희망블로거, 희망 페스티벌, 희망 나눔, 희망 더하기... 희망이 개인적인 말이 아니라 ''함께 하는'' 이란 의미를 담은 말로 바뀌어 너무 좋다. 기자수첩을 통해 ''희망은 희망 없는 사람들을 위해 존재하는 거''라고 언급한 적이 있는데 브라질의 해방신학자 레오나르도 보프 신부의 메시지이다. <해방은 해방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서="" 비롯되고="" 희망은="" 희망="" 없는="" 사람들을="" 위해="" 존재한다="">

    1992년 레오나르도 보프 신부(브라질의 해방신학자)는 파문을 당하면서 사제직을 내려놓고 쫓겨난다. 그 때 써내려간 편지의 맨 끝 인사는 포르투갈의 시인 ''페르난도 페소아''의 시 한 구절이다.

    "...저는 페르난도 페소아의 시구를 내 것으로 삼습니다. ''무엇이 보람 없으랴 내 영혼이 기죽지 않을진대''."

    내 영혼이 기죽지 않을진대... ''쫄지마''를 신앙적으로 표현한 말인가 보다.

    6) ''주의 기도'' 해례본

    가끔 ''보프 신부의 주기도문''이라고 전해지는 기도문이 있는데, 우루과이 성당 담벼락에 쓰여 있었다는 기도문을 보프 신부의 주기도문 해설집 <주의 기도="">와 혼동한 듯 싶다.

    -''하늘에 계신''이라 하지 말라. 세상 일에만 빠져 있으면서
    -''우리''라 하지 말라. 너 혼자만 생각하며 살아가면서
    -''아버지여''라 하지 말라. 아들 딸로서 살지도 않으면서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라 하지 말라. 자기 이름만 빛내려 안간힘을 쓰면서
    -''나라에 임하옵시고''라 하지 말라. 물질 만능의 나라를 원하면서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라고 하지 말라. 자기들 뜻대로 되기를 기도하면서
    -''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 하지 말라. 가난한 이들을 본체만체하지 않느냐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 하지 말라. 누구에겐가 아직도 앙심을 품고 있으면서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하지 말라. 죄 지을 기회만 찾아다니지 않느냐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 하지 말라. 악을 보고도 아무런 양심의 소리를 듣지 않으면서
    -''아멘'' 하지 말라. 주님의 기도를 진정 나의 기도로 바치지도 않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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