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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실직자도 노조한다? 해외에선 '오래된 상식'



경제 일반

    해고·실직자도 노조한다? 해외에선 '오래된 상식'

    한국도 해고·실직자의 초기업단위 노조 활동은 2004년부터 허용돼
    유럽이나 영미권, 일본은 해고·실직자는 물론 학생·퇴직자에게도 노조 허용
    전문가들 "재계 등 우려 같은 노사갈등 가능성은 희박"

     

    해고자도 노조원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의 권고를 놓고 재계 등에서 우려를 표하지만, 해외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적 '상식'이라는 반박이 나온다.

    경사노위 공익위원들은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과 활동을 제한하지 않도록 노조법을 개정하라고 지난 20일 권고했다.

    노동조합으로 인정할 수 없는 요건을 정리한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이하 노조법) 제2조 4항에서 라목에는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조로 볼 수 없다고 적혀있다.

    하지만 국제노동기구(ILO)는 이미 2005년 결사의 자유 범위에, 모든 노동자ㆍ공무원을 포함해 해직ㆍ퇴직 노동자를 포함하도록 결정한 바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대로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는 ILO 핵심협약 제87호에 한국이 비준하려면 이 협약과 상충하는 노조법 조항을 해고자 및 실업자 등의 노조 가입·활동을 제한하지 않도록 개정해야 한다.

    만약 법이 개정된다면 노조 가입이나 비정규직이란 이유 등으로 부당하게 해고됐던 노동자들이 기업 노조에 복귀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이를 놓고 재계와 보수 언론은 해고자들이 노조에 대거 가입해 강경노선을 주도하며 복직 투쟁을 벌일 수 있고, 이 때문에 불법행위자도 쉽게 해고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한국은 2004년 대법원 판례 이후 해고·실직자는 물론, 구직자조차 노조원 자격을 가질 수 있어 산별노조 등 초기업단위 노조 활동을 꾸준히 허용해왔다.

    예를 들어 보수정권 시절 부당해고 논란을 빚었던 MBC, YTN 등의 해직 기자들은 해고 이후에도 언론노조 조합원 신분을 유지한 채 '복직투쟁'을 벌였다.

    오히려 최근 양대노총 노동운동의 중심이 점차 산별노조로 옮겨지면서 기업별 단위 노조가 축소되는 양상인만큼, 일각의 우려대로 극심한 노사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은 매우 낮은 편이다.

    아울러 주목받는 지점은 관련 법에 교원이나 공무원으로 조합원 자격이 제한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다.

    전교조는 6만여 조합원 가운데 해직교사 9명을 조합원으로 포함했다는 이유로 2013년 박근혜 정부로부터 법외노조 통보를 받았다.

    역시 2010년 해직된 공무원 136명을 조합원으로 인정했다는 이유로 법외노조 판결을 받았던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은 지난 3월 '선 법적 지위 확보, 후 해직자 원직복직'을 목표로 합법화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경사노위는 "교원으로 임용돼 근무하다 퇴직한 자의 조합원 자격은 ILO 제87호 협약 2조에 따라 노조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사실 이러한 지적은 해외에서는 이미 '상식' 수준이다. 독일이나 프랑스, 덴마크 등 노동선진국이 몰려있는 서유럽은 물론, 비교적 보수적인 일본이나 영국, 미국 역시 해고자나 실직자는 물론 학생이나 퇴직자에게도 노조 가입이 허용되어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한국노동법학회가 2010년 9월에 발표한 연구보고서 '교원노사관계의 합리적 개선 방안에 관한 연구'를 보면 주요 5개국 가운데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은 모두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 유지가 가능했다.

    2011년 고용노동부 용역으로 작성된 '조합원 자격과 노동조합' 보고서에도 독일과 일본, 프랑스, 영국, 미국 등의 사례를 검토하면서 "근로자가 아니더라도 조합원의 지위를 보유하는 것은 부인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다수 국가의 태도"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법률원 권두섭 변호사는 "이미 오래 전부터 법과 판례로 확고히 했던 해직·실직자의 노조 가입·활동을 허용해왔기 때문에 재계나 보수언론의 주장처럼 특별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만 전교조, 전공노 등은 특별법으로 조합원 자격이 교원이나 공무원으로 규율되는데 이를 법적 문제가 없도록 관련 조항을 조정하라는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러한 문제는 해외 사례와 비교하기도 어렵다. 왜냐하면 외국은 거의 모든 나라가 조합원의 자격 여부를 노조 재량에 맡기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전교조 문제에 대해 "전교조 문제는 일부 해직된 정규직 교사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6개월 단위로 신분이 바뀌는 기간제 교원들도 노조의 보호를 받기 위해 사실상 산별노조 성격을 갖는 전교조에 가입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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