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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트럼프 '승인' 발언…'5.24 해제' 경고 맞나



미국/중남미

    [팩트체크] 트럼프 '승인' 발언…'5.24 해제' 경고 맞나

    • 2018-10-11 14:00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한반도 이슈가 미국에서 핫이슈로 떠오른 것만큼은 사실인 듯하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5·24 조치 해제와 관련해 ‘관계부처와 검토 중’이라고 언급한 발언이 불과 하루 만에 태평양을 건너 워싱턴DC의 백악관으로까지 그 불똥이 튀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커스텐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과 미 연방재난관리청(FEMA) 블록 롱 청장을 백악관 집무실로 불러 허리케인 ‘마이클’ 방재 대책을 논의했다.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허리케인 재난방지 책임자들과 대책을 논의하는 모습은 언론에 공개된 행사였다. 언론 공개 행사에서는 행사 말미에 기자들이 행사와 상관없는 질문을 마구 던진다.

    대통령과 각종 이슈를 놓고 즉흥적으로 문답이 이뤄지는 풍경은 한국 청와대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모습이라 낯설다. 이런 상황이나 맥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즉문즉답’, 더 나아가 가끔은 기자들과 논쟁도 피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런 (또는 의도적인) 정보누설은 물론 각종 말실수로 구설(口舌)거리가 끊임없이 생산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날도 허리케인과 상관없는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사우디 정권 수뇌부를 비판하다 터키의 사우디 총영사관에 들른 뒤 실종) 살해 의혹, 중국과 러시아의 이란 석유 구매 문제, 심지어 인도의 러시아 미사일 방어체계 구매 문제까지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모든 질문에 아무런 사전준비 없이 즉흥적인 답변들을 내놨다. 논란이 되고 있는 ‘한국 정부의 일부 제재 해제 검토’ 질문도 이때 나왔다.

    이날 한 기자가 “서울발 기사로 한국 정부가 일부 제재를 해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하는데...”라고 질문을 하자,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 자르고 들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글쎄 그들은 우리의 승인 없이 그것을 하지 않을 것이다(Well, they won't do it without our approval). 우리 승인 없이는 그들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라고 즉답을 내놨다.

    해당 기자가 “그들(한국)이 계속 당신과 연락해 왔는가(Have they been in contact with you?)”라고 묻자 “그렇다. 그들은 우리 승인 없이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Yes. They do nothing without our approval)"라고 재차 반복했다.

    미국 정부, 특히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승인하지 않으면 한국 정부는 대북 제재를 해제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 즉 대북제재 해제 여부도 자신이 결정권을 쥐고 있음을 어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전에도 대북제재와 관련해 "나는 그것들(제재)을 해제하고 싶지만 그러려면 우리는 무언가를 얻어야 한다"며 제재 완화 전에 비핵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승인 없이는 (한국이) 그렇게(제재해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로 그 대북제재가 과연 5·24 조치를 뜻하는 것인지 하는 부분이다.

    기자의 질문에서도 ‘일부 제재의 해제’라는 표현만 담겼을 뿐, 5·24 조치 또는 한국의 독자 대북제재라는 표현은 없었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이 바로 전날 한국 국회에서 논란이 됐던 5·24 조치 해제에 대한 지식을 갖고 이 질문에 대답했을 것으로 보기도 힘들다. 5·24 조치는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10년 3월 북한의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두 달 만에 발표한 우리 정부의 독자제재다. 방대하고 복잡한 유엔 안보리 제재와 달리 북한선박 운항 불허, 남북교역 중단, 우리국민 방북 불허, 대북 신규투자 불허, 대북 지원사업 보류 등 5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 발언은 전반적인 대북제재 해제나 완화에 대한 입장을 말한 것으로 봐야하고, 이것을 구체적으로 한국 정부의 5·24 조치 해제 검토에 대한 경고성 발언이라고 상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또한, 미 국무부의 로버트 팔라디노 부대변인이 같은 날 기자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 완화는 비핵화가 있은 후에 따라 올 것이라는 점을 처음부터 분명히 했다”고 말한 부분도 9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북중러 3자회담에서 나온 대북제재 완화 주장에 대한 답변이었다. 강경화 장관의 5·24 조치 해제에 대한 발언은 아니었다.

    사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대북정책의 근간은 줄곧 ‘선 비핵화, 후 제재해제’이고,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나 미 국무부의 발언도 새로울 것은 없었다.

    때문에 굳이 이것을 5·24 조치 해제 논란과 연관지어서 생각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국내 정치적 논란과 묶여 외려 불필요한 논란이나 오해를 만들지 않으려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맥락을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지불식 간에 남의 나라를 깔아뭉개는 말을 내뱉었다가 설화에 휩싸이는 일도 하루 이틀 있는 일이 아니다. 그는 과거 아이티와 엘살바도르 등 중미와 아프리카 국가들을 '거지소굴(shithole 또는 똥통)'이라고 부른 적도 있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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