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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세가 되면 일터에서 밀려 집으로 쫓겨나는 그들



인권/복지

    35세가 되면 일터에서 밀려 집으로 쫓겨나는 그들

    집에만 머물러 퇴행 거듭하는 발달장애 청년들
    조금만 배려하면 얼마든지 일할 수 있어
    일과 여가활동 적절히 어우러지는 일터 긴요
    작은 노동이 존중받는 푸르메에코팜에 거는 기대

    글 싣는 순서
    이 글은 국내 발달장애 청년들의 자립에 필요한 '희망의 스마트팜' 조성을 위해 CBS와 푸르메재단이 함께 마련한 연속 기획입니다.
    ① '말아톤' 13년 후…고단한 삶속에 피워낸 작은 희망
    ② 아이에게 한시도 눈을 못 뗀 19년…발달장애 엄마들
    ③ 발달장애 청년 위한 일자리, 푸르메재단이 만듭니다
    ④ 늙어가는 엄마는 점점 겁이 납니다, 아들 때문에
    ⑤ "내 아이는 자기 집에서 살다가 죽으면 안 되나요?"
    ⑥"35세가 되면 일터에서 밀려 집으로 쫓겨나는 그들"
    (계속)


    푸르메에코팜 간담회에 참여한 장애인의 부모. 임영경 님, 권옥미 님, 김수희 님, 이영희 님과 딸(오른쪽부터)/사진=푸르메재단 정담빈 선임간사

     

    발달장애인 가족들이 바라는 행복한 일터란 어떤 곳일까? CBS와 푸르메재단이 공동으로 건립을 추진 중인 발달장애인을 위한 희망의 일터 푸르메에코팜은 이들에게 어떻게 받아 들여질까?

    푸르메에코팜은 친환경 첨단농업으로 딸기‧토마토‧버섯 등 농산물을 생산‧가공‧판매하는 시설을 갖춘 지속가능한 일터로 기획됐다. 여기에 문화공간도 결합시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데 어우러질 수 있는 혁신적인 곳이다.

    자폐성장애인, 지적장애인, 뇌병변장애인을 자녀로 둔 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들은 푸르메재단이 운영하는 종로장애인복지관의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이용 중인 사람들이다.

    ◆ 자녀의 일자리에 대한 고민이 많을 같은데, 친환경 농작물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스마트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 권옥미> 10월부터 복지관을 더 이상 다닐 수 없게 돼서 여러 기관에 평가를 받으러 다니고 있어요. 경증 장애인이 많은 시설에서는 받아주지 않아요. 애가 타는데 아이가 갈 곳이 없어요. 푸르메에코팜이 생기면, 비장애인들이 자연농원처럼 찾아가서 물건도 사고 체험도 할 수 있으니 우리 아이들이 힘낼 수 있을 것 같아요. 내 아이를 책임져 달라는 게 아니라 갈 만한 곳이 생긴다는 점에서 잘 되길 바라요. 이제 시작이지만 그동안 기다려온 일이 이뤄진 것 같아 기쁩니다.

    ◇ 임영경> 영국 발달장애인 공동체마을에 관한 방송을 본 적이 있어요. 중증장애인은 양파를 옮겨 담고 나르는 일만 하는데도 필요한 존재로 인식되었죠. 제 아이는 쇼핑백 조립 같은 단순임가공 일을 하고 있어요. 자폐성장애라 감정 조절이 안 되는 행동이 문제가 되어서 생산라인에서 밀려났지만요. 밥을 하려면 쌀이 필요하고 과자를 만들려면 밀가루가 필요하듯 농업이 모든 것의 기본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아이들처럼 한 가지만 잘해도 받아줄 수 있는 일터가 생기면 좋겠어요.

     

    ◇ 김수희> 푸르메에코팜이 생기면 지원자가 많이 몰리게 될 텐데 제 아이는 후순위로 밀려나거나 제약을 받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경증장애인에게 우선권이 주어지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복지관을 3년, 5년 돌아가면서 다니고 있는데 종료되기 1년 전부터 다른 곳을 알아봐야 할 생각에 불안해져요. 어디로 옮겨야 할지 매번 불안해하기보다 한 곳에 꾸준히 오래 다니면 좋겠어요. 지금으로선 푸르메에코팜이 꿈의 일자리예요.

    ◆ 자녀들이 취업 선택의 폭이 좁아서 할 수 있는 일도 제한적이라 어머님들께서 고민이 많으시겠다

    ◇ 권옥미> 우리 아이들도 환경을 자꾸 바꾸면 스트레스를 받아요. 물건 던지고 자해하는 행동이 스트레스의 표현이에요. 잘하든 못하든 아침마다 갈 수 있는 곳만 있으면 됩니다. 현재로서는 경증장애인들 이외에는 갈 곳이 거의 없거든요. 푸르메재단이 경증과 중증 사이의 장애인들을 위한 일터를 만들어준다면 딸기 따기, 박스 담기, 배달하기 등 분업화해서 일할 수 있어요.

     

    ◇ 이영희> 일단 취직하면 다른 곳에도 얼마든지 갈 수 있어요. 하지만 경증 아이들 이외에는 갈 곳이 없습니다. 또 나이 제한이 있어서 35살 이후에는 집에 머물 수밖에 없어요. 여기 복지관에서 그런 아이들을 걱정하고 배려해주셔서 늘 감사하고 의지하고 있어요. 장애인 일자리에 대한 사업성은 있는데 지원을 받을 수 없으니까 아쉬울 뿐이죠.

    ◇ 김수희> 우리 아이들 대부분이 35살이 되면 복지관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더 이상 다닐 수 없어 집에만 있게 됩니다. 집에만 있으면 사회생활이 안 되니 점점 퇴행하게 되지요. 장애를 가진 친구들과 언어 교감은 안 되더라도 자기와 비슷한 친구들과 교류하고 친구가 옆에 있다는 것 자체가 나름대로 사회생활인데 그걸 못하는 거죠.

    ◆ 푸르메에코팜이 자녀들에게 어떤 일자리를 제공하면 좋을지?

    ◇ 권옥미> 우리 아이들도 시간 분배를 할 줄 알아요. 5시에 와야 하면 이미 5분 전에 대기하고 있어요. 단지 말하는 게 어려울 뿐이죠. 작업하다가 어려워하는 걸 도와달라고 말하지 못하는 게 맹점이에요. 1시간 일하고 쉴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된다면 충분히 일할 수 있어요. 관리자가 이들을 지켜보면서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지 살펴주면 더욱 좋겠죠.

    ◇ 이영희> 제 딸은 발달장애가 아니라 희귀병인데 뇌병변장애로 분류돼요. 뇌병변복지관을 가기엔 상태가 좋아서 장애인복지관을 다니고 있어요. 몸만 불편할 뿐 발달장애인에게 어려운 말하기와 자기표현은 충분히 가능해요. 장애가 달라도 서로 얼마든지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어요.

     

    ◇ 임영경> 자폐성장애인뿐만 아니라 지적장애인이 같이 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적장애인은 그나마 사회성이 있어서 어떤 문제를 발견하면 관리자에게 정확하지는 않더라도 의사를 전달할 수는 있거든요.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들이 적절히 제몫을 해내는 곳이면 좋겠어요.

    ◆ 장애자녀를 키우면서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 권옥미> 제가 죽고 나서 남겨질 아이는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커요. 발달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인 강화도 우리마을에 대기를 넣어놨어요. 20년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지만요. 일자리와 숙소가 비면 연락주겠다는 약속 하나 받았는데도 정말 고마웠어요. 우리마을에서 발달장애인 노인시설을 만든다는데 이런 기관들이 많이 생기면 우리나라가 좀 더 따뜻하고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아침에 눈 뜨면 기분 좋게 일터로 가 4~5시간 일한 다음 오후에 수영도 하고 친구들과 놀고 저녁에 밥 먹고 잘 수 있으면 더 바랄 게 없어요.

    ◇ 김수희> 저도 마찬가지로 제일 바라는 거죠. 부모 마음이 다 똑같을 거예요.

    ◆ 해외에서는 농작물을 키우면서 치유가 이뤄지는 케어팜이 각광을 받는다는데?

    ◇ 김수희> 서울이 생활권이다보니 여기서 벗어나면 힘들 것 같아요. 아이 하나 때문에 온 가족이 이사를 할 순 없으니까요. 혼자서 다닐 수 있는 아이들도 있지만 부모들이 데려다줘야 할 경우도 많습니다. 거리가 멀면 오고가는데 부모들이 지치기 쉽고 날마다 하는 것도 힘들어요. 출퇴근이 용이한 그룹홈이 일터 가까이에 있으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임영경> 우리 아이들이 3~4시간 일하고, 나머지 시간을 그 안에서 운동 등 여가활동으로 보낼 수 있다면 부모들이 출퇴근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을 것 같아요. 발달장애인을 고용하는 어떤 사회적기업에서는 일을 마치면 체육센터에서 운동하고 귀가한다고 해요. 급여는 일한 시간만큼 보장해주면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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