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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을 통한 재활과 치유, 네덜란드 '케어팜'을 가다



인권/복지

    농업을 통한 재활과 치유, 네덜란드 '케어팜'을 가다

    농업은 왜 발달장애인의 일자리? 네덜란드에 묻다
    암스테르담 인근 양송이 재배농장 Voske 방문기
    햄버거 빵만한 양송이버섯 재배실, 1천평을 5천평으로 활용
    에너지 완전 자립과 폐기물 제로 구현이 최대 목표
    덥거나 춥지 않고 자외선 걱정도 No…생산성 탁월해 일자리 안정적

    글 싣는 순서
    ※이 글은 국내 발달장애 청년들의 자립에 필요한 '희망의 스마트팜' 조성을 위해 CBS와 푸르메재단이 함께 마련한 연속 기획입니다.
    ① '말아톤' 13년 후…고단한 삶속에 피워낸 작은 희망
    ② 아이에게 한시도 눈을 못 뗀 19년…발달장애 엄마들
    ③ 발달장애 청년 위한 일자리, 푸르메재단이 만듭니다
    ④ 늙어가는 엄마는 점점 겁이 납니다, 아들 때문에
    ⑤ "내 아이는 자기 집에서 살다가 죽으면 안 되나요?"
    ⑥ 35세가 되면 일터에서 밀려 집으로 쫓겨나는 그들
    ⑦ 10년간 10억 기부 기업인 "행복한 삶 비결은 나눔"
    ⑧ [르포] 발달장애 청년들 일터로 거듭난 여주 스마트팜
    ⑨ 농업을 통한 재활과 치유, 네덜란드 '케어팜'을 가다
    (계속)


    평평한 땅에 운하와 스마트팜이 가득한 나라 네덜란드. 도시를 벗어나면 어디서나 유리온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진=푸르메재단

     

    암스테르담에서 남쪽으로 자동차로 1시간 떨어진 우덴(Uden)의 양송이 재배농장 Kwekerijk't Voske.

    오랜 시설농업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2위 농산물 수출국인 네덜란드의 또다른 자랑 '케어팜'이다.

    '케어팜'이란 사회적 돌봄인 케어(care)와 농장(farm)을 합성한 것으로 치매노인, 중증장애인 등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이 농장에서 일하고 이들이 농장에서 보내는 시간을 치유와 재활 서비스로 인정, 국가가 케어 비용을 지불하는 새로운 유형의 복지 시스템으로 네덜란드에만 현재 1,100여 개가 가동중이다.

    길게 연결지어 세워진 빨간 벽돌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생산총괄대표인 에드워드 마이엔버그(Edward Meienberg) 씨가 취재진을 기다리고있다.

    16살 때부터 버섯에 빠져 살았다는 그가 Voske 농장 구석구석을 안내한다.

    ◇ 우리에겐 조금 낯선 대왕 양송이(?)

    포타벨라(오른쪽)와 샹피뇽. 사진=푸르메재단

     

    이곳에서 생산하는 버섯은 양송이. 보통 양송이는 작고 하얀 색이지만 이곳의 양송이는 좀 더 큰 밤색이다. 맛의 차이는 크게 없으며, 작은 양송이는 샹피뇽(champignon) 또는 베이비벨라(babybella), 좀 더 큰 특대 사이즈 양송이는 포타벨라(Portabella)로 구분해 부른다.

    버섯의 맛과 향에 본질적 차이는 없으나, 포타벨라 쪽이 시장의 선호도나 가격이 좀 더 높아 포타벨라 크기로 출시한다.

    포타벨라 중 큰 것은 햄버거 빵만해서 실제 영국에서는 햄버거의 빵 대신 버섯 사이에 각종 고기와 채소를 넣어 먹기도 한단다.

    글루텐 걱정 없는 포타벨라 햄버거. 사진=푸르메재단

     

    보통 버섯은 볏짚이나 톱밥을 발효시킨 배지에 종균을 심어 재배한다. 한국은 농가에서 직접 배지를 발효시켜 재배하는 경우가 많지만, 네덜란드는 배지전문기업에서 이미 종균 접종까지 마친 배지를 구입해 재배한다.

    농업 대부분의 분야에서 세계 최고로 인정받는 네덜란드답게 버섯배지 역시 안정성과 생산성에서 최고품질로 평가된다. 일반적으로 한국 양송이 농가에 비해 3배 이상의 생산성을 자랑하지만 그만큼 초기 구입비용이 비싸다는 무시 못할 단점도 있다.

    ◇ 1,000평을 5,000평으로 활용하는 버섯재배실

    Voske 농장의 버섯재배실(유닛)은 총 13개. 전체 재배실의 면적은 1천평이 조금 안 되지만 각 유닛마다 5단으로 이뤄진 2개의 트레이가 자리잡고 있어 실제 재배면적은 5천평에 가깝다.

    모든 유닛은 버섯생육을 위한 환경이 자동으로 제어된다. 재배시기에 따라 온도와 수분공급, 공기의 주입과 순환이 컴퓨터와 센서에 의해 자동으로 이뤄지며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준다.

    "보통 한 유닛은 7주 단위로 한 주기가 이뤄집니다. 스팀소독을 마친 유닛에 버섯배지의 입실과 배양을 마치면 이후 2차 혹은 3차에 걸쳐 수확을하지요. 1차에서는 제곱미터당 20kg, 2차에서는 8kg, 3차에서는 3kg 내외로 수확합니다. 이후 전체 유닛을 비우고 깨끗이 청소한 뒤 새로운 주기를 시작합니다."

    각 유닛마다 서로 주기가 달라 생산량은 연중 일정하게 유지된다. 이곳에서 출하하는 버섯은 대부분 영국이나 독일 등지로 수출하며, 어른 손바닥 만한 포타벨라는 소포장해 네덜란드 마트에 납품하기도 한다.

    에드워드가 "이곳이 가장 예쁜 stage"라고 말하며 한 유닛의 문을 열자 모두 각 트레이마다 꽉 들어찬 동글동글하게 귀여운 꼬마버섯이 엄청난 양으로 재배되고있다.

    한창 버섯이 자라는 1차 수확기 유닛을 보여주는 에드워드 씨. 사진=푸르메재단

     

    "예쁘게 자라고 있죠? Voske 농장에서는 샹피뇽으로 20%를, 포타벨라로 80%를 수확해 판매하고 있어요. 포타벨라나 샹피뇽이나 버섯의 맛과 향은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크기의 차이죠."

    포타벨라가 수익성이 더 높다면 전부 포타벨라 크기로 출시하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손가락 하나 들어가기 어려워 보일만큼 빽빽하게 자라는 버섯들을 그대로 두면 포타벨라가 제대로 클 수가 없단다.

    즉, 포타벨라로 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기 위해 작은 버섯을 솎아내는 과정이 곧 샹피뇽을 수확하는 과정이었다.

    버섯을 따는 일은 살짝 비틀어 뽑기만 하면 되는 단순한 일이지만 빽빽하게 올라온 버섯들 중 남겨둘 것과 따낼 버섯을 구분하는 일은 나름의 노하우가 필요해 보였다. 조금이라도 늦게 수확하면 버섯들끼리 눌려 갓이 상하거나 모양이 뒤틀려 상품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매일 적절하게 솎아주는 작업을 진행한다.

    Voske 농장의 버섯생산량은 일주일에 약 15톤. 단순히 계산해도 하루에 2톤이 넘는 엄청난 양이다. 때문에 하루라도 버섯을 따주지 않으면 버섯들이 서로 부딪히며 하루만큼 자라서 불량버섯이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 때문에 Voske 농장에서 일하는 20명 남짓의 직원들은 새해 첫날을 제외하고 1년 내내 쉬는 날 없이 돌아가며 근무한다.

    ◇ 에너지 완전 자립과 폐기물 제로(waste zero)를 꿈꾸는 Voske 농장

    Voske 농장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에너지 자급 및 폐기물 제로(waste zero) 구현이다.

    지붕에는 태양광 발전을 위한 패널이 촘촘이 설치되어 있고, 창문마다 녹색 태양 전지판이 장착되어 있다. 지열에너지를 활용하기 위해 지하 70m 깊이에 관을 심고 지하수를 끌어올려 농장의 냉·온수 공급에 활용하는데, 지역 농가들과 공동 운영하는 열병합 발전설비도 갖추고 있다.

    또한 폐기물 제로를 위해 농장에 사용되는 물을 재활용해 기존 버섯재배 농장의 6분의 1로 줄이는 한편, 재배를 마친 배지는 퇴비로 공급하고 버섯 재배 시 발생하는 CO2는 인근 딸기농장으로 공급하는 등 농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부산물을 최소화하고 있다.

    수확과정에서 잘라낸 버섯기둥들은 푸드뱅크나 인근 농가로 보내 활용되고 있다. 사진=푸르메재단

     

    버섯을 수확하면 기둥 아래 부분을 잘라주는데 특히 포타벨라는 포장과 배송을 위해 더 많이 잘라낸다. 이렇게 잘라내는 부분이 전체 버섯의 10% 정도 되는데 버섯의 품질에는 전혀 문제가 없기에 인근 푸드뱅크 기업에 기부하고 있다. 푸드뱅크로도 보내지지 않는 흙과 포자가 묻어있는 최하단 부분은 주변 축산농가에 소의 먹이로 공급한다.

    "이 기둥들은 매우 싱싱할 뿐 아니라 맛과 향, 영양 면에서도 훌륭합니다. 지금은 이 부분을 푸드뱅크에 기부하는데 향후 수익 창출을 위한 상품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 우리나라 귀농인에게 사랑 받는 작물, 버섯

    최근 국내에도 은퇴한 귀농인이나 영농조합 중심으로 버섯 스마트팜을 시도하는 사례가 많다. 주로 톱밥배지를 사용한 표고버섯이나 병배지를 활용한 팽이버섯을 재배하는데, 다른 작물에 비해 변수가 적고 스마트팜 초기 구축에 필요한 자료가 많이 축적돼 있어 초보 농부가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쉽기 때문이다.

    버섯농장의 최대 장점이자 단점은 태양광으로부터의 차단이다. 딸기나 토마토 등 다른 작물은 일조량이 작물의 성장과 수확량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빛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는가가 중요하다.

    반면 버섯이 자라는 데에는 빛이 거의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벽돌로 건물을 지을 수도 있고, 지붕과 창문에 태양광에너지 패널을 설치해 에너지 비용을 줄일 수도 있다.

    농장지붕의 태양광패널과 창문에 설치된 태양전지판. 사진=푸르메재단

     

    광합성에 필요한 CO2를 공급하지 않아도 된다. 수정을 위한 호박벌도 필요 없고, 특별한 해충도 생기지 않는다. 다만 바이러스가 없는 좋은 버섯종균이 배양된 배지를 확보하고, 온도와 습도를 맞춰줄 수 있는 공기순환시스템만 갖추면 어느 정도 안정적인 재배가 가능하다.

    딸기나 토마토가 자라는 화사한 유리온실은 아니지만 1년 내내 덥거나 춥지 않고 미세먼지와 자외선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안정된 일터라는 점에서 장애청년들이 일하기에는 참 좋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탁월한 생산성으로 장애청년에게 꾸준히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 지구와 사람, 작물 모두를 위한 깨끗하고 안전한 대안

    매일 귀여운 버섯을 따고 솎아주고 혹은 포장·가공하는 일은 반복적이면서도 새롭다. 어제 자라는 버섯이 다르고 오늘 수확하는 버섯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대량생산 시스템이 마치 공장을 연상시킨다는 의견도 있지만 어제와 오늘이 같은 생명은 있을 수 없다. 가끔은 마음 졸이고 가끔은 대견해서 말을 걸기도 하며 하루하루 작은 싹과 열매가 자라는 것을 보는 일은 항상 행복하다.

    자연 그대로 상태에서 유기농 작물을 지켜가는 일도 소중하지만 최근 환경상태를 보면 자연 그대로 상태에서 키우는 작물들이 미세먼지와 중금속, 바이러스, 해충으로부터 자유롭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어쩌면 작은 공간에서 최적의 환경을 컨트롤함으로써 여타 공해·병충해 요인을 차단, 깨끗하고 안전한 작물을 키워내는 것이 사람과 지구, 어쩌면 작물 그 자체를 위한 나름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Voske 농장에서 건강한 포타벨라를 공급하지 못한다면 이 만큼의 버섯을 재배하기 위해 엄청난 숲을 베어내야 했을지 모른다. 혹은 지금까지도 포타벨라가 중세 귀족이나 먹었던 귀한 버섯으로 남았을지도.

    ◇ 하루하루 조금씩 더 행복해지는 곳, 푸르메에코팜

    Voske 농장은 국내에서 발달장애 청년을 위한 희망의 스마트팜인 '푸르메에코팜' 건립사업을 펼치고 있는 푸르메재단에게도 여러 시사점을 준다.

    푸르메에코팜은 Voske 농장처럼 동글동글 매일 조금씩 자라는 양송이처럼 발달장애 청년을 위한 꿈들도 작지만 하루하루 조금씩 자랄 수 있는 곳이 될 것이다.

    또 큰 포타벨라나 작은 샹피뇽, 동그란 갓이나 길쭉한 기둥이나 크기와 모양이 다를 뿐 모두 본질적으로 같은 가치를 갖고 있는 것처럼, 푸르메에코팜에서도 그저 조금씩 다를 뿐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곳이 될 것이다. 그래서 모두 하루하루 조금씩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곳이 될 것이다.

    푸르메에코팜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작물과 사람 모두가 행복한 곳으로 디자인되고있다.

    어느 한 편의 이익을 위해 다른 한 편이 희생하거나 하나의 목적을 위해 다른 문제를 눈 감아야 하는 모델이 아닌 모두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는 대안으로 자리매김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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