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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값 안 올리는 '오리온의 역발상'



기업/산업

    과자값 안 올리는 '오리온의 역발상'

    이디야커피, 팔도 12월1일부터 가격 인상
    매일유업도 냉장 컵커피 바리스타룰스 가격 인상
    "남양유업, 가공유 값 인상 검토"
    오리온 "아낀 포장지만 여의도 면적의 40%, 83톤"

    (사진=오리온 제공)

     

    국내 대부분 식음료 제조업체들이 원재료 가격과 임금인상을 내세우며 먹거리 가격을 줄줄이 인상하고 있지만 오리온은 손쉬운 가격인상의 유혹을 떨치고 소비자 혜택을 늘리는 역발상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BBQ와 농심 새우깡, 남양유업, 롯데제과 등 다수의 식음료 제조업체들은 2018년 하반기 자사 제품의 출고가격을 4~10%가량 인상했다. 소비자들이 워낙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해온 점을 감안해 식품업체들은 '또 가격을 올린다'는 비난이 쏟아질 것을 우려해 눈치를 살펴왔지만 우유제조업체들이 지난 8월부터 가격을 인상하자 이를 계기로 줄줄이 가격인상대열에 동참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삶이 팍팍한 요즘 소비자들이 먹거리 가격에 워낙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제조업체 입장에서 가격인상은 일종의 모험과도 같다"며 "이런 사정 때문에 한 회사가 가격인상을 단행하면 함께 묻어서 올려 비판이 집중되는 걸 피하고 보는 것이 상책이란 생각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격인상 도미노는 현재진행형이다. 커피 프랜차이즈 이디야는 12월1일부터 일부 음료의 가격을 최대 15% 인상하기로 했다. 소비자들이 즐겨 마시는 아메리카노는 2800원에서 3200원으로 400원이 오른다. 이디야는 "건물 임차료와 원료비 등 고정 비용의 인상폭이 커 영세한 다수 가맹점의 운영난 해소를 위한 불가피 한 조치"라고 밝혔다.

     

    팔도는 12월부터 왕뚜껑 용기면을 1050원→1150원으로 9.5%, 비빔면은 860원→900원으로 4.7% 인상한다. 최근 서울우유와 남양유업이 우유가격을 인상한데 이어 남양유업의 가공유 가격인상과 매일유업의 우유제품 가격인상도 초읽기다. A대형마트 관계자는 "매일유업이 정식으로 가격인상을 요청해 온 것은 아니지만 내부적으로 가격인상을 검토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매일유업은 냉장 컵커피 가격은 다음달 인상하기로 했다.

    식음료 제조업체들이 가격을 올리면서 내세우는 이유는 한결같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임금비 인상과 원재료 가격 상승, 건물임대료 인상이다. 업계의 가격인상에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점을 감안, 업체들도 가격인상요인을 모아뒀다가 2~3년 주기로 올리는 경우가 많다.

    가격인상은 소비자 부담증가로 이어지는 만큼 애당초 환영받기 어려운 이슈지만 유독 비난이 폭주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업체들이 원가절감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 보다는 손쉬운 가격인상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는 경향이 높고 가격을 올리는 절차 또한 투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22일 "가격과 관련된 정보들이 영업비밀에 해당돼 선뜻 외부에 공개하기 어려운 점이 있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가격인상 정보를 어느 정도는 공유하면서 소비자 이해를 구하는 기업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 하반기 제품가격을 인상하면서 자사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임금비가 얼마나 올랐는 지, 국제 원재료 가격상승으로 재료 구입비가 얼마나 더 들어가게 되는 지 속시원히 밝힌 기업체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최악의 경제상황에 먹거리 가격까지 우후죽순 격으로 뛰고 있어 국민들의 걱정이 크지만 모든 기업들이 가격인상에만 목을 메고 있는 건 아니다.

    담철곤 회장의 잦은 오너 리스크와 과도한 가격인상으로 회사 이미지가 실추됐던 오리온은 소비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돌려주며 오히려 제품 가격을 내려 시장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오리온은 지난해 지사 인기제품인 '오뜨'를 리뉴얼 하면서 5개입을 6개입으로 10개입은 12개입으로 양을 늘려 20%증량하고 가격은 그대로 유지했다. 최근 4년동안 초코파이와 포카칩, 더자일리톨 등 13개 제품의 양을 늘려 사실상 가격을 내렸다. 또한,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됐던 제과업계의 '과대포장'을 줄여 신뢰 회복을 꾀하고 있다.

     

    경쟁업체들이 가격인상에 대한 비판을 의식해 가격은 그대로 둔채 내용량만 줄이는 이른바 '꼼수 가격인상'에 나설 때 오히려 용량을 늘려 소비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역발상을 실천한 것.

    오리온의 임원 B씨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경영진이 바뀐 후 착한포장 프로젝트로 과대포장을 고쳐 절약한 포장지가 지난 한해만 여의도 면적의 40%, 중량은 83톤에 이르고, 촉촉한초코칩은 지난 9월 양을 늘린 뒤 1개월간 매출액이 전월에 비해 20%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 직원 C씨는 "착한포장의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는 않았고 회사 실적이 역성장을 계속하다가 지난해 턴어라운드하면서 성장세로 돌아섰으며, 가격을 동결하고 제품량을 늘렸지만 이익률이 오히려 좋아졌다"고 말했다.

    오리온 한국법인은 지난 2015년 영업익 951억원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은 뒤 2016년 787억원으로 떨어졌다가 2017년 826억원, 2018년(~3분기) 819억원으로 회복세를 보였다.

    식음료업계의 가격정책은 개별 회사의 선택이지만 합리성을 잃을 경우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런 점에서 언론과 시민단체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며 감시자 역할를 수행하고 있지만 시민단체의 견제기능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그나마 소비자단체연합회에서 정례적으로 먹거리 가격을 조사하지만 기업체의 가격인상에 대한 '검증'에 까지 이르지는 못하고 정부기관도 더 이상 인위적 물가억제 정책을 펴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식음료 제조업체들이 기습적 가격인상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는 지도 모른다.{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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