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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 떠나고 1년, 바뀌지 않는 산업 안전



경제 일반

    김용균 떠나고 1년, 바뀌지 않는 산업 안전

    지난달까지 산재사망 801명…사망자 절반 감축 공약 '빨간 불'
    처벌 하한선 없어 사망 발생해도 십중팔구 집유·벌금형 그쳐
    원청 책임 개정 전과 사실상 차이 없어…직접고용 요구도 정부는 '감감무소식'
    원청 기업주 처벌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해야 '위험의 외주화' 끊는다

    지난 달 2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청년 비정규직 故 김용균 시민대책위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24살 청년이었던 고(故) 김용균씨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야간작업을 하다 숨진 날이 바로 1년 전 오늘, 10일이다.

    하지만 산업현장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법 제도의 변화는 더디기만 해서 노동자들이 일을 마치고 안전하게 퇴근할 권리가 아직도 위협받고 있다.

    김씨가 목숨을 잃자 정부와 국회는 이른바 '김용균 법'이라는 이름으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을 전면 개정했다.

    도금이나 중금속 제련 등 위험한 업무는 하청업체에 떠맡기지 못하도록 무분별한 도급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또 도급인이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하거나 이로 인해 노동자가 숨진 경우 처벌 수위를 강화하고, 사업주가 5년 사이에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해 노동자가 숨지도록 한 사례가 2번 이상 발생하면 가중처벌하도록 해 원청업체에 대한 책임을 묻도록 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 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를 꾸리는 등 발 빠르게 대응했다.

    최근 산업재해 사고사망자 현황 (자료=고용노동부 제공)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정작 산업현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올해 들어 지난 11월 기준 산재사망자는 801명으로, 이러한 추세를 유지하면 연말에는 870~880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총 산재사망자는 971명, 같은 달인 11월에는 890명이었다. 전년과 비교하면 산재사망자가 89명이나 줄어든 결과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임기가 끝나는 2022년까지 산재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현 정권이 출범한 2017년 산재사망자는 964명, 약속대로 2022년 산재사망자를 적어도 500명 이하로 줄이려면 매년 100명씩 줄여야 한다.

    이 계획대로라면 올해는 700명 중반대로 사망자 수가 떨어져야 하는데, 이미 목표치를 넘은 셈이다.

    노동보건단체가 지난달 2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태안화력발전소 故 김용균 노동자 분향소 앞에서 태안화력발전소 고 김용균 사망 1주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김씨의 죽음에도 산업현장의 변화가 지지부진한 가장 큰 원인은 법 제도의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이기 때문이다.

    우선 처벌 수위를 높였다고 해도 상한선만 높일 뿐, '최소 징역 1년 이상'과 같은 처벌의 하한선이 없다 보니 노동자가 일하다 죽어도 벌금 수백만원만 물고 넘어가기 마련이다.

    지난해 699건의 산안법 위반 사례 중 금고나 징역형을 받은 사례는 겨우 0.4%인 3건에 그친 반면 사업주 10명 중 9명은 집행유예(16.3%)나 벌금형(72.3%)만 받았다.

    내년 1월부터 '김용균 법'인 산안법 개정안이 시행되지만, 노동계는 처벌이 하청업체에만 몰릴 뿐, 실제 작업현장의 안전조치 수준을 결정하는 원청업체에는 책임을 묻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예컨대 위험한 업무로 도급을 금지하거나 승인을 받아야만 하도록 제한한 업종의 범위가 너무 좁아서 정작 김 씨가 일했던 '전기업종'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김용균 없는 김용균 법'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또 특조위도 노동자들이 고용 불안정에 시달리지 않고 사측에 안전조치나 작업중지를 요구할 수 있도록 적어도 공공부문에서는 직접고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정부는 예산 문제 등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적어도 사망사고엔 징역형 이상의 처벌이 내려져야 하고, 원청기업 총수까지 최종 산재 관리 책임자로 규정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자고 노동계가 요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산업재해에 대한 원청 경영진의 책임을 강화해서 '비용'을 증가시켜야만 이윤을 쫓느라 하청노동자를 위험한 작업환경에 몰아넣는 '죽음의 외주화'를 끊어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노동건강연대 정우준 사무국장은 "현행 산안법으로는 하청업체 대표는 처벌해도 사실상 원청회사 대표는 처벌하기 힘든 구조"라며 "실제 책임을 수행하는 원청 대기업에 대한 처벌인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산안법을 전면개정했지만, 정부가 약속한 임기 내 산재사망을 절반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 기업에 대한 엄격한 처벌이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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