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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대한항공 사주 일가 퇴출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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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질' 대한항공 사주 일가 퇴출 가능할까?

    소액주주운동, 국민연금 역할론 등 다양한 방안, 현실적으론 쉽지 않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일가의 도넘은 갑질과 비위 의혹에 대한 비판여론이 극에 달하면서 사주 일가 퇴진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소액주주운동과 국민연금 역할론 등 다양한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실현가능성이 낮다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 법무법인 소액주주운동 제안했지만 전례 없어

    조 회장 일가 퇴진론에 가장 먼저 불을 붙인 것은 소액주주운동 제안이다.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 등 1천여명이 모인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대한항공 갑질 불법 비리 제보방'에 지난 24일 소액주주운동을 제안하는 글이 올라왔다.

    글을 올린 한 법무법인은 대한항공 주주들에게 보내는 형식의 글을 통해 "대한항공을 좌지우지하는 권한을 행사하는 한진 일가의 지분은 대한항공 시가총액의 11%에 불과하다"며 "주주들의 힘을 모아 원칙과 상식을 실현해 보려 한다"고 밝혔다.

    현재 조 회장 일가는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최대주주로 24.79%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한진칼은 다시 대한항공 지분 29.69%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조 회장 일가 가운데 대한항공의 지분을 보유한 이는 조 회장 뿐으로 지분율은 0.01%에 불과하다.

    현행법에 의하면 대표소송과 이사해임청구권의 필요지분은 0.05%로 비교적 지분율이 큰 소액주주들이 많이 참여할 경우 대한항공 경영진 교체를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소액주주를 모아 한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고 설사 경영진 교체를 요구하더라도 최대주주 측에서 반발할 경우 실제 경영진 교체가 어렵다는데 있다.

    그동안 소액주주운동을 벌여온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원장은 "지금까지 소액주주운동을 통해 대기업 대표이사 등 경영진을 교체한 전례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뜻을 같이 하는 소액주주를 모으는 것 자체가 쉽지 않고 특히, 경영진을 교체하는 정도까지 지분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선을 그었다.

    땅콩회항 갑질 당사자인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좌)과 물벼락 갑질 당사자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우)

     

    ◇ 2대주주 국민연금이 사주 퇴진 나서라!

    다음으로 거론되는 방안은 대한항공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역할론이다. 대한항공은 한진칼 지분을 제외하고 국민연금이 11%를 넘는 지분율로 2대주주이고 우리사주가 3.99%, 소액주주 등 기타 주주가 54% 정도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국민연금이 2대주주로서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 이사해임 안건을 제안하고 주주총회를 소집해 이사 해임을 결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7일 '2018년도 제2차 기금운용위원회' 모두발언을 통해 "대한항공 경영진 일가족의 일탈행위와 삼성증권의 자사주 배당사건이 회사의 가치에 영향을 주고 국민연금의 수익성을 하락시켰다"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통해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투명하고 독립적인 주주권 행사를 통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고 기금의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 스튜어드십 코드의 도입 의의"라고 강조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연금 등 주요 기관투자가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해 주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위탁받은 자금의 주인인 국민이나 고객에게 이를 투명하게 보고하도록 하는 행동지침을 의미한다.

    하지만 박 장관의 발언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의 당위성을 의미하는 것이지, 대한항공 사태와 관련해 사주를 교체하는 수준까지 가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2대주주이긴 하지만 이사진 교체를 위해서는 5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나 가능한 얘기"라며 "앞으로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양호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 (사진=유투브 영상 캡쳐)

     

    ◇ 감독기관 전방위 압박으로 사주 일가 자진사퇴 유도

    그밖에도 사주일가의 비위행위 의혹이 큰 만큼 국토교통부와 공정위, 관세청 등 감독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 사주 일가를 압박하면 스스로 퇴진을 결정할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사주 일가에 대한 통행세 챙겨주기 의혹과 물품 밀수입 또는 관세포탈 의혹, 그리고 항공법 위반 등의 혐의해 대해 이들 감독 기관의 조사 또는 내사가 진행되고 있다.

    만일 불법성이 확인된다면 감독 기관의 자체 제제는 물론 사안에 따라 검찰 고발 등 수사로까지 전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주 일가가 이 과정에서 압박을 느껴 자진 퇴진을 결정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부기관의 전방위적 압박에 의한 사주 일가 퇴진은 그 의도를 떠나 '관치'라는 나쁜 선례로 남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 입장에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 대한항공만의 문제 아냐, 제도개선이 최종목표 되야

    이런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시민단체 등은 대기업 총수의 전횡이나 비위행위, 갑질이 대한항공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만큼 최종 목표를 이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제도개선으로 잡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참여연대 김은정 경제금융팀장은 "이번 기회에 재벌총수의 전횡을 근절하고 지배구조 개선책을 마련할 수 있는 제도적인 방안을 만드는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면서 "많은 제도적 방안이 이미 나와 있는만큼 이제 국회나 정부 측에서도 제도개선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원장 역시 "소액주주운동 등은 오랜 경험을 통해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는게 어느정도 확인됐다"면서 "제도적인 개선으로 가는 것이 소액주주를 보호하는 보다 실질적인 방안"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회에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집중투표제 등 대주주의 전횡을 견제하고 소액주주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담은 상법개정안 여러 개가 계류돼 있다.
    {RELNEWS:le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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