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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뉴스] 북한은 왜 27명의 송환을 거부하나?



통일/북한

    [Why 뉴스] 북한은 왜 27명의 송환을 거부하나?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시원히 짚어 준다. [편집자 주]

    지난달 5일 북한주민 31명을 태운 어선 한 척이 연평도 북방에서 NLL쪽으로 남하하는 것을 해군 고속편대가 출동해 예인한 뒤 한 달이 지났다.

    정부는 당초 31명 전원을 북으로 돌려보낼 방침이었지만 한 달여 동안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4명이 귀순 의사를 밝히면서 상황이 복잡하게 얽히고 있다.

    정부는 지난 4일 귀순의사가 없다고 밝힌 27명을 판문점을 통해 돌려보내겠다는 통지문을 북에 보냈지만 북은 31명 전원의 송환을 요구하면서 주민 27명의 송환을거부했다.

    꽉 막힌 남북관계를 푸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주민 송환문제가 남북관계를 더 꼬이게 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북한은 왜 27명의 송환을 거부하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ㄴㄴ

     


    ▶표류한 북한주민들 오늘 송환되는 것인가?

    =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 정부는 7일 판문점 연락관 접촉을 갖고 북측에 송환 절차에 협조해줄 것을 다시 촉구할 예정이다.

    정부관계자는 "주말과 휴일에는 판문점 적십자연락관 채널이 가동되지 않는다"며 "7일 연락관 통화를 해서 북측에 27명의 수용을 다시 요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다만 4일처럼 27명을 판문점 인근에 대기시키지 않고 북측이 동의하면 이들을 곧바로 판문점으로 이동시킬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북측은 표류한 31명 전원의 송환을 요구하고 있어서 정부가 27명만 돌려보내겠다는 방침에 대해 동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북측이 동의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건가?

    = 일방적인 송환은 어려울 것이다. 북한은 27명의 송환이 무산된 다음날인 지난 5일 표류했던 주민 31명의 전원 송환을 또다시 요구하면서 "이를 위해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사태를 결코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북한당국의 입장을보도했다. 북한은 또 지난 4일 보낸 구두통지문에서 "북한 주민 31명 전원을 선박과 함께 표류했던 해상경로를 통해 돌려보내라"고 밝혔다.

    이 매체는 "우리 주민들 모두 처음부터 공화국으로 돌려보내 줄 것을 요구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우리의 정당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북남관계에 엄중한 후과(결과)를 미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은 통지문에서 "지금 억류된 주민들의 가족, 친척들은 그들이 하루빨리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며 "남측 당국이 우리 주민들을 억류하고 회유, 압박해 강제로 생이별시키려고 하면서 ''이산가족''문제를 운운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27명만 돌려보내겠다는 입장인데 반해 북한은 31명 전원의 송환을 요구하고 있는데 어떻게 되는 것인가?

    = 지금 상황에서는 뭐라고 단정적으로 얘기하거나 예측이 상당히 어렵다. 남북관계는 지난해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폭격, 그리고 키리졸브 훈련과 독수리 훈련 대북전단 살포 등으로 매우 악화된 상태다.

    남북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북한주민 31명이 표류했는데 그 중 귀순의사를밝힌 4명을 제외한 27명만 돌려보내겠다고 하니 북한으로서는 받을 수 없다며 27명도 받을 수 없다고 나오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당분간 27명의 송환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가장 현실적으로 보인다. 북한이 27명만 송환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일 정부는 판문점을 통해 송환하겠다는 방침이었지만 북측이 응하지 않아 북한주민들이 판문점 근처에서 7시간 넘게 대기하다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27명만 돌려보낼 수는 없나?

    = 현실적으로 27명만 돌려보내는 방법은 몇 가지 있을 수 있다.

    북한의 요구대로 연평도에서 표류한 북한 어선에 27명을 태워 돌려보내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아니면 판문점에서 27명을 북측으로 일방적으로 보낸 뒤 북측이 알아서 하라고 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고, 전단을 보내듯이 풍선에 태워서 보내는 방법도 가능은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27명만 보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북한 주민이나 군인들이 여러 차례 표류해서 국경선이나 NLL을 넘어온 경우가 있었지만 대부분 전원 송환을 했다. 통일부는 이와 관련해 "2005년 9월과 2009년 9월에도 각각 4명 중 1명, 2명 중 1명만 북측에 송환됐다며 이번 4명 귀순도 특이한 사례는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31명 전원이 남측에 남게 될 가능성도 있나?

    = 어떻게 보면 가장 현실적으로는 31명 전원이 북한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남측에 머무를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

    북한은 31명 전원이 아니면 받을 수 없다고 하고, 남측은 귀순의사를 밝힌 4명은 절대로 돌려보낼 수 없다고 하니 절충점이나 중간지대가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31명 전원이 남측에 잔류하게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남북관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당분간 27명도 남측에 남았다가 남북관계가 풀릴 경우 북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높다"고 전망했다.

    ▶귀순의사를 밝힌 4명을 포함해서 31명 전원을 돌려보내면 되는 것 아닌가?

    = 물론 31명 전원을 돌려보내겠다고 하면 북측에서는 이를 받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될 경우 통일부나 정부의 부담이 커지게 된다.

    애초에 4명이 귀순의사를 밝혔다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면 모르겠지만 이를 공개한 뒤 다시 북으로 돌려보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귀순의사를 밝힌 4명을 돌려보낼 경우 그들의 안전이나 생명을 담보할 수 없다"면서 "특히, 남한 내 보수층의 여론이 급속히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전원 돌려보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왜 4명을 남기려고 하는지 궁금한데?

    = 사실 정부의 대응에 미숙한 점이 있다.

    정부는 31명이 표류한 지난달 초 31명 전원을 돌려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정부 합동신문을 하면서 시간이 한 달이 흘렀다. 그동안 산업시찰도 하고 관광도 하고 그렇게 했다는 얘기들이 나돌고 있다.

    최근까지는 북한의 어선이나 선박들이 표류해서 국경을 넘을 경우 의도적인 월경이냐 아니냐를 파악한 뒤 2~3일 이내에 곧바로돌려보내는 것이 관례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 달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렇다면 북측에서 주장하는 귀순공작을 실제로 했다는 것이냐?

    = 정부는 공식적으로 이를 부인하고 있다. 원세훈 국정원장은 지난주 국회 정보위원회 답변에서 "신문 과정에서 2명이 귀순하겠다고 했고 재차 확인 과정에서 2명이 귀순하겠다고 했다"고 답변을 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답변에서 "정부는 이들의 자유의사에 따라서 결정을 내린 것" 이라며 "어떤 인위적인 것을 통해 (귀순 회유를)하지는 않는다"라고 부인했다.

    그렇지만 정부의 대응에 미숙한 점이 분명히 있다. 정부는 당초 31명 중 귀순의사를 밝힌 주민은 없다고 했다가 뒤늦게 4명이 귀순의사를 밝혔다고 이를 번복했다.

    원세훈 국정원장도 국회 답변에서 ''재차 확인 과정''에서 2명이 추가로 귀순의사를 밝혔다는 부분이 ''귀순 회유·설득 작업'' 의혹으로 비칠 수 대목이다.

    북한 주민의 ''서울 구경''설과 산업시찰 얘기도 이를 증폭시키고 있다.

    조개잡이를 나섰던 북한 주민들로서는 한 달여 동안의 서울 생활이 좋은 음식에 좋은 잠자리에 산업시찰과 관광에 아마도 꿈같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귀순공작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북한 조선적십자회는 대변인 담화에 이어 이날 중앙위원장 명의의 전통문에서 "남측이 귀순이요, 자유의사 존중이요 하면서 일부를 떨구어 놓겠다는 것은 심히 부당하고 난폭한 처사"라며 "정당한 (송환)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초래되는 후과에 대해 남측이 전적인 책임을 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가 북한 주민들을 한 달 이상 데리고 있을 필요가 있었나?

    = 정부는 표류한 북한 주민이 31명으로 많아서 조사에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공식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다른 사례들과 비교해 보면 지나치게 시간이 오래 걸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두고 여러 가지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정부 내 대북강경파들이 지난달 8~9일 남북 군사실무회담 결렬에 이어이번 ''귀순 공작'' 논란의 배후로 지목하는 시각도 있다. 정부입장에서는 이들 31명 또는 27명의 북한주민들이 살아 움직이는 전단의 역할을 기대했을 수 있다.

    풍선으로 날려 보내는 전단이야 수거해서 소각하면 그만이지만 북한 주민들이 직접 보고 경험한 일들은 쉽게 잊혀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보면 북한 주민들을 가능한 빨리 돌려보내는 것이 주민들을 위한 일이라는 지적도 있다.

    북한 당국으로서는 이들 주민들이 귀환하면 남측에 머물렀던 시간 이상을 이른바 물을 빼는데 공을 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그만큼 고통의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이다.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지 걱정인데?

    = 이미 남북관계는 최악의 상황이다. 더 나빠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북한주민 송환문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그렇지만 북한주민 송환문제가 꽉 막힌 남북관계를 푸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일부의 전망과는 달리 오히려 더 꼬이게 만들고 있는 건 틀림없다.

    지난 1987년 1월 15일 김만철씨 일가족 11명이 ''따뜻한 남쪽나라로 가기 위해 탈북''한 일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여수 선적의 백령도 인근에서 고기잡이를 하던 여수 선적 저인망어선 ''제27 동진호''가 북한 경비정에 의해 납북된다.

    처음엔 김씨 일가의 탈북과는 관계없는 일이었다. 엿새 뒤인 1월21일엔 북한적십자사가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송환 의사를 밝혀왔기에 사태는 희망적으로 마무리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북한이 김씨 일가의 탈북사실을 알고 난 뒤 동진호 선원 12명의 운명은 절망적으로 바뀌었다.

    북한은 김씨 일가의 남한 귀순에 대한 보복차원에서 선원들의 송환을 거부하고 강제로 억류하게 된다. 그 이후 북에 억류된 12명 중 6명은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통해 남쪽 가족을 만났지만 6명은 생사조차 모르고 있다.

    북한이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북한주민 송환문제가 남북관계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지 지금으로서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남북관계를 더 꼬이게 하는 원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키리졸브 훈련이 끝나고 천안함 1주기 이후 4월 중순쯤 남북관계의 전기가 마련되면 북한 주민 송환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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