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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 법' 통과됐지만…'죽음의 외주화' 근본 해법은?



경제 일반

    '김용균 법' 통과됐지만…'죽음의 외주화' 근본 해법은?

    도급 금지 업종 범위 너무 좁아…발전소·구의역 사고 등 포함 안돼
    "처벌 상한선 아무리 늘려도 하한선 없으면 '말짱 도루묵'" 우려도
    국가 필수 유지 업무인 발전소 정비 업무, 원청이 직접고용해야

    고(故)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씨가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튿날인 지난해 12월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산안법 개정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한 이른바 김용균 법이 천신만고 끝에 국회를 통과했지만, 정작 김 씨가 목숨을 잃은 발전소 업무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반쪽짜리 개정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27일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김용균 법'으로 불리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 통과됐다.

    개정안에는 유해·위험한데다 직접병 여부를 쉽게 알아차리기 어려운 도금작업이나 중금속을 제련, 주입하는 등의 작업은 사내 도급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도급인이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한 경우 처벌 수준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노동자가 숨진 경우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했다.

    특히 사업주가 5년 사이에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해 노동자가 숨지도록 한 사례가 2번 이상 발생하면 가중처벌하도록 하고, 법인에 대한 벌금형을 1억원 이하에서 10억원 이하로 강화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이번 개정안의 실효성이 기대보다 훨씬 낮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우선 도급 금지 업종 범위가 너무 좁아서, 정작 이번에 화력발전소에서 숨진 김 씨나 2016년 구의역에서 홀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열차에 치여 숨진 김모 군 사고 관련 업무들은 모두 도급 금지 대상에서 빠졌다.

    이에 대해 시민대책위원회 박준선 상황실장은 "이번 산안법은 28년만에 개정됐을 만큼, 국회를 거쳐야 하는 법 개정은 쉽지 않다"며 "법령에 도급 금지 업종을 규정하는 대신 정부가 바꾸는 시행령으로 금지 업종·물질을 언제든 추가하도록 해야 했다"고 비판했다.

    처벌 수위도 논란거리로 남았다. 애초 정부는 사업주가 안전조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가 노동자가 숨지면 최소 1년 이상 징역형을 받도록 하는 처벌의 하한선을 두려했지만, 경영계 등 보수 진영의 반대로 삭제됐다.

    2017년 11월에도 고(故) 노회찬 의원과 박주민 의원 등이 공동발의한 '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책임자 처벌에 관한 특별법'의 경우에도 사망 산재를 부른 기업 경영주 및 관련 공무원에 대한 하한형을 포함했지만, 무관심 속에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고용노동부 임서정 차관은 산안법 개정안 안내 브리핑에서 "법 집행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근로자 사망 시 징역형의 하한을 설정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사업주에 대한 과잉 제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고려할 필요도 있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동안 아무리 사망사고가 일어나도 잘못을 저지른 사업주가 징역형을 선고 받기는커녕 대부분 수백만원의 벌금만 냈던 '솜방망이' 처벌이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 동안 산안법 위반 혐의로 열린 형사재판 건수는 총 5109건에 달하지만, 이 가운데 징역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0.5%인 28건에 불과하다.

    절반 이상인 3413건이 벌금형에 그쳤고, 액수도 겨우 4~500만원 수준에 불과해 아무리 노동자가 목숨을 잃어도 사업주에게는 별다른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화력발전소와 같은 공공기관이라면 산업재해가 발생한 뒤에 수습하기보다 선제적으로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업무를 맡긴 노동자를 반드시 직접고용해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 상황실장은 "발전소는 국민의 필수요소를 서비스하기 때문에 이 곳 노동자들은 파업 등 노동3권도 제한된다"며 "이처럼 중요한 발전소 업무를 비용 절감을 이유로 이윤을 쫓는 민간 하청업체에 맡기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또 "문재인 정부 1호 명령인 '공공부문의 정규직화'에 국민의 생명, 안전과 직결되는 상시 지속 업무는 직접고용하도록 했다"며 "발전소 업무는 국가 필수 유지 업무인만큼 가이드라인을 제대로 적용하기만 해도 직접고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가족이 추천하는 진상규명위원회를 마련해 산재 현장의 고용조건이나 안전설비 등을 조사하고, 개선조치에 반영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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