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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어 현대차 겨냥한 헤지펀드 ‘엘리엇’의 의도는?



금융/증시

    삼성 이어 현대차 겨냥한 헤지펀드 ‘엘리엇’의 의도는?

    지배구조개선 언급했지만 속내는 보유 주식의 가치 높여 단기 이익 겨냥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끈질기게 반대해 국내에 이름을 알린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현대자동차 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현대차 그룹은 지난달 28일 현대 모비스와 글로비스의 분할 및 합병, 총수 일가의 모비스 주식 인수로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어 지배구조를 일원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엘리엇은 이에 대해 지난 4일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보통 주를 10억 달러(우리 돈 1조 500억 원)어치를 갖고 있다면서 "현대차그룹의 출자구조 개편안은 고무적이나, 회사와 주주를 포함한 이해 관계자를 위한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3사의 시가 총액은 74조 원 규모여서 엘리엇이 밝힌 지분은 전체의 1.4%정도에 불과해 경영에 참여할 권리를 갖는 주요 주주(지분 5% 이상)는 아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이와 관련해 5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현재 그들이 가지고 있다고 밝힌 지분 구조 정도면 어느 정도 의미가 있다고 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주주와 경영진간의 적법한 절차로 해결되리라고 본다”면서 “정부로선 이 과정에서 불공정한 거래나 불필요한 시장 혼란이 일어나지 않을지 잘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엘리엇의 움직임에 대해 “삼성 때와는 다를 것”이라며 “민감한 이슈는 아니”라고도 말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삼성물산 주식을 7% 정도 가진 주요 주주로서 삼성물산의 가치가 과소평가됐다며 합병에 반대하면서 주주총회 소집통지 및 결의 금지, 자사주 처분 금지 가처분신청 등을 잇달아 제기했다.

    국민연금의 찬성으로 합병이 성사되자 엘리엇은 보유했던 삼성물산 지분을 털고 손을 뗐지만 이듬 해에는 삼성전자에 대해 분사와 특별 배당 등을 요구하며 다시 삼성그룹을 공격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따라 자사주 소각과 액면분할 등 '주주 환원' 정책을 내놨다.

    이런 전과를 올린 엘리엇이 이번에는 현대차를 겨냥해 비슷한 행동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금융투자업계에선 지배적이다.

    신영증권 문용권 연구원은 “엘리엇이 현대 계열사 지분을 갖고 있다고 밝히고 나선 것은 향후 지배구조 개선 과정에서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등의 요구를 하기 위한 제스처로 보인다”며 “구체적인 전략을 세워둔 것으로 보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금융감독당국의 한 관계자는 “헤지펀드는 단기 이익을 노리기 때문에 겉으로는 지배구조 개선 등의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경영진 공격을 통해 주가를 올린 뒤 이익을 챙기고 빠져 나가는 행태를 보인다”며 “현대차에 대한 엘리엇의 공격도 같은 목적을 가진 것으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기업에서 경영권과 관련한 분쟁이 발생하면 해당 기업의 주가는 오른다. 분쟁 당사자들이 의결권 확보를 위해 주식을 사모으려고 할 것으로 보고 투자자들이 해당 기업 주식 매입에 나서기 때문이다.

    또 엘리엇이 지속적으로 지배구조 개선이나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 대한 추가 조치’를 요구하면 현대차 그룹이 이에 응할 수 밖에 없고, 그러면 기업 가치가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는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주가가 올라갈 수도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잘 지켜보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지만 실제 금융당국에서 이런 헤지펀드의 공격이나 민간 기업의 경영권 분쟁에 개입할 수 있는 수단은 ‘제한적’이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금융회사가 아니고 상장 법인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선 감독 당국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면서 “공시가 법규대로 잘 이뤄지는지 정도를 점검할 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엘리엇이 만일 공식적으로 밝힌 지분 외에 숨겨둔 지분이 없는 상태에서 현대 모비스와 글로비스의 분할 및 합병에 대해 주주총회에서 반대를 하려든다면 다른 외국인 투자자들을 규합해야 한다.

    이 경우는 다른 주주들과 공동의결권을 행사하겠다고 공시를 해야 하는데 이를 제대로 하느냐를 보는 정도가 당국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결국 현대차 그룹이 이제 첫 발을 뗀 지배구조 개선작업을 진전시키면서 주주들의 배당 확대 등의 요구에 얼마나 부응하느냐에 따라 엘리엇의 공격 강도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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